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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보는 기상<134>꿀벌은 빗속에 갇히지 않는다

입력 2003. 12. 0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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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벌들이 벌통에서 도통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비가 올려나 보네.” 집집마다 토종벌을 키우던 고향에서는 벌과 날씨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벌은 결코 빗속에 갇히지 않는다’는 말은 비가 올 것을 미리 안 벌들이 벌통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비가 내리고 있을 때에는 빗속을 날아다니지 않는다는 말이다.

    꿀벌의 경우에 통상 반경 4km 정도의 범위를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는데, 멀게는 8km까지도 날아간다. 꿀벌이 먼 곳을 날아갔다 돌아올 때는 그들만의 독특한 항법(航法)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한다. 꿀벌은 하늘의 편광(偏光, polarized light : 어떤 특정의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의 파동)을 이용하여 비행 방향을 잡는다. 즉 광파(光波)에는 독특한 평면 진동이 존재하는데, 꿀벌은 이러한 편광을 감지하여 비행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기압골이 다가오면 온난전선 상에서 따뜻한 공기의 상승에 의한 응결이 시작되며, 기압골의 가장 앞에서 들어오는 구름이 권운이나 권층운이다. 또 고기압권 내에서 여름철 소나기가 내릴 때에도 높이 발달한 뇌우 구름으로부터 퍼져 나온 권운이 먼저 이동해 온다. 그런데 이 권운은 얼음입자(氷晶)로 형성돼 있어서 편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편광이 분산되면 벌들은 장거리 비행을 위한 항법시스템을 잃어버리는 격이 된다. 따라서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은 벌통 속에 들어가 축축해진 날개나 말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양봉업자들도 흐리고 비오는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 보다.

    경북 칠곡에서 22년간 양봉업에 종사해 온 안상규씨는 꿀벌수염의 세계 기네스북 소유자다.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해서 22만 마리의 꿀벌을 몸에 붙이고 번지점프를 했다고 하는데, 벌꿀수염의 비결은 여왕벌에서 분비되는 ‘페로몬’ 향을 맡기 위해 일벌들이 몰려들어 달라붙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령 반기성 공군73기상전대 기상연구부장 wxbahn@in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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