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무기탄생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92〉국산무기 개발 비화

신인호 기자

입력 2003. 08. 1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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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년 8월6일 국방과학연구소는 창설 31주년을 맞아 창설 이후 국과연이 연구개발한 무기체계를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인 ‘국방과학관’의 문을 열었다.

    144평 규모의 국방전시관은 소총 등 기본화기는 물론 자주국방의 자존심으로 손꼽히는 지대지 미사일 현무, 155mm 자주포 K- 9, 공군 기본훈련기 KT-1 웅비 등 각종 무기체계와 장비의 실물 또는 모형이 개발 시기에 따라 과거·현재·미래 등으로 나뉘어 짜임새 있게 전시돼 있다.

    이런 국방과학관이 문을 열자마자 연구소를 방문하는 군내외 관계자들의 필수적인 견학 코스로 자리잡았음은 물론이다. 개관을 위해 몇 개월 동안 고생한 국과연 전략홍보팀은 이제 안내와 해설을 위해 발길을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개관한 지 며칠 안되는 10일께, 당시 전략홍보팀 소속 우승현씨는 미군의 무기체계 개발과 관계된 미군 영관장교의 내방을 받고 국방과학관을 안내하던 중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우씨는 성의를 다해 설명했지만 미군 장교의 눈에 우리가 개발한 장비가 눈에 쏙 들어올 리 없었다. 그는 전시관 초입부터 고개를 조금 끄덕이며 나아갈 뿐이었다. 우리보다 무려 100배가 넘는 국방연구개발비를 쏟아부으며 세계 최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해온 그들이기에 아마도 그 장교는 전시물을 대충 둘러보는 가운데 ‘한국이 이런 정도의, 이런 무기를 개발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던 그 장교가 발걸음을 한순간에 딱 멈추었다. 그는 10분이 넘게 한 곳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고정된 시선에는 뜻밖이었는지 알듯 모를 듯한 움직임이 엿보였다. 안내하면서 다소 자존심이 상했던 우씨에게는 짜릿한 쾌감의 순간이었다. 내심 이렇게도 말하고 싶었다. “우리도 필요하다면 만듭니다.”

    무엇이었을까. 그가 본 것은 전차의 장갑을 뚫고 들어가 파괴시킬 수 있는 포탄과 관통자, 즉 신형 105mm 날개안정철갑탄(APFSES-T:K274)과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였다. 이를테면 전체적으로 볼 때 대(對)전차용 텅스텐 포탄인 셈인데, 여기서 텅스텐 소재의 철갑탄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새삼스러운 것이 못됐다.

    이제까지 철갑탄의 파괴력을 좌우하는 관통자 소재로는 열화우라늄과 텅스텐이 쓰여 왔다. 하지만 파괴력 또는 관통력이 우수한 것은 열화우라늄으로, 실전에서 확인됐다. 따라서 텅스텐 소재의 파괴력은 열화우라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씨는 국과연이 개발한 텅스텐 소재 관통자가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열화우라늄 소재의 파괴력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녔으며 이 소재는 재료적인 면에서 기존의 텅스텐 소재와는 전혀 다른 중합금으로 세계 최초의 재료기술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물론 국과연의 텅스텐 중합금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파괴력을 지닌 관통자의 재료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미군 장교가 충분히 주목할 이유는 있었다.

    마침 당시는 이른바 ‘걸프전 증후군(신드롬)’ ‘발칸 증후군’이 전세계적으로 뉴스의 이슈가 돼 있었다. 미군이 코소보 전쟁과 유럽 발칸 반도에서 전쟁을 치르며 열화우라늄탄을 사용, 환경오염 및 인체 유해 논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미군은 이같은 증후군이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또 그렇다는 실제적인 증거도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은 세계적으로 들끓는 여론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러던 중 국과연을 방문한 미군 장교는 한국의 국과연이 열화우라늄 관통자의 파괴력 수준으로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텅스텐 관통자에 주목한 것이다.

    마침 8월 말 국방일보와 국방부를 출입하는 중앙 언론매체들의 기자단도 국과연을 방문, 국방과학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국과연이 개발한 신무기라며 2종의 무기체계와 1건의 핵심기술이 언론에 일제히 소개됐다.

    군단급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함정용 전자전 장비(SONATA), 그리고 바로 텅스텐 소재 관통자였다. 이 세 가지가 군(軍)내의 제한된 관계자들 외에 일반에게 알려지기는 처음이었으며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국과연은 이 텅스텐 중합금 소재를 개발하면서 제조기술에 관련한 논문 23편을 이미 국내외 유수 전문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으며, 국내 7건을 비롯해 미국·일본·영국 등에서 6건 등 모두 13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특히 양질의 텅스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원료의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한 원천 기술로 외국의 무기체계에도 적용이 가능해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 국내 기반산업 발전, 군 전투력 강화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열화우라늄 포탄을 보유하지 않은 우리 군은 T-72·천마호 등 북한의 신형 전차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이 텅스텐 포탄을 전차부대에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제 대전차 날개안정철갑탄의 관통자 소재로서 세계 최고의 품질과 기술이 담긴 텅스텐 중합금 개발 이야기를 장전한다.

    신인호 기자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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