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의 거울…“사랑스러운 네 앞에, 자랑스러운 나이길”

입력 2024. 05. 07   16:43
업데이트 2024. 05. 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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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어린이조선일보 공동기획 - 우리 아빠는 군인입니다 

육군11기동사단 송진기 상사와 아들 창호 군의 특별한 하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어요”
부푼 기대 안고 아빠와 함께 출근
맘에 쏙 베레모 머리에 눌러쓰고
“우리 아빠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

눈앞의 전차에 ‘호기심 발동’
요리조리 살펴보고 헬멧도 착용
“아빠가 탱크 타고 학교 왔으면”
엉뚱한 발상에 모두 웃음바다

“최우수 교관이 우리 아빠라니”
복도에 걸린 명단 보며 ‘씩~’
메모판에 살포시 남긴 응원 글
“사랑해♡ 최고, 힘내, 화이팅”

어린 시절 부모님의 직장을 방문해 본 적 있는지. 평소 집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일하는 모습이 멋있고 커 보이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없이 귀여워해 주시던 부모님의 직장 동료들과 낯선 공간을 둘러보면서 우리 가족의 흔적을 찾아봤던 추억의 한 조각까지…. 가정의 달 특집으로 어린이조선일보와 함께 다문초등학교 3학년 송창호 군이 아빠 송진기 상사가 임무를 수행하는 육군11기동사단 천리마대대를 방문했다. 순수한 어린이의 눈으로 들여다본 군대와 군인의 모습은 어떨까?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육군11기동사단 천리마대대 송진기(왼쪽) 상사와 아빠의 베레모를 쓴 창호 군이 거울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육군11기동사단 천리마대대 송진기(왼쪽) 상사와 아빠의 베레모를 쓴 창호 군이 거울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긴장 반, 기대 반…아이와 함께 부대로

지난달 25일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육군11기동사단 천리마대대. 부대 앞에서 만난 송창호 군은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힘겹게 일어났을 텐데, 이날은 잠도 푹 자고 오전 7시에 바로 눈이 떠졌다면서 부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오늘은 학교에 가는 대신 아빠가 일하는 곳을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예전 부대 개방행사 때 와본 적은 있지만, 지금보다 어릴 때여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빠 송진기 상사는 긴장감 반, 기대감 반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출근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송 상사의 사무실. 아빠가 개인 사물함에서 꺼내 보여주는 여러 장구류에 창호 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투복과 방탄모·방탄조끼, 전차용 방독면 KM25 등을 아빠의 도움을 받아 입던 중 “내가 해볼래”라면서 직접 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거수경례까지 했다.

수많은 복장 중 창호 군의 관심을 끈 건 베레모. 마음에 들었는지 이날 일정 내내 베레모를 쓰고 다녔다.

창호 군은 신중현(중위) 소대장을 만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창호 군이 먼저 “아빠를 잘 부탁드립니다”고 말하자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신 중위는 “송 상사는 장비 정리뿐만 아니라 병력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맡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는 믿음직한 간부”라며 “아들도 훌륭한 군인이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던 중에는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확인했다. 바로 복도에 걸려있는 천리마대대 최우수 교관 명단이다. 송 상사는 지난해 대대에서 개최한 최우수 교관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가르쳐주는 걸 잘한 거야”라는 아빠의 말에 창호 군은 “아빠가 집에서도 ‘탱크는 이렇게 조종하는 거’라고 알려주신 적이 있어요”라고 화답했다. 눈빛이 마주친 부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K2 전차 모형을 들여다보고 있는 부자.
K2 전차 모형을 들여다보고 있는 부자.

 

K2 전차 연막탄 발사대를 만져보는 모습.
K2 전차 연막탄 발사대를 만져보는 모습.

 

점심을 배식받고 있는 송 상사와 아들.
점심을 배식받고 있는 송 상사와 아들.

 


‘우르릉’ 전차 기동 소리에 긴장감

다음은 각종 장비가 있는 야외로 자리를 옮겼다. 가까이에서 보는 K2 전차와 K21 보병전투장갑차의 늠름한 위용에 창호 군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송 상사도 “아이가 이렇게까지 흥미를 느끼고 좋아할 줄은 몰랐다”며 흐뭇해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K2 전차를 바라보는 창호 군. 송 상사는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와 비교하면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자동차랑 뭐가 다른 것 같아?” “대포가 있고, 바퀴랑 색깔도 다르고, 스티커도 붙어있어요.” “와~ 다 알고 있네.”

전차장인 송 상사는 아들에게 장비 곳곳의 기능도 알려줬다. 내부에서 외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전·후방 카메라와 적의 시야를 방해하면서 기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연막탄 발사대, 표적의 정확한 위치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동적포구감지기까지 하나하나 창호 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두 사람은 송수화구 헬멧을 착용하고 기동할 때 전차장과 포수가 위치하는 자리에 섰다. 기동·사격 때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헬멧에 달린 마이크로 대화를 주고받는데, 이날은 송 부자의 대화를 연결하는 통로가 됐다.

기동사단의 핵심 일원인 대대는 평소에도 강도 높은 교육훈련과 철저한 장비 점검으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중에도 이날 만큼은 전우의 아이가 방문했다는 소식에 전 장병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장에 함께한 김대현(중령) 대대장은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자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전차를 기동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시동을 걸자 귓전을 때리는 엔진음과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계속 즐거워하던 창호 군도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손잡이를 잡고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정적으로 기동을 지휘한 전차장 아빠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한 창호 군. “학교 가면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예요. 아빠가 탱크 타고 학교에 데리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창호 군의 엉뚱한 발상에 주변은 웃음바다가 됐다.

 

아빠의 베레모를 쓰고 경례하는 창호 군.
아빠의 베레모를 쓰고 경례하는 창호 군.

 

최우수 교관 명단에서 아빠의 이름과 사진을 발견한 창호 군.
최우수 교관 명단에서 아빠의 이름과 사진을 발견한 창호 군.



아빠 이야기 경청하며 애정 표현도 

잠시 쉬는 시간. 송 상사는 K2 전차 모형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관찰하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시간을 회상했다. 장갑차 정비병으로 입대했던 그는 ‘직접 장비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에 2011년 부사관에 지원해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비 업무를 할 때는 임무 수행 상황을 잘 몰랐는데, 지금은 교육훈련으로 숙달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아 교범을 많이 보면서 나날이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꾸준하게 전개되는 다양한 훈련이 힘들 법도 하지만, 가족과 국민을 지킨다는 각오로 힘을 낸다는 송 상사. “훈련을 위해 일반도로를 기동할 때 지나가던 국민이 응원해 주시면 기운이 솟습니다. 한 번은 교통통제 중에 ‘친구가 군 복무 중인데, 그 친구를 보는 것 같다’면서 간식거리를 사다 주신 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창호 군도 아빠가 걸어온 길을 이해한다는 듯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송 상사가 업무를 보는 책상은 그동안 장비를 공부한 내용이 빼곡하게 적힌 수첩, 앞으로의 정비·훈련 계획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정이 마무리될 때쯤 창호 군은 아빠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메모판에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자는 제의에 부끄러운지 손으로 가리고 쓴 문구에 모두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 사랑해♡ 최고 힘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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