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살려야 한다” 그들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입력 2024. 04. 18   17:01
업데이트 2024. 04. 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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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3보병사단, 핵·WMD 사후관리 훈련

응급구조차 사이렌 울리며 도착하자
화생방대대·의무대 장병 ‘일사불란’
응급처치·차량 제독 등 호흡 맞춰
국가재난상황 대응체계 확립 ‘든든’

도시 한가운데 화생방 무기를 탑재한 적의 미사일이 떨어진다면? 핵·대량살상무기(WMD)는 민간인과 민간 시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공포스럽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선 지자체가 중심이 돼 민·관·군·경·소방이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육군53보병사단이 울산광역시가 주도하는 ‘민·관·군·경·소방 핵·대량살상무기(WMD) 사후관리 훈련’에 참여했다. 군과 지자체가 신속히 시민 대피와 구조에 나선다는 가정으로 진행된 훈련 현장을 소개한다.글=조수연/사진=양동욱 기자

울산광역시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민·관·군·경·소방 핵·대량살상무기 사후관리 훈련’에서 육군53보병사단 장병들이 환자의 피복을 제거한 뒤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민·관·군·경·소방 핵·대량살상무기 사후관리 훈련’에서 육군53보병사단 장병들이 환자의 피복을 제거한 뒤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한자리에 모인 18개 유관기관

한낮 최고기온이 26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가 찾아온 18일 울산대공원. 군·소방·대학병원의 응급구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환자들을 싣고 도착했다. 바닥에 쓰러지고 절뚝거리는 환자들을 53보병사단 화생방대대·의무대 장병들과 소방대원들이 부축하고, 들것에 실어 날랐다.

제독소로 변신한 공원 주차장에 53보병사단 화생방대대의 화생방제독차·화생방정찰차·에어텐트·샤워장치가 순식간에 차려졌다. 응급처치, 환자 이송, 차량·인체 제독으로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초여름 날씨에 흰 방진복을 입고 방독면으로 무장한 장병들의 이마가 땀으로 축축했다.

육군53보병사단과 울산광역시, 울산 남구청, 울산남부소방서, 울산남부경찰서, 남구보건소,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울산대병원, 울산 한국전력, 울산 KT, 경동도시가스 등 18개 유관기관이 모두 참가한 핵·WMD 사후관리 훈련의 장면들이다.

“‘살려야 한다’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군인과 소방관, 공무원이 한데 모였습니다.”

한수진(소령) 53사단 의무대장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소령은 “대량전상자가 발생했을 때 군 전력으로만 조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통합자산이 투입되는 모습을 보며 의료진으로서 참 든든했다”며 “긴급·응급 환자 분류, 후송 등 체계가 군과 소방이 비슷하다는 점을 체감했다. 앞으로도 국가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잘 협력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53사단 장병들이 들것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53사단 장병들이 들것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오염 수치를 확인하고 있는 장병.
오염 수치를 확인하고 있는 장병.

 

장병들이 차량 제독을 하고 있다.
장병들이 차량 제독을 하고 있다.



대응 매뉴얼 세부 지침 명확히

같은 시각 울산시청 지하에서는 통합방위협의회 토의가 열리고 있었다. 민·관·군·경·소방 관계자들이 기관별 유니폼을 갖춰 입고 한데 모인 장관이 연출됐다. ‘주민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훈련. 소속은 달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만은 같은 이들이었다.

18개 기관의 협력 체계는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작동됐다. 각 기관 관계자는 피해 지역을 CCTV로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피해를 조치해 나갔다. 미흡한 점은 토의를 통해 가감 없이 고쳐가며 대응 매뉴얼과 세부 지침을 명확히 했다.

강관범(소장) 53사단장은 “이번 화랑훈련을 계기로 우리 군과 지자체가 공동의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기간시설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범정부 및 지자체 중심의 대응체계 확립과 지역별 통제기구 운용 계획을 발전시키는 뜻깊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지자체와 함께 핵·WMD 사후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랑훈련 최초 지자체 주도 

이번 훈련은 그동안 군 자체 훈련으로 진행하던 핵·WMD 사후관리 훈련을 지자체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핵·WMD 공격 이후 대응책을 민·관·군·경·소방이 함께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배정하고 시민들이 사용할 방독면 등 관련 물품을 미리 확보해야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훈련 현장은 김명수 합참의장이 방문해 대비태세를 확인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효과적인 핵·WMD 사후관리를 위해서는 울산광역시를 중심으로 유관기관이 함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기관별로 긴밀한 협조와 노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후 신속한 복구와 재건이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민·관·군·경·소방이 함께하는 통합방위훈련에 적극 동참해 ‘안전한 울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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