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가 보여준 탁월한 재해석

입력 2022. 06. 28   17:00
업데이트 2022. 06. 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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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A180 블라스터 권총 (A180 Blaster Pistol)
 
스타워즈의 진 어소 사용…독일 루거 P08 6인치 모델 개조
총기 상부 관절처럼 접히며 탄피 배출하는 ‘토글 액션’ 방식
AW커스텀 에어소프트 건, 사막·군용 느낌 갈색으로 채색

 

진 어소의 A180 블라스터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과는 40년 가까운 세월의 간격이 있는 ‘로그원’에 등장한 총기지만, 고전으로 자리잡은 과거 작품과 같이 실제 총을 미래적으로 재해석하는 선례를 잘 따른 수려한 디자인이다.
진 어소의 A180 블라스터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과는 40년 가까운 세월의 간격이 있는 ‘로그원’에 등장한 총기지만, 고전으로 자리잡은 과거 작품과 같이 실제 총을 미래적으로 재해석하는 선례를 잘 따른 수려한 디자인이다.

A180 모형 총기는 기반이 되는 루거 P08 권총 특유의 토글 액션 기능이 살아있다. 이렇게 눈에 띄는 기능을 살려둔 채 디자인 하는 것이 스타워즈 시리즈 매력 중 하나다.
A180 모형 총기는 기반이 되는 루거 P08 권총 특유의 토글 액션 기능이 살아있다. 이렇게 눈에 띄는 기능을 살려둔 채 디자인 하는 것이 스타워즈 시리즈 매력 중 하나다.


지난 회차에서 스타워즈 팬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리지널 3부작이라 불리는 4·5·6편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스핀오프(Spin-off)인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Rogue One: A Star Wars Story)’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눈에 띄는 무기가 하나 있는데, 주인공 ‘진 어소(Jyn Erso·펄리시티 존스)’가 사용하는 A180 블라스터가 그것입니다. 극 중에선 ‘카시안 안도르(Cassian Andor·디에고 루나)’에게서 받아 사용하는데, 독일의 루거(Luger) P08 6인치 모델을 개조한 소품입니다.


루거 P08 권총을 개조한 소품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연급 캐릭터들은 우연하게도 독일제 총기를 기반으로 제작한 소품을 주로 사용하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재미있는 것이 어떠한 원리의 설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에서는 P08 루거의 특이한 구조인 토글 액션(Toggle Action)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토글 액션은 총기 상부가 관절처럼 접히면서 탄피를 배출하고 재장전 되는 구조인데, 탄피가 존재할 리 없는 레이저 무기에서 이 기능이 작동되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차피 SF 영화에서 총기 고증이 중요할 리 없지만, 아무래도 총기 마니아 입장에서는 뭔가 설득력 있는 이유를 붙여 현실성을 부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연재에 소개한 한 솔로의 DL-44 블라스터처럼 오래된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 총이지만 워낙에 루거를 좋아하는 취향 탓에 반가웠고, 또 멋지게 등장해서 인상 깊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구현하기 어려웠던 A180 블라스터가 감사하게도 에어소프트 건으로 나왔으니, 한 솔로의 블라스터를 만든 AW커스텀이 가뭄의 단비처럼 발매해 줬습니다.

기반이 되는 제품은 대만 WE의 P08 루거 6인치 모델입니다. 전체 금속에 니켈 도금이 된 모델을 개조한 제품인데,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에어소프트 건 고유의 기능도 그대로 살아있고, 작동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WE 초기 제품군의 내구성 문제는 꾸준히 논란이 있는데, 이것이 개선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AW커스텀에서 발매한 A180 블라스터는 언급한 대로 니켈 도금 버전으로 나와 영화 속 총기와 꽤 흡사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제품이지만 아쉬울 것도 없이 외형을 잘 구현한 제품입니다. 일단 베이스인 WE 제품의 외형이 좋다고 할 수 있겠는데, 사실은 일본 다나카 제품을 복제·출시한 것이라 외관상으로는 차라리 잘했다 싶은 면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 발사성능과 고질적인 탄창의 가스 누출 등에 대해서는 출시 당시 AW가 좀 더 신경 썼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순정의 단점이 그다지 개선이 안 됐음에도 개조 제품이다 보니 순정 P08 대비 가격은 대폭 상승하게 됩니다. 20만 원 초반대에서 외형을 조금 바뀐 후 가격이 거의 두 배가 됐지만, 개조 키트(Conversion Kit)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니 별수 없습니다.


대만 모형 총기 발전에 ‘복잡한 심경’


이 제품을 영화 분위기에 맞추면서도, 영화 속에서처럼 과장된 웨더링(Weathering) 보다는 좀 더 사실감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는 것으로 기획했습니다. 나름의 관리가 되는 총처럼 보이도록 말입니다.

그립(Grip)은 기존 검정에서 보다 갈색빛이 돌도록 조정했습니다. 이는 영화의 톤에 맞추려는 의도 외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은색 총에 검은색 그립은 대비가 강조돼 실제보다 그립이 더 어둡고 짙게 보이며, 웨더링 한 질감도 하나의 톤으로 묻혀버리게 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흙먼지를 올려준다거나 무늬가 들어간 커스텀 그립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두운 갈색을 이용해서 전체적으로 사막·군용 느낌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금속 부속은 니켈 도금 위의 코팅막을 제거하고, 흠집 등 세월의 흔적을 좀 표현합니다. 그 후 블루잉 용액을 이용해 가볍게 표면에 산화피막을 입히고, 다시 그 색이 닳게 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웨더링 작업을 해줬습니다.

지난 회차의 레이저 블라스터처럼 소음기 속에 트레이서를 심는 고생을 이번엔 하지 않고, 얌전히 외형의 웨더링 정도만으로 마감해준 후 저의 ‘영화 소품 총기 코너’에 살포시 자리 잡고 전시 중입니다.

번외로 WE 제품을 기반으로 한 모형 총기를 작업하면서 대만 업체의 발전에 복잡한 심경이 들기도 했습니다. WE가 최근작인 신형 베레타 권총은 역대 에어소프트 베레타 중에 가장 공들여 제작된 것이 느껴져 깜짝 놀랐습니다.

해머복귀(Decocking) 기능 구현, 탄피 갈퀴 별도 부품화, 그리고 드디어 구현된 공이 고정 블록(Firing Pin Catch)의 별도 부품화 등 메이커의 크나큰 발전·성장·변화에 박수와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열심히 기술을 연구하고, 높은 가공능력까지 지닌 국내 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맘껏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필자를 놀라게 한 WE 베레타 모델에 대해선 추후 기회가 되면 다뤄 보기로 하겠습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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