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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모에서 미사일까지<103>철갑탄용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 -12-

신인호 기자

입력 2003. 11. 1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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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화우라늄탄이 갖는 관통력 증가의 비밀인 셀프 샤프닝(self-sharpening) 현상을 어떻게 하면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에도 나타나게 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였든 관통력이 더 좋은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 미국이나 영국도 여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추세는 텅스텐과 철·니켈 외에 제4원소를 첨가해 셀프 샤프닝 효과를 증대시키려는 노력이었다. 대표적 원소로 망간(Mn)과 하프늄(Hf)이 있다. 열전도율(thermal conductivity)이 낮은 이 원소들을 첨가해 충돌시 열이 밖으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시도였다.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 연구팀 역시 이 실험을 실시, 망간과 하프늄이 텅스텐 중합금의 국부적 변형을 크게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두 원소는 산소를 좋아해 수소나 진공 속에서 제조해도 시편 내부에 기공들(pores)을 남겼다. 이 기공들은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의 기계적 성질(인장 강도와 연신율)을 낮춰 결국 관통자가 목표물에 충돌할 때 부러지는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망간 첨가법에 대해 이른바 분위기 조절법과 재소결법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 ‘실험실 조건’에서 기공 생성을 억제시켜 셀프 샤프닝이 향상된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망간이 소결로 내에 서 오염되기 때문에 전용로를 이용하지 않는 한 양산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더욱이 하프늄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텅스텐 표면을 강화하기 위해 카본을 입히는 방법도 써보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연구란 마치 물속의 물고기를 잡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왔는데 당시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던 만큼 개인적으로 심하게는 그냥 돌을 던져 물고기를 잡으려 하는 격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열화우라늄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길은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이성 박사)

    연구팀이 세계적인 연구추세와 성과를 검증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진땀을 흘릴 즈음 송흥섭 박사가 돌연 어떻게 보면 엉뚱(?)하기까지 한 제안을 내놓아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송박사의 주장은 텅스텐의 입자를 크게 하면 관통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금속 소재의 강도를 높이는 등 물성(物性)을 좋게 하기 위해 입자를 미세화, 즉 작게 하는 것이 우선 시도되는 방법이다. 텅스텐 역시 마찬가지로 이제까지 연구의 흐름은 입자를 가능한한 미세화하는 방향이었다. 그런데 송박사가 이와 전혀 상반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송박사의 견해에 반대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험 결과는 송박사 편이었다. 텅스텐 입자를 표준 크기, 그리고 이보다 작게, 크게 했을 때 각각의 축소탄 실험결과는 입자가 큰 쪽에서 우수하게 나타났다. 여기서 관통력이 더 좋게 나왔다는 것은 셀프 샤프닝의 징후가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의외일 수밖에 없는 이 결과에 주목했다. 저마다 흥분감마저 도는 가운데 그렇게 셀프 샤프닝적인 ‘효과’가 나타난 원인을 규명하기에 고심했다. 또 셀프 샤프닝이 잘 일어나도록 하려면 어느 정도의 크기까지 입자를 확대해야 하는가 등을 두고 실험에 실험,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어느 틈에 물고기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곧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이기도 했다.

    이를 정리해 보자. 일반적으로 표준 크기의 입자 또는 이보다 작은 입자의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에서 버섯 모양처럼 끝이 뭉툭해지는 머시루밍(mushrooming)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그림 1〉처럼 충돌시 크랙(crack:금·틈)이 텅스텐 입자 내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텅스텐과 텅스텐 입자의 계면 사이 또는 텅스텐과 기지상(基地相)의 계면 사이를 따라가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입자가 일정 크기로 더 커지면 크랙이 텅스텐과 텅스텐의 계면 사이로 따라가다가 〈그림 2〉처럼 입자 내부 자체로 침입하게 되고 결국 더 작고, 더 많은 크랙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바닥에 떨어진 유리처럼 깨진’ 듯이 된 텅스텐과 기지상은 충돌시 변형되는 관통자 첨두 부위에서 더 잘, 더 빨리 떨어져(혹은 벗겨져)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팀, 특히 송박사와 김은표 박사는 텅스텐 입자를 크게 하는 과정에서 텅스텐 입자가 변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결된 텅스텐 중합금 봉(bar)을 일종의 금형 틀인 스웨징 머신(swaging machine)에 넣고 기계적인 힘을 가해 봉의 굵기를 가늘게 하면서 강도를 높인 후 텅스텐 입자를 살핀 결과 입자가 타원형도 아닌 마치 미생물 아메바처럼 다각형에 가깝게 변형된 상태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것이 기계적 에너지에 의한 ‘응력’의 결과라고 보고 셀프 샤프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추론을 세워 이내 증명해냈다.

    〈그림 3〉에서 보듯 입자가 둥근 경우 보다 변형된 입자에서는 크랙이 더 잘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입자가 둥글고 작을 때보다 입자가 크고 변형됐을 때 크랙이 국부적으로 더 집중돼 셀프 샤프닝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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