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을 주는 소립자 힉스

입력 2024. 04. 25   19:39
업데이트 2024. 04. 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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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김준호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세상의 모든 사물은 분자로 이뤄져 있다. 분자는 여러 원자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물 분자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돼 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구름으로 구성되는데, 거의 모든 질량은 원자핵에 있다.

원자에서 질량의 99.95%에 해당하는 원자핵의 부피는 원자 부피의 0.0000000000001%(1000조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피를 차지하는 전자구름의 질량은 0.05%에 불과하다. 원자가 축구장 크기라고 가정하면 원자핵은 작은 구슬 정도다.

그러니까 실제 원자는 거의 비어 있는 셈이다. 이 작고 무거운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고, 다시 나누면 소립자가 된다.

이들 소립자 중에서 신의 물질(God particle)로 알려진 것이 ‘힉스입자’다. 이 입자는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1964년 예견한 것이었다. 그는 수백억 년 전 우주가 생성되던 빅뱅(Big bang)의 순간 만물에 질량을 주고 사라진 입자를 예측했다.

그 후로 수많은 학자가 실험을 통해 입증하려 노력한 끝에 2013년 드디어 찾아냈다. 그 공로로 피터 힉스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힉스입자가 발견될 당시 그의 나이는 83세였고, 살아생전 자신이 예측한 입자가 발견된 데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피터 힉스가 지난 8일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우주여행의 꿈을 갖고 있는 ‘나’이지만 현대물리학은 개념과 용어부터 생소하고 어렵다.

그런데 이 ‘힉스’라는 입자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질량이 없는 입자에 질량을 주고 사라지는 입자. 만물이 생겨나는 빅뱅의 초기 그 찰나의 순간에 잠시 존재했다가 사라진 입자. 만일 ‘힉스입자’가 없었다면 질량이 없던 입자들은 여전히 질량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질량을 갖지 못한 입자들은 빛의 속도로 떠돌 뿐 원자를 만들지도, 우주를 만들지도, 그리하여 만물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메타포(metaphor)인가? 질량이 있음은 만질 수 있는 것,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질량은 에너지를 뜻할 수도 있다.

질량을 준다는 것은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다른 입자에 에너지를 주고 무언가로 규정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는 입자, ‘힉스입자.’
빛처럼 떠돌아다니는 속성만을 지닌 삶에 의미를 부여해 만질 수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주변에 아름다운 것이 너무나 많다. 온종일 비가 내린 이후 온 세상의 색깔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빗물을 머금은 대지에 햇살이 비치니 눈부시기까지 하다.

이파리들이 물기를 머금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흙먼지 속에서 뿌옇던 색들이 본래의 발랄함을 찾아가고 있다. 길가에 핀 영산홍의 붉은빛이 더 선명해졌다.

꽃이 피기 전에는 그저 낮은 키의 잡목 더미처럼 보였지만 영산홍 꽃잎들이 한꺼번에 피어날 때면 화려함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영산홍은 연인의 얼굴을 마주 보듯 가까이서 보면 더 아름답다.

멀리서 보면 마치 비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가까이서 보면 꽃잎 하나, 꽃술 하나 그 정교하고 화려한 모습에 감탄하며 화려함의 이유를 알게 된다.

이 모든 존재에 아름다움이라는 속성을 주고 사라진 태초의 무언가가 있을까? 우리가 뭔가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은 엉뚱하면서 근본적인 다른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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