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간부 획득의 난제와 해법

입력 2024. 05. 03   14:59
업데이트 2024. 05. 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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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초급간부는 한국군 간부의 70%를 차지한다. 초급간부 정예화는 기술집약형 군 구조로의 전환과 선진 정예 강군 건설의 핵심이다. 초급간부는 다름 아닌 ‘창끝 전투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첨단 무기체계보다 이를 직접 운용하는 초급간부의 역량이 더욱 긴요하다는 점에서 우수한 초급간부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은 우수 초급간부 획득과 유지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초급간부 지원율 하락의 원인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다음 몇 가지 측면에 기인한다. 첫째, 복무기간 문제다. 학군장교의 경우 1968년 이후 28개월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병 36개월의 복무기간 체제에선 학군장교로 복무하면 병보다 8개월 짧았지만, 병 복무기간이 현재의 18개월로 줄어든 상황에서는 복무기간이 병보다 10개월 더 길다. 둘째, 급여 문제다. 정부 계획대로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게 되면 앞으로 초급간부와 병 간의 급여 차는 현격하게 줄어든다. 셋째, 병영생활과 복무여건 문제다. 병은 과거와 달리 일과 후 퇴근 개념의 복무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 등 복무여건이 현저히 좋아졌다. 반면 간부는 ‘병력은 점차 감소하는데, 할 일은 더욱 많아지는 상황’에서 업무와 책임의 과중함이 크다. 넷째, 전역 후 취업 문제다. 과거에는 공공기관 및 사기업에서 전역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전형 등이 있어 전역 시 몇 개의 직장에 합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장교로 복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현재는 취업 인센티브가 사라졌고 장기복무 선발이 안 될 경우 병으로 복무하는 게 취업에 더욱 유리하다고 인식된다.

이들 네 가지 원인은 적어도 ‘외형적’ 이유에 불과할 수 있다. 의무복무기간을 줄여 주고, 급여를 올려 주고, 시설·복지 등 제반여건을 모두 개선하는데도 우수한 초급간부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게 여전히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동기부여에 관한 수많은 연구는 일관되게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행동과학의 대표적 이론인 동기-위생이론에 따르면 이들 네 가지 외형적 원인은 동기부여에 제한적이다. 복무기간, 급여, 복지, 근무여건 등 불만족과 관련된 이른바 ‘위생요인’은 개선한다고 해도 동기부여로 연결되는 데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직무상의 성취감, 직무 성취에 대한 인정, 직무를 통한 자기성장 등 ‘동기요인’에 있다. 이러한 논의에 따르면 초급간부 획득 문제의 진단과 처방은 외형적 원인보다 내재적 동기부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초급간부의 역할과 보람, 리더십의 소중한 경험, 성장과 발전의 특별한 기회 등 초급간부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군 복무 중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직업으로서의 군인에 대한 평가와 평판은 우려할 만큼 낮지 않다. 여전히 초급간부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직업군인을 꿈꾸는 잠재적 지원자가 상당하다. 2022년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만27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을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희망직업 순위에선 보이지 않지만 중고생 희망직업 순위에서 ‘군인’은 3년 연속 상위 직군에 포함돼 있었다. 초급간부 획득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점에 이 결과가 시사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당면한 문제 해결방식에서 벗어나 조직 혁신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급간부 획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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