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희 병영칼럼] 계획, 연습 그리고 실전

입력 2020. 08. 12   15:29
업데이트 2020. 08. 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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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선 희 국방TV 작가
주 선 희 국방TV 작가


코로나19와 홍수만 아니었다면 산과 바다로 여행을 떠났을 시기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에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편이다. 일정은 물론이고 식사메뉴와 입을 옷까지 계획을 세운다.

몇 년 전, 가족 모두가 경주로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숙소에서부터 식당은 물론이고 여행일정까지 완벽하게 계획을 세웠다. 지역과 테마를 고려해 첫째 날은 불국사-석굴암-문무대왕릉-감은사지-보문단지를 도는 일정으로, 둘째 날은 대릉원-첨성대-석빙고-국립경주박물관-분황사-황룡사지-동궁과 월지를, 셋째 날은 포석정지-오릉-무열왕릉-김유신장군묘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계획의 반도 실천하지 못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돌아다녀야 하는 데다 지도나 휴대전화 앱을 활용한 이동시간도 계획과는 완전히 달랐다. 차가 막히기도 하고 아이들이 조금 걷다가 다리가 아프다며 보채서 중간중간 쉬어야 했고, 길에서 파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지체하기 일쑤였다. 더구나 마지막 날에는 비까지 내려서 계획에 전혀 없던 체험형 화조원을 갔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곳은 계획에 전혀 없던 이곳이었다.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방송도 마찬가지다. 녹화준비가 아무리 완벽해도 막상 녹화를 시작하면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긴다. 그래서 리허설이 꼭 필요하다. 1인 강의 형태로 7~8분 분량의 방송시간을 맞추려면 200자 원고로 2800자 내외면 된다. 며칠에 걸쳐 글자 수를 삭제하거나 늘리고 거기에 맞춰 다시 내용을 수정해서 스튜디오에 가면 또 다른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출연자의 글을 읽는 속도다. 녹화 때 출연자가 작성한 원고를 프롬프트라는 기계에 띄우고 강의할 때 참고하도록 하는데, 같은 2800자라고 해도 글을 빨리 읽는 사람은 6분 정도면 끝나버리고 글을 느리게 읽는 사람은 9~10분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원고를 수정하든지, 연습을 통해 출연자의 글 읽는 속도를 조정해야 방송시간을 맞출 수 있다. 리허설 즉, 연습이 중요한 이유다.

언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여자 아이돌이 출연했다. 연습실에서 안무연습을 하는데 운동화가 아니라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무대에 오를 때는 하이힐을 신는데, 연습할 때 운동화를 신으면 실제 무대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연습을 실전처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도 실전에선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생긴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고 그 연습은 실전과 같아야 한다. 지난해 한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녹화 전 사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비상출격 지시가 하달되면 3~5분 안에 출격준비를 끝내야 한다. 이 시간 동안 격납고로 달려가서 헬멧 및 하네스를 착용하고 비행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위해 사다리를 어느 발부터 밟고 올라갈지, 하네스를 착용할 때는 어느 쪽 팔부터 끼울지 몸에 익숙해서 저절로 움직일 수 있도록 초 단위로 맞춰 훈련을 한다.”

얼마나 연습을 반복하면 몸에 익어서 저절로 움직이게 되는 걸까? 이런 장병들이 있어 오늘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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