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한 발 값이면 자폭 드론 1800대 가능

입력 2024. 04. 30   16:10
업데이트 2024. 04. 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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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기와 미래 전쟁 - 가난한 자의 순항미사일, 샤헤드-136 

저렴한 가격·장거리 타격 능력 자랑
방공·요격 비용 압도적으로 비싸 골치
러시아가 우크라에 대량 사용 유명세
이란 추구 비대칭 전쟁 핵심 무기 부상
더 싸고 우수한 자폭 무기도 급속 확산
급변하는 현대전 양상 상징하는 이정표

우크라이나군이 요격에 성공한 러시아제 ‘게란-2’ 자폭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러시아에서 면허생산한 것으로 항속거리가 줄어든 대신 탄두 중량은 90㎏으로 강화된 게 특징이다. 출처=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
우크라이나군이 요격에 성공한 러시아제 ‘게란-2’ 자폭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러시아에서 면허생산한 것으로 항속거리가 줄어든 대신 탄두 중량은 90㎏으로 강화된 게 특징이다. 출처=우크라이나군 합동군 페이스북 계정



이란항공기제조산업공사(HESA)가 만든 샤헤드(Shahed)-136 자폭 드론의 최대 강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과 장거리 타격 능력이다. 덕분에 중동의 테러단체는 물론 러시아조차 중동지역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마치 순항미사일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가난한 테러단체조차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확보하는 순간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점에 따라선 무분별한 핵무기 확산보다 더 심각한 안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신감 얻은 이란

지난달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위치한 이란대사관 영사부를 폭격했다. 이의 보복으로 이란은 지난달 13·14일 탄도미사일 120기, 순항미사일 30기, 자폭 드론 170대를 동원해 예루살렘을 포함한 이스라엘 주요 전략시설에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 역시 19일 이란 재공격에 나섰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란의 전략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엄포 수준의 상징적 타격만 했다. 자칫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었던 이번 충돌은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전쟁을 반대하는 중동 국가들의 압력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게 안보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이란의 경우 이스라엘과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비대칭 전쟁 가능성을 확인하고, 군사적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란의 대대적인 공격은 적극적 대응에 나선 미국과 중동 국가들의 협력 덕분에 대부분 이스라엘에 닿지도 못하고 차단됐다. 중동지역 곳곳에 배치된 미국의 군사력은 이란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탐지한 것은 물론 중동 국가들의 군사적 협력을 끌어내 입체적인 연합 방공작전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란의 진짜 노림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응 능력과 그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며, 과거와 달리 이란 자국 영토에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특징이 있다.


새로운 비대칭 무기

이란이 준비 중인 새로운 비대칭 전쟁은 ‘민간인에게 무차별 테러를 가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탄도미사일·드론을 대량 동원한 물량전으로 이스라엘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이스라엘 붕괴 과정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것은 이란이 추구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이슬람세계는 이란을 중심으로 하나로 통합될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란이 추구하는 비대칭 전쟁에서 중요한 기둥 중 하나가 바로 샤헤드-136과 같은 값싸고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자폭 드론이다. 자폭 드론의 장거리 공격 능력이 강조되는 이유는 테헤란과 예루살렘 기준으로 1556㎞가 넘는 양국 간 물리적 거리 때문이다. 물리적 거리로 인해 이란 본토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탄도미사일은 12분, 순항미사일은 2시간, 자폭 드론은 9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탄도미사일 1발을 쏘는 비용이면 순항미사일은 3~5발, 자폭 드론은 최소 1000대에서 최대 1800대 이상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서 이란은 120발의 탄도미사일을 동원했다. 만약 이란이 120발의 탄도미사일 대신 최소 1만 대, 최대 100만 대 이상의 자폭 드론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마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이 현실세계에서 벌어졌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란이 이번 공격을 통해 언제라도 그 악몽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란의 순교자 샤헤드-136

페르시아어로 순교자 혹은 증인을 뜻하는 샤헤드-136 자폭 드론은 2021년 12월 처음 외부에 공개됐고, 우크라이나를 무력침공한 러시아가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전장 3.5m, 전폭 2.5m에 탄두 중량은 30~50㎏, 최대 이륙 중량은 150~200㎏이며 MD-550 엔진을 사용해 최고 속도 185㎞/h에 최대 1800~2500㎞의 작전반경을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IAI 하피(Harpy) 자폭 드론과 외형과 중량이 흡사해 일부 군사전문가는 1989년 개발된 IAI 하피의 모조품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제 전자상거래로 주요 부품을 구할 수 있어 IAI 하피에 비해 가격이 10분의 1 이하로 저렴하고, 순항거리는 4배 이상 강화된 게 특징이다. 파생형으로 중량과 크기를 줄인 샤헤드-131 자폭 드론이 있으며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한 샤헤드-238이 있다. 샤헤드-136 자폭 드론의 성능에 만족한 러시아는 ‘게란-2’라는 이름으로 국내 면허생산을 진행 중이며 매달 최대 310대의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항속거리를 줄이는 대신 각종 항공전자장비와 탄두 중량을 90㎏으로 강화해 파괴력을 높였으며 2025년 9월까지 6000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란이 만든 샤헤드-136 자폭 드론은 저렴한 가격과 장거리 공격 능력으로 가난한 자의 순항미사일로 불린다. 출처=위키미디어
이란이 만든 샤헤드-136 자폭 드론은 저렴한 가격과 장거리 공격 능력으로 가난한 자의 순항미사일로 불린다. 출처=위키미디어



저렴한 가격이 최대 무기

샤헤드-136 자폭 드론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사실 성능만 놓고 본다면 장거리 공격 능력을 제외한 샤헤드-136 자폭 드론에 대한 평가는 평범하거나 동급 서방세계 무기체계보다 조금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기술적 관점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없다는 뜻이다. 샤헤드-136 자폭 드론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군조차 적절한 대응법을 찾은 이후엔 평균 70~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할 정도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군의 대응 능력을 초월하는,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대량 동원한 러시아군의 파상공세다. 시끄러운 엔진 소리 덕분에 쉽게 포착할 수 있지만, 기관포나 기관총이 아닌 지대공미사일 또는 전투기·공격헬기를 동원할 경우 비용 대비 효과가 극단적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 덕분에 같은 비용이면 더 많은 숫자로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는 의미도 된다. 우크라이나군 야전 지휘관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1만 달러짜리 샤헤드-136을 요격하기 위해 평균 50만 달러짜리 지대공 요격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며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탄약보다 금고가 먼저 바닥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동원한 이란과 테러단체들의 공격에 대응하는 이스라엘군도 똑같이 지적하는 문제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애로3 등으로 구성된 다층 방공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 요격체계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이스라엘이라고 해도 1000만 원짜리 자폭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한 발에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이나 하는 요격미사일을 펑펑 쏘아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우수한 자폭 무기가 놀라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쩐’의 전쟁

1978년 8월 이란혁명 이후 서방세계의 지원이 끊기면서 이란은 공군력, 즉 전투기나 드론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타격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란은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통해 미국과 서방세계가 독점하던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됐다. 최대 2500㎞ 거리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적 측면에서도 분명한 우위를 보장한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1만5000대 이상의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주문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은 샤헤드-136 자폭 드론 수출로 중동지역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중동지역의 위기가 곧 이란의 영향력 강화로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과 서방세계 군사 강대국들이 자랑하던 최첨단 무기를 그저 부러운 시선으로 구경만 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가난한 자들도 미국과 서방세계 군사 강대국들이 자랑하는 최첨단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가난한 자들의 순항미사일로 불리는 샤헤드-136 자폭 드론은 급변하는 현대전쟁의 양상을 상징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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