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치솟는 물가…지갑 닫는 소비자

입력 2024. 04. 22   16:40
업데이트 2024. 04.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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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이슈 - 원·달러 환율 1400원 시대 

환율 영향 수입 원료 가격 덩달아 상승
치킨·초콜릿·빙과 줄줄이 인상 대기
외식 대체재 찾고 디저트 소비도 줄여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부터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 매일 한 끼에 1만 원 안팎을 지출하다 보니 점점 지갑 사정이 열악해져서다. 회사 앞 커피숍에서 습관적으로 사 마시던 커피도 과감하게 끊었다. 회사 탕비실에 구비된 커피머신이나 믹스커피로 대체해 조금이라도 소비를 줄여보기로 했다.

연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식품·외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자 가뜩이나 높은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원을 돌파했는데요. 우리나라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이 식품·외식업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밀가루의 원료인 원맥,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비롯해 커피 원두, 수입 과일, 코코아 등의 수입 단가가 일제히 상승하게 됩니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재고를 품목에 따라 1~2개월 치에서 3~4개월 치 보유하지만, 고환율이 이보다 길게 지속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벌써부터 영향을 받은 기업도 있습니다. 최근 코코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롯데웰푸드는 오는 5월부터 초콜릿 건과, 빙과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이 권장 소비자가 기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200원 오르고 ‘초코 빼빼로’도 17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됩니다. ‘구구 크러스터’(660mL)가 5000원에서 5500원으로 비싸지고 ‘티코’ 역시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t당 2000달러 내외 수준을 유지하던 코코아 가격이 최근 1만 달러까지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며 “원가 압박을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식품·외식업계 어려움 가중
외식업계 어려움도 가중되는 분위기입니다. 수익 악화를 견디지 못한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16일 배달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을 이유로 치킨 9종 가격을 1900원씩 올렸는데요. 이로 인해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은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남해마늘바사삭은 1만9000원에서 2만9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2022년 이후 2년 만의 제품 가격 인상입니다. 같은 날 파파이스도 치킨, 샌드위치(버거), 음료, 디저트류 가격을 평균 4%(100~800원) 올렸습니다. 

또한 배달 제품은 매장 판매가보다 가격을 약 5% 높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배달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상승으로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해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치킨, 햄버거, 피자를 비롯한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도 얼마든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직장인들은 점심값 평균 1만원 시대를 맞았습니다. 신한은행이 최근 발간한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의 68.6%는 올해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는 전국 20~64세 경제활동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를 한 결과인데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활동자의 38.4%가 지난해 대비 올해 소비가 늘었고, 소비가 증가한 사람뿐만 아니라 감소한 사람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식비, 교통비, 월세 등 기본 생활비 비중이 전년 대비 커졌는데, 특히 식비 비중이 6%포인트 크게 증가해 전체 소비의 23%를 차지했습니다. 응답자들은 점심 한 끼에 평균 1만원을 지출했고, 10명 중 7명(68.6%)은 점심값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응답했죠. 치솟는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남녀 모두 도시락을 쌌고, 이 외에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남성은 구내식당, 편의점 간편식 등 식당에서 사 먹는 점심의 대체재를 찾은 반면 여성은 커피, 디저트 등의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점심에 가성비를 찾거나 후식을 포기한 남녀는 점심값을 평균 4000원 줄여 6000원으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는데요. 점심값을 줄이려고 노력한 직장인은 점심값 긴축에도 여전히 밥값이 비싸다고 인식했고, 22.6%는 5000원까지 더 줄이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물가 오르자 편의점 간편식·도시락 인기
고물가에 지쳐 식당 밥 대신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움직임도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편의점 ‘빅3’ 업체는 유명인을 모델로 한 가성비 간편식과 도시락 제품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죠. 

GS25는 지난해 2월 배우 김혜자와 함께 ‘혜자로운 집밥 도시락’을 재출시했습니다.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혜자브랜드 상품 판매량은 출시 1년 만에 2800만 개를 달성하며 히트했습니다. 요리 전문가 백종원을 내세운 CU의 ‘백종원 간편식’ 역시 엄청난 속도로 팔리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4억 개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븐일레븐은 김혜자·백종원 대항마로 배우 이장우를 택했습니다. 올해 간편식 모델로 배우 이장우를 선정하고 협업 상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세븐일레븐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이장우가 운영하는 ‘우불식당’과 협업한 ‘세븐셀렉트 우불식당 즉석우동’을 출시해 두 달 만에 50만 개를 팔기도 했습니다.

도시락업계도 날개를 달았습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을 운영하는 한솥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4억6624만 원으로 전년(128억6781만 원) 대비 12.4% 증가했습니다. 매출 또한 1371억2416만 원으로 전년(1269억3600만 원) 대비 8% 늘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창사 후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돌파한 이후 2년 연속입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여전히 높은 와중에 원·달러 환율마저 오름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며 “일부 기업의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짙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필자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는 생활경제 분야 취재를 담당하며 식품, 이커머스, 패션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소식을 알기 쉽게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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