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국산화 내달리지만…첨단 무기는 기술력 한계

입력 2020. 09. 11   16:08
업데이트 2020. 09. 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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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방위산업의 명암 
  
 
10년간 군사비 86% 증액 결과 올해 세계 100대 방산업체 7개사 진입
차세대 전투기 TF-X 제작 참여·알타이 전차 잇단 생산 계약 등 성과
최근 성능 미달·개발 지연 등 암초…러시아와 협력 시사 美와 갈등도 

터키가 무기 국산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알타이 전차.  터키 방위사업청 제공
터키가 무기 국산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알타이 전차. 터키 방위사업청 제공
 

세계 방위산업에서 중국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터키의 방산업체도 맹렬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가 국방비를 증액하고, 방산장비의 국내 조달을 대폭 늘린 결과다. 그러나 ‘방산장비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터키의 방산업계는 구조적 문제점도 안고 있다.

미 디펜스뉴스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영업실적을 기준으로 한 2020년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터키 업체 7개가 진입했다. 이 숫자는 2019년의 5개 업체, 2018년의 4개 업체, 2017년의 3개 업체 진입과 비교할 때 매년 규모가 커지는 터키 방산업계의 상황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터키 방산업체 성장의 가장 큰 배경은 터키 국방비의 증가다. 터키의 2019년 군사비 지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해 204억 달러(세계 16위)를 기록했다고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발표했다. 세계 평균 3.6%보다 높은 수치다. 터키는 최근 군사비를 대폭 증액해 왔다. 2018년도에 전년에 비해 급격히 높은 수치인 27%를 증액하는 등 2010~2019년 10년간 군사비 지출을 86% 증가시켰다.

이러한 배경에는 방산장비 국산화 정책이 있다. 터키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방산장비의 해외 의존을 줄이고 설계에서 생산까지 자국의 능력으로 달성한다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이러한 정책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한 방산전시회에서 2000년대 초 약 20%였던 터키 방산장비 자급률이 약 70%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터키는 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외국 시스템 의존을 종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터키가 방위산업을 국가적 우선 과제로 설정한 결과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터키가 생산하는 방산장비는 소화기, 야포, 장갑차는 물론 수상함, 무인기, 미사일 등의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터키의 방위산업 프로그램은 2002년 62개에서 오늘날 700개로 증가했다고 디펜스뉴스는 보도했다. 같은 기간 터키의 국방과 항공우주기업도 56개에서 1500개로 늘었다.

터키 방위산업은 수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2002년 방위산업의 국내 매출액은 10억 달러였지만 현재 108억 달러로 증가한 가운데, 방산 수출도 2억4800만 달러에서 3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주요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근동 지역 나라들이다. 터키는 지난해 1월 첨단장비에 속하는 공격형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를 우크라이나에 12대 수출해 주목받았다. 중고도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는 대전차 미사일 2발을 장착할 수 있다.

터키 방산업체 가운데 최대 업체는 아셀산이다. 아셀산은 지난해 디펜스뉴스 선정 세계 랭킹에서 52위였지만 올해 4계단 상승해 48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업체의 주 생산품목은 통신장비, 광학센서,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 레이더, 함정 근접방어무기체계, 방공미사일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터키가 무기 국산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TF-X. 터키 방위사업청 제공
터키가 무기 국산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TF-X. 터키 방위사업청 제공

터키 항공우주산업(TAI·53위)은 F-16 전투기 면허 생산을 바탕으로 F-16 전투기 개량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터키 항공우주산업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전투기를 직접 제작하는 TF-X 프로그램을 2010년 12월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와 함께 장갑차를 주로 제작하는 BMC(89위)는 외형적으로 알타이 전차의 연속적인 생산 계약에 성공하고 있다. 로켓산(91위)은 로켓·순항미사일·박격포 등을 제조하는 회사이며, STM(92위)은 군사기술 전문업체다. 올해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처음 진입한 업체는 장갑차 제조사 FNSS(98위), 군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하슬산(99위)이다.

터키 방산업계가 국산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첨단 무기 생산으로 이행할수록 곧바로 기술적 한계에 따른 문제점이 곧바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터키가 자랑하는 알타이 전차는 2018년 양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핵심 부분인 엔진, 변속기, 냉각기를 이루는 파워팩에서 성능 미달이 드러나 고민을 안고 있다. 당장은 외국 제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파워팩의 획기적인 기술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곤란한 상황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터키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TF-X 사업도 곤란을 겪고 있다. TF-X는 미 최고의 전투기 F-22와 맞먹는 스텔스 성능의 쌍발 5세대 전투기를 터키가 설계, 개발, 생산까지 이어나가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개발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첫 인도가 2032년에나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엔진을 담당하는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TF-X 사업의 참여 폭을 축소하겠다고 선언해 이 사업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사실 현 시기에 5세대 전투기를 단독으로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고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영국의 BAE 시스템즈, 중국의 AVIC, 서유럽의 EADS가 터키의 사업에 기술적 지원을 하고 있다. 터키는 새로 개발될 전투기를 ‘토착형 무기체계’라고 선전하지만, 반대로 이들 해외 업체들이 터키 전투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수록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해외 업체가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서 터키는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터키는 이미 러시아의 방공미사일 S-400을 도입하면서 미국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터키는 미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당초 2020년이던 S-400 공급 시기를 앞당겨 2019년 도입을 마쳤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터키에 대한 F-35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가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S-400을 구매할 경우 나토 무기체계와 연계·호환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터키의 계획에 반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의 수호이-35 제작 공장을 시찰하며, 러시아 전투기 도입과 기술 협력을 시사했다.

터키는 방산 정책에서 국제정치적 노선을 변경하면서까지 강경한 국산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대유행으로 각국이 국방비를 축소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정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자 김성걸은 성균관대에서 국가전략, 외교·안보, 국제정치학 분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국방정책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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