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T는 내가 알던 세상과는 다른 곳…겸손해져
시도해보지 않고 단정할 수 없다는 걸 일깨워
불가능에 도전하고 극복한 경험, 사회서도 큰 힘
UDT는 내 목숨보다 나라와 전우 생각
자신의 강함 입증하려 가는 곳 아냐
힘든 일 앞두고 있다면
‘어떤 상황서도 배울 게 있다’ 생각하길
정신이 지배하면 몸이 움직여
지상파 섭외 들어오지만 모두 거절
초심 잃지 않고 콘텐츠 제작 집중
세상에 선한 영향력 전하고 싶어
“인성 문제 있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난 7월 해군특수전전단(UDT/SEAL·이하 UDT) 출신 유튜버들이 크리에이터 세상을 강타했다. 민간인의 특수부대 훈련 체험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가 두 달 만에 조회 수 4900만여 회를 넘어섰고, 시즌2 제작에도 들어갔다. 높은 화제성을 낳으며 출연했던 유튜버들도 승승장구다. 특히 UDT 출신으로 채널 ‘미션 파서블’을 운영 중인 에이전트 H(35)는 때론 엄하게, 때론 따듯한 선임 교관의 모습으로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4월 9일 개인 채널 개설 이후 3개월여 만에 10만 구독자를 달성하더니 가짜 사나이 방송 이후 7배 넘게 급성장했다(9월 16일 현재 73만여 명). 그는 미션 파서블에서 UDT 훈련과 군 생활 이모저모를 비롯해 전쟁 영화 리뷰 등 자신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의 모습을 조명, 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는 한편 ‘불가능은 없다’는 UDT 정신도 전하고 있다.
스타급 인기만큼 그의 현역 시절에 관한 관심도 커진 건 당연지사. 해군 부사관 214기로 입대해 2007년 군번인 그는 특수임무대에서 저격수로 4년 6개월간 복무하고 전역한 예비역 해군하사다. UDT 복무 동안 실제 수많은 작전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했다. 청해부대 2진으로 소말리아에 파병(2009년 7월~2010년 1월, 대조영함)돼 해적들로부터 우리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내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도 실제 작전을 펼쳤다.
자신을 보고 UDT 전체를 판단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늘 응원해주는 선·후배 전우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그를 지난달 서울 양재동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만나 장병들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제72주년 국군의 날을 앞두고 유튜버 ‘에이전트 H’가 국군 장병에게 보내는 친필 감사편지를 온라인 국방일보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인터뷰어 김윤민 육군상병
Q. 우연히 에이전트 H님의 영상을 보고, UDT의 꿈이 생겼습니다. 또 다른 제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제 UDT에는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재입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전문적이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군인이 되고 싶은 이들이 찾는 로망 같은 곳이죠. 꼭 도전해보시길 응원합니다.
Q. UDT 훈련 중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과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차단하는 스타일이에요. 힘들다고 인정하는 순간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시키는 거 보니까 할 수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한계선을 두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믿어보세요.
Q. UDT 입대 전과 후로 어떤 면이 가장 달라졌나요.
많이 겸손해졌어요. 실제 UDT 들어가 보니 제가 알던 세상과는 다른 곳이더라고요.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분야가 많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고, 시도해보지 않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처럼 군에서 불가능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 사회에 나와서도 큰 힘이 됩니다.
- 두 번째 인터뷰어 박주현 해군병장
Q. 군 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자부심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후보생 시절, 아침에 눈뜰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요. 자부심을 느낀 순간은 아무래도 UDT 휘장을 가슴에 달았을 때와 소말리아에서 실제로 선원들을 해적으로부터 구출했을 때요. 당시 유서를 쓰고 출동했는데 “부모님께 이 편지가 도착하면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들이 나라 위해 일하다 그런 거니까, 두 분 건강히 잘 계셔주세요”라고 썼던 기억이 나네요.
- 세 번째 인터뷰어 손승재 육군상병
Q. 미래 UDT 후보생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
첫째, 자기 자신을 시험하지 않았으면 해요. UDT는 나라를 위해 희생할 수 있고 내 목숨보다 나라와 전우를 생각하는 곳이지, 자신의 강함(힘)을 입증하고 싶어서 오는 곳이 아닙니다. 둘째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 자세요.
Q. 전역 후 사회로 복귀하는 대한민국 장병에게 보내는 충고와 격려 부탁합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기보다는 행복한 일을 해보고 진로를 정해도 늦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일은 ‘와이(WHY)’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 늦어도 방향을 잘 잡아 나아가시길 바라요.
- 네 번째 인터뷰어 박성범 육군병장
Q. 학창시절은?
한없이 즐거웠어요. 록 발라드를 즐겨 불렀고, 초등학생 때는 축구선수, 중학생 때는 경찰, 고등학교 때는 체육 선생님이 꿈이었어요. 공부보다는 운동을 잘했죠.
Q. 만약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공부 좀 더 할걸?’(웃음). 더 명확한 목표를 갖고 공부할 거 같아요.
- 다섯 번째 인터뷰어 이영규 육군상병
Q. 곧 과학화 전투훈련을 갑니다. 장기 훈련에 도움될 만한 팁이 있을까요?
힘든 일을 앞두고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게 있다’라고. 정신이 지배하면 몸이 움직입니다. 이런 훈련, 사회에서는 경험하고 싶어도 못해요. ‘두렵다!’보다는 ‘해보자!’
Q. UDT ‘생식주(生殖週)’ 훈련 소개 때 언급됐던 칡뿌리 관련 콘텐츠 보고 싶어요.
칡뿌리가 나올 계절에, 꼭 해보겠습니다!
- 여섯 번째 인터뷰어 송현숙 기자
Q. 짧은 시간 채널이 급성장한 비결은?
주변에서는 자꾸 ‘잘생긴 외모’라고 하시는데 저는 경쟁력 있는 콘셉트, UDT 저격수라는 희소성이 주효했다고 생각해요. 1년 넘게 고민하다가 채널을 개설했고, 콘텐츠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고 있습니다.
Q. 기획 중인 콘텐츠와 앞으로의 계획은?
도전하는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자동차 경주에 도전 중이고, 우리가 잘 모르는 다양한 직업군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감성 토크쇼 ‘오아시스’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김계란 님이 출연한 첫 영상을 공개한 상태입니다. 오아시스라는 코너명은 해외파병 당시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던 유일한 펍(PUB)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또 음원 발매와 군 관련 캠페인도 기획하고 있고, 이 밖에 굿즈(goods)로 제작 중인 모자 판매 수익 등을 국가유공자를 돕기 등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Q. 지상파에서 러브콜은 없는지.
사실 지상파에서도 꾸준히 섭외가 들어오는데 모두 거절하고 있어요.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유튜버의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처럼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습니다.
Q. 구독자 100만 달성 시 군 장병들을 위한 공약 하나 해주신다면?
기회가 허락된다면 군부대와 협업해서 콘텐츠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