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보유 잠수함이 비록 6척의 재래식 잠수함이라고 하지만 당시 이 전력은 부산 앞바다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요 해상교통로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해상교통로 차단은 전쟁수행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다 준다. 특히 적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탐색·공격할 수 있는 잠수함 세력이 전무했던 당시 우리 해군으로서는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해 대부분의 해상세력을 대잠(對潛)작전에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효과적인 해상작전을 수행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잠수함이 우리 해군에 대단한 위협으로 분석되는 것은 당연했다. 해군은 북한의 이러한 잠수함 보유와 세력 확장에 대응할 수 있는 세력, 특히 적의 해상을 통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잠수함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했다. 전차의 맞수가 전차이듯 잠수함을 상대할 최상의 맞수는 역시 잠수함인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초 우리나라 중공업 역량이 그러했듯 조선분야도 후진국 수준이었다. 비록 해군이 ‘우리가 만든 함정으로 우리 바다를 지키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고속정의 국내 건조를 추진하고 있었을지라도 탑재될 대부분의 장비 및 원자재를 외국에서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저 자신이 최초의 국산 고속정인 ‘학생호’를 설계하는 데 참여했지만 기술상 전적으로 외국 제작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더구나 잠수함에 대한 지식은 백지와 다름없었지요.” 김흥열 책임연구원은 당시 대위(해사22기·대령 전역)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해군은 잠수함 획득계획과 이 계획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인력 양성에 나섰다. 즉 해군은 외국으로부터 잠수함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자 1차로 김정식·김영수 중령, 김흥열 대위(이상 당시 계급)를 독일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원 잠수함과정에 입학시켰다. 기간은 74년 1월부터 2년간이었다.
해군은 이와 때를 같이해 독일 IKL사(社)가 설계하고 영국 비커스(Vickers) 조선소에서 건조, 이스라엘 해군에 수출한 500t급 잠수함인 프로젝트(Project) 540 잠수함이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에 대응할 수 있는 잠수함이라고 판단, 프로젝트 540 잠수함에 대한 구매계획을 적극 추진했다.
마침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전력증강사업을 적극 추진하던 74년 4월, 합동참모본부는 해군본부에 ‘전략지시 3호’를 하달했다. 500t급 잠수함 건조계획을 작성해 보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74년 11월, 박정희 대통령은 프로젝트 540 잠수함 5척을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이에 따라 잠수함 건조 추진위원회가 곧바로 구성됐다.
이즈음 영국 비커스 사 회장이 코리아타코마 조선소를 방문, 잠수함 국내 건조와 관련된 제반사항을 협의한 바 있으며 코리아타코마는 비커스의 기술협조를 받아 500t급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시설 확보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해군의 잠수함사업은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 75년 2월 3억1000만 달러가 넘는, 요즘 환율로 4000억 원이 훨씬 넘는 막대한 소요예산이 ‘율곡 5인 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75년 7월 사업 재가를 하면서 5척에서 2척 건조로 조정, 사업시작도 78년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외견상 잠수함 건조계획은 유보였으나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대통령으로서는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전력증강 못지않게 경제건설에 온 정열을 쏟아 부었던 대통령은 그때 그 돈으로 구마고속도로를 건설할 것이냐, 잠수함을 건조(또는 구매)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한 끝에 결국 구마고속도로 건설로 최종 결심했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김흥열 책임연구원)
이렇게 잠수함 획득상황이 변경됐지만 독일에 1차로 파견된 3명은 잠수함 설계 핵심분야 기초기술 습득에 계속 노력하고 있었다. 김영수 중령은 어뢰·기뢰를 포함한 잠수함 무장체계와 운용분야에 대해, 김정식 중령은 잠수함 추진 및 선형설계 분야에 대해, 김흥열 대위는 잠수함 내압구조 설계 및 안정성 해석, 전기추진장치 분야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술을 습득했다. 이들은 독일 206급 잠수함 건조 감독관과 한 팀을 이루어 건조감독 임무도 수행함으로써 잠수함 관련 산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독일은 우리 3명에게 그들의 잠수함 설계·건조 능력을 한껏 과시하면서 잠수함 개발 전 순기에 걸쳐 필요한 제반기술을 성심껏 교육시켜 주었습니다. 독일 잠수함의 우수성을 인식시켜 이들의 기술적 이해가 프로젝트 540 잠수함 판매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을 기대했을 거라고 봅니다.”(김흥열 책임연구원)
미니해설-잠수함만이 잠수함 잡는 데 최선
수중에서는 전자파가 전파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음파탐지다. 하지만 음파는 수중에서 전파될 때 물에 음파에너지가 흡수되고 수중 부유물에 의해 분산되거나 수온 차에 의해 굴절된다. 따라서 수중 음파탐지는 탐지거리가 매우 짧고 식별 및 분석이 어렵운데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수온은 음파의 굴절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수면 근처로 가까워짐에 따라 수면 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변하기 때문에 음파의 굴절을 일으키는 수온약층이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 이러한 수온약층으로 인해 수상에서 보낸 음파가 도달할 수 없는 음영구역이 존재하게 되고 만약 적 잠수함이 음영구역에 숨어 있으면 구축함으로서는 적 잠수함을 탐지할 수 없게 된다.
항공기나 헬기에서 소노 부이를 이용한 잠수함 탐지는 탐지해역에서 제공권이 완전 장악돼 있어야 하므로 적 해역 근처에서 운용이 어렵고 항공기 특성상 단독으로 오랫동안 공중체류가 어렵기 때문에 장시간 은밀하게 탐지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구축함의 경우 기동특성상 아무리 조용하게 설계·건조해도 잠수함에 비해 매우 시끄럽다. 모든 엔진을 끄고 최대한 숨을 죽인 상태에서 잠수함의 소음을 들으려고 해도 파도 등에 의한 수면소음이 섞이기 때문에 사전 정보 없이 듣기만으로 잠수함을 잡기란 불가능하다.
항만 입구와 같이 적 잠수함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능동으로 음파를 보내고 반향을 분석, 잠수함을 탐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잠수함은 음탐수신 장치가 매우 좋기 때문에 구축함에서 자신을 잡기 위해 방사하는 음파를 더 멀리서 듣고 아예 회피해 버린다.
아군 잠수함이 적 잠수함보다 소음이 적어 보다 조용하면서 음탐수신 장치의 성능이 우수하다면 훨씬 먼 거리에서 더 일찍 적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군 잠수함의 기동성능이 우수하다면 수온약층을 상하로 이동하면서 적 잠수함의 소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타 무기체계에 비해 잠수함은 적 잠수함 탐색 및 공격에 매우 유리하다.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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