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방책

입력 2024. 05. 08   17:14
업데이트 2024. 05. 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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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소령 육군대학 전략학처
김예슬 소령 육군대학 전략학처

 

교관·엄마 역할 다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 내미는 따뜻한 동료들
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으로 보답

 

엄마 군인들에게 학기 초는 긴장의 연속이다. 자녀가 어린이집을, 유치원을, 학교를 새롭게 다니는 시기여서다. 비록 아이가 잦은 이사에 단련됐을지라도, 내 아이의 적응은 엄마에겐 늘 1순위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따뜻한 봄이 오면 계획돼 있는 큼지막한 훈련들 사이에서 “유치원 가기 싫어요!”라는 아이의 작은 저항은 엄마의 마음속에서 큰 소용돌이가 되곤 한다. 

군인으로서 맡은 임무와 엄마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양팔 저울이 기우뚱거리는 시기가 종종 찾아온다. 육아시간제와 탄력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맞추며 부여받은 임무를 120% 이상 잘해 내고 싶은 것은 전후방 각지의 수많은 엄마·아빠 군인의 공통된 생각이다.

사실 교관 임무 수행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밤낮없이 학생장교들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끊임없이 정진하는 선배 교관들을 보면서 겁이 나기도 했다.

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하루는 생각보다 조급하고 분주한데, 교육도 잘하고 연구도 잘하는 쓸모 있는 교관이 되고자 하는 건 욕심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체 불가능한 연비를 뽐내며 주어진 시간 내에 밀도 있게 근무하고 있다. 어려워 보이던 것들이 가능하게 된 건 가용전투력을 배가시켜 준 든든한 지원군, 늘 아빠의 마음으로 감정이입하고 적극 도와주는 동료 교관들 덕분이다.

점심식사 중 수화기 너머로 아이가 넘어져 조금 다쳤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당장 집에 가 보라고 말해 주시는 딸바보 과장님과 시호·성훈·성준·동하·아진·이준 아빠의 걱정 가득한 눈빛만 봐도 이 극성 아빠들의 호들갑에 웃음이 나온다.

이러한 따뜻함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면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떳떳하도록 매 순간 잘해 나갈 것이다. 그게 내가 선택한 최선의 방책이다.

가정의 평화가 바탕이 돼야 군인들은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 군에는 이미 일·가정 양립의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다. 동료들이 내게 기꺼이 손 내밀어 줬던 것처럼, 나 또한 전장에서 혹은 현장에서 어려움에 처한 전우를 위해 기꺼이 손 내밀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전투력이 100% 충전돼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바람이 더욱 커져 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부모가 됐을 때는 더 행복하고 단단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6세 아들에게 군인은 무얼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우쭐하는 표정과 함께 ‘전투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 하루도 힘을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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