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 개조 허용·AI 활용 방어체계 통합 생존율 높여

입력 2024. 05. 21   16:23
업데이트 2024. 05. 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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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 러시아 전차의 진화

정밀유도무기·자폭 드론에 큰 피해
기존 능동·수동 체계 생존 보장 못해
밀접 전투시 간섭 일으켜 오작동 속출
다양한 형태의 전파방해 장비 장착
변칙 전술 운용으로 우크라 진지 돌파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존을 위한 러시아군 전차들의 변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밀유도무기와 자폭 드론에 의한 위협이 고조되면서 표준화된 기존 방어체계로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퍼블릭 도메인(www.armyrecognition.com)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존을 위한 러시아군 전차들의 변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밀유도무기와 자폭 드론에 의한 위협이 고조되면서 표준화된 기존 방어체계로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퍼블릭 도메인(www.armyrecognition.com)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존을 위한 러시아군 전차의 변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밀유도무기와 자폭 드론에 의한 위협이 고조되면서 표준화된 기존 능동 및 수동 방어체계(Active & Passive Protection System)로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야전에서 다양한 형태의 개조 및 방호력 강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다양한 방어체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영화 매드 맥스가 현실로? 

3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마치 영화 ‘매드 맥스(Mad Max)’ 시리즈에나 등장할 것 같은, 중구난방으로 괴상하게 개조된 전차와 장갑차의 존재다. 특히 나무젓가락처럼 주포만 내놓은 채 종이상자를 뒤집어쓴 것과 같은 모습의 러시아군 전차는 충격 그 자체다. 우크라이나군의 정밀유도무기와 자폭 드론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본 러시아군 전차병들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 정도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밀유도무기와 자폭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교란 장치와 AI의 적극적인 체계 통합까지 시도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격 탐지-위협식별-방어체계 작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은 물론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전차 생존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미국의 주요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러시아군 노력이 점점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그 결과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현재의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쉬토라1 능동방어체계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요 전차에 장착된, 1988년부터 개발된 쉬토라(Shtora)-1 능동방어체계에 대한 러시아군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열선전자(熱線電磁) 교란체계로도 불리는 쉬토라1은 비파괴 무력화(soft kill) 방식으로 거의 모든 서방 측 대전차무기는 물론 러시아제 대전차 유도무기에 대한 대응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파방해장치, 연막탄 발사기, 레이저 경보장치와 두뇌 역할을 하는 통합 제어 장비가 하나로 구성돼 있으며 T-80UM1을 시작으로 T-90S, T-90AM 등 러시아군 주요 주력 전차(MBT)에 장착됐다.

하지만 막상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고 나자 쉬토라1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속출했다. 설계 개념상 쉬토라1은 레이저 경보장치가 적군의 공격 징후를 탐지하면 포탑을 적의 예상 공격 방향으로 자동으로 회전시켜 대응하거나 연막탄을 사용해 전차를 은폐시키는 방법으로 생존을 보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방해전파를 방사해도 측면이나 고고도로 접근하는 정밀유도무기와 자폭 드론의 공격에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포탑 자체를 공격 방향으로 회전시키기도 쉽지 않았다. 연막탄 역시 우크라이나군의 시차공격에 별다른 방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단지 공격 징후 경보만 가능한 경보장치는 실전에서 전차병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2022년 2월,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 촬영된 러시아군 기갑부대의 T-90AM 주력 전차와 쉬토라1 능동방어장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군 수뇌부는 쉬토라1 능동방어장치만으로 전차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했지만 오판이었다. 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eng.mil.ru/en)
2022년 2월,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 촬영된 러시아군 기갑부대의 T-90AM 주력 전차와 쉬토라1 능동방어장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군 수뇌부는 쉬토라1 능동방어장치만으로 전차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했지만 오판이었다. 출처=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eng.mil.ru/en)

 


아레나 능동방어체계

약점을 간파당해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쉬토라1 능동방어체계보다 물리적 파괴(hard kill) 방식의 아레나(Arena) 능동방어체계는 개전 초기 놀라운 방호력을 과시했다.

포탑 상부에 설치된 다방향 레이다 센서는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하며 최대 700m/s 속도의 물체를 식별-추적해 전차 반경 50m 이내 거리에서 대응체를 발사해 공격을 차단하거나 튕겨낼 수 있다. 특히 위협을 식별하고 자동으로 대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0.07초 이내로 짧다. 아레나 능동방어체계 등장 당시 러시아는 전차의 방호력을 2배 이상 강화하며 쉬토라와 아레나가 결합할 경우 전차의 방호력은 5배 이상으로 강화된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실전에서 포탄 주변에 상자 모양으로 설치된 대응체 발사기 20개의 신뢰성 부족으로 인해 오작동 사례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아레나를 설치한 전차가 단독으로 작전할 경우 문제가 없었지만, 아레나를 설치한 전차 여러 대가 밀집해서 전투를 벌이면 간섭을 일으켜 오히려 전투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또한, 거의 모든 전차에 장착된 쉬토라1보다 아레나는 장착된 전차의 숫자가 적었고, 장착된 전차들 역시 일부 중대 혹은 소대에 편중돼 있어 기대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생존자 증언도 있다.


생존과 승리를 위한 러시아의 대응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초기만 해도 러시아군 수뇌부는 일선 전차병들의 거듭된 요청을 무시하거나 오히려 겁쟁이라고 비난했다. 그 결과 러시아군은 ‘전차 무용론’이 대두될 정도로 전차부대의 극심한 피해를 강요당했다.

하지만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러시아군은 전차와 전차병들의 생존을 위해 다양한 위장과 방어장치의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군기 문란을 이유로 처벌 대상이던 야전에서의 무분별한 전차 개조도 지금은 부대별로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는 수준까지 허용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탐지대책-접근대책-방어체계 진화라는 3단계 대응책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 공격에서 생존한 러시아군 전차병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전차를 개조하는 대목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차의 능동방어체계와 AI를 통합하거나 러시아군의 정식 보급품이 아닌 국제 전자상거래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전파방해 장비를 전차에 장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3대의 전차를 유선 통신망으로 연결한 뒤 쉬토라1 능동방어체계로 거대한 드론 살상지대(Drone kill-zone)를 설정한 사례도 있다.


끝없는 창과 방패의 전쟁

저렴하고 간단한 성능의 취미용 드론으로 정밀유도무기를 대체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지상전의 왕자로 불리던 전차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단돈 몇십만 원짜리 드론과 수류탄, 사제폭탄의 조합으로 수십억 원짜리 주력 전차를 파괴하는 현실은 기술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극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은 끊임없이 전선에 전차를 투입하고 있다. 변칙적인 운용 전술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진지를 돌파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군도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밀유도무기와 자폭 드론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러시아군 전차병들의 노력이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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