기획 완결 무기의일생

<21>카빈소총

김병륜

입력 2004. 11. 0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49
0 댓글
  • 카빈소총은 M1 게런드 소총과 비슷한 시기에 개발·사용된 소총이다. 두 소총은 비슷한 점도 많고 차이점도 많다. 미국에서 개발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고 6·25전쟁 때는 미군뿐만 아니라 한국군이 운용했다는 점도 같다.
    우리나라에서 카빈은 1948년부터 보급되기 시작, 6·25전쟁 발발 전에는 총 4만7473정을 보유했다. 6·25전쟁 중 미국으로부터 21만9700정을 추가로 도입, 육군에서 대량으로 운용했다.
    카빈도 M1 소총과 마찬가지로 74년 M16 소총의 국내 생산 이후 점차 퇴역하기 시작, 78년을 기점으로 현역 부대에서는 사라졌다. 하지만 M1 소총과 달리 카빈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예비군 지급용 총기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카빈소총의 카빈(carbine)은 원래 특정 소총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기병용 소총 종류를 의미하는 용어다.
    19세기와 20세기에는 소총을 보병총(인펀트리 라이플)과 기병총(카빈)으로 구별, 제작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보병총은 성능에 최우선을 둔 소총으로 길이가 길고 화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기병총은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고 화력이 약해 말 위에서 기병이 쏘기에 적합했다.
    애당초 보병총과 기병총을 별도로 제작하기도 했고 혹은 발사 장치는 동일한 구조를 가진 소총을 길이만 다르게 제작해 보병총과 기병총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많았다.
    20세기 이후부터 전장에서 말을 타는 기병은 점차 사라졌지만 일반 소총보다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총은 여전히 기병총이라고 부른다. 굳이 분류하자면 M1 소총은 보병총, 카빈은 기병총인 셈이다.
    흔히 카빈소총으로만 부르지만 원래 미국의 카빈소총은 M1·M1A1·M2·M3 등 네 종류가 있다.
    M1 카빈소총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표준형이며 M1 소총과 동일하게 반자동식 소총이다. M1A1은 개머리판이 접혀지는 접철식인 점이 다르다. M2는 완전한 연발 사격이 가능한 자동식 소총이며 M3은 저격용 소총이다. 국내에 도입된 카빈은 대부분 M1이며 드물게 M2도 존재한다.
    카빈은 1930년대 후반 미국에서 전투부대 요원이 아닌 전투 지원·전투 근무 지원 부대용으로 지급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M1 같은 일반 소총은 비전투부대 요원들이 휴대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길어서 불편했다. 때문에 미 육군은 소총과 권총의 중간 정도 성능을 가진 소총을 원했다.
    미 육군의 요구에 따라 총기 제작 회사가 시제품을 제작, 시험한 결과 윈체스터(Winchester) 사가 제작한 총기가 채택됐다. 이렇게 개발된 카빈은 40년부터 생산되기 시작,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총 600만 정이 제작돼 M1 소총만큼 인기를 누렸다.
    카빈의 무게는 2.49kg으로 M1 소총의 4.3kg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길이도 90.37cm로 M1 소총보다 20cm 정도 짧다. 이처럼 휴대가 간편하다 보니 전투부대의 지휘관도 권총 대신 카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포병·통신·군수부대 병사들이나 차량 운전병에게 널리 보급됐다.
    카빈은 M1 소총과 구경(7.62mm)은 동일하지만 화력은 큰 차이가 있다. M1 소총용 탄환의 탄피 길이는 63mm이지만 카빈 소총용은 33mm에 불과하다. 구경은 같지만 카빈의 탄환 길이가 절반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짧은 것이다. 카빈용 탄환은 겉모습도 소총탄보다 권총탄과 비슷한 일자형 모양이다.
    실제 총구 에너지는 카빈용 탄환이 1074줄(J)로 M1 소총탄 3663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카빈은 탄환 자체의 에너지가 M1 소총의 3분의 1에 불과하므로 사거리도 짧고 관통력도 떨어진다. 실제 6·25전쟁 당시 카빈 탄환이 두꺼운 중공군의 동계 피복을 관통하지 못해 문제가 된 사례가 있을 정도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카빈은 권총용 탄환을 쏘는 소총’이라고 말할 수 있다.
    6·25전쟁 당시 미 해병대의 보고에 따르면 혹한기에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단점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카빈소총은 기본 성능 자체는 우수하다고 할 수 없지만 작고 가볍다는 장점 때문에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명총이다. 민간인에게 총기 판매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지금도 중고 카빈이 120만 원(1000달러)이 넘는 높은 가격에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병륜 기자 < lyuen@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