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를 꽂는, 눈이 되어…

입력 2024. 05. 08   16:51
업데이트 2024. 05. 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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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특수전학교, 항공화력 유도 야외종합훈련

점을 찍다, 적진 깊숙한 곳 침투해 표적 특정

선을 그리다, 아파치 헬기 투입 요청 정밀 타격
길이 되다, 연합자산 활용…미군과 환상호흡

합동화력관측관 교육생들 마지막 실습 
통역없이 영어 소통하며 임무 완벽 수행


각종 첨단 감시 장비가 성능을 뽐내는 현대전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 의도한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서는 적지 깊숙한 곳에서 수동으로 지점을 찍어 작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즉, 실전에서는 장비 운용 인력의 인식과 판단이 핵심. 항공전력이 목표물을 타격하도록 지원하는 ‘합동화력관측관(JFO:Joint Fires Observer)’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육군특수전학교(특전교)의 JFO 24-2기 교육생들이 자격 획득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현장을 다녀왔다. 글=조수연/사진=조종원 기자

육군특수전학교의 JFO 24-2기 교육생들이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열린 항공화력 유도 야외종합훈련에서 무장한 미군 아파치 헬기의 화력을 유도하고 있다.
육군특수전학교의 JFO 24-2기 교육생들이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열린 항공화력 유도 야외종합훈련에서 무장한 미군 아파치 헬기의 화력을 유도하고 있다.

 


1~2㎞ 내외 표적 확인 후 항공화력 유도

지난 2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 광활한 산등성이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으로 이동한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장병들이 위장한 채 다기능관측경(MFOD)으로 사방을 살폈다.

잠시 후 2㎞ 떨어진 곳에 나타난 적을 발견한 장병들은 지휘조에 보고 후 미군 아파치 헬기(AH-64) 투입을 요청했다. 아파치 헬기가 출격했다는 무전을 받은 이들은 조종사와 교신하며 기동을 시작한 적 전차부대 쪽으로 유도했다.

적을 주시하던 장병들은 지상레이저표적지시기(GLTD)와 디지털 영상 송수신기 등을 활용해 표적을 특정했다. 무전으로 위치를 전달받은 미군 아파치 헬기는 30㎜ 기관포를 발사해 표적을 명중시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 기계화 전력을 무력화하는 아파치와 합동화력관측관의 ‘합작’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미군과 ‘환상 호흡’을 선보인 장병들은 특전교에서 JFO 과정을 밟고 있는 교육생들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나흘 동안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2전투항공여단 4공격대대와 연합자산을 활용한 ‘항공화력 유도 야외종합훈련’을 했다.

JFO는 연합작전 때 지상군이 원하는 전략적 표적과 핵심 시설을 타격하도록 적 후방지역에 침투해 항공화력을 유도한다.

항공화력 유도 임무는 유사시 적진 깊숙이 침투해 비수를 꽂는 특전사 임무 중 가장 공세적인 전술이다. 항공전력이 의도한 특정 표적을 정밀 타격하고,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돕는다. 항공폭격이 필요한 지점을 적절히 유도하는 ‘눈’인 셈이다.

“위성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하더라도 표적을 세밀하게 식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 보았듯 적의 기만술이나 덫일 가능성도 있고요. JFO는 1~2㎞ 내외 표적을 확인하고, 항공화력을 유도합니다.” JFO 교관 김병현 대위의 설명이다.

JFO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전투에서 증명됐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 미군은 개전 초기 공군 항공자산과 육군 특수작전부대 합동작전으로 적의 전략·작전 표적을 정밀 타격하며 전쟁을 순식간에 승리로 이끌었다. 지상요원의 공중화력 유도를 통한 정밀 타격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1991년 걸프전 땐 미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사막의 폭풍’ 공습작전에서 미 육군이 큰 피해 없이 바그다드로 진격한 것도 걸프만에 닻을 내린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전폭기들이 전차를 비롯한 목표물을 정밀 타격한 덕분이다.


특전교 JFO 교관과 미군이 훈련을 통제하는 모습.
특전교 JFO 교관과 미군이 훈련을 통제하는 모습.



언어·체력·정신력 모두 갖춘 핵심 인재 확보

이날 훈련은 지난 5주 동안 어학·이론·시뮬레이터 실습 평가를 통과한 교육생들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무장한 미 AH-64E 아파치 헬기와 직접 교신할 기회이기도 했다.

13명의 교육생은 최정예 JFO 요원이 되겠다는 각오로 6주 차 교육에 임했다. 미군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 실력을 갖춘 교육생들은 통역 없이 훈련을 소화하며 전문성과 임무 수행 능력을 발휘했다. 교육생들은 평가에서 80점 이상 받아야만 JFO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미군과 무전 교신 과정에서 언어장벽을 넘어야 하므로 입교 평가도 상당히 까다롭다.

특전사 귀성부대 이희찬(대위) 교육생은 “연합자산과 연계한 훈련 기회 자체가 드물어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었다”며 “주도적으로 JFO 임무를 수행하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훈련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한미 장병들.
연합훈련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한미 장병들.



“미래 전장 환경에 부합한 전문가 육성 박차”

특전교는 2017년 11월 6일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타국 군대의 화력자산을 유도할 수 있는 자격 요원을 배출하는 ‘국제 인증 JFO 양성 교육기관’으로 승인됐다.

2014년 JFO 회원국으로 가입 승인 받은 뒤 JFO 자격자를 독자적으로 양성하는 단계까지 오게 된 것. 아시아권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 동아시아에서는 일본·대만 등을 제치고 가장 먼저 인증을 취득했다. 

특전교의 JFO 교육을 수료하면 26개국이 체결한 합의각서에 따라 전시 연합국의 화력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과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까지 500여 명의 특전 장병이 JFO 자격을 획득했다. 특전교는 교육생들이 실제 연합자산을 활용한 훈련을 자주 경험하도록 미군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비전 2050’을 통해 국제 인증 ‘특수작전 최종공격통제관(SOTAC:Special Operation Terminal Attack Controller)반’을 신설하는 등 미래 전장 환경에 부합된 특수작전 전문가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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