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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 기념일’이었다. 서울에서 정부 행사가 있었지만, 같은 날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도 뜻깊은 행사가 펼쳐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군 예비역 간부와 그 가족들로 구성된 합창단 ‘코리아 베테랑 코랄’이 그곳에 잠들어 있는 용사들이 생전에 불렀던 군가를 그들의 언어로 불러준 것이다. 연주회나 행사에 으레 자리하는 귀빈이나 관중은 없었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용감히 싸우다 잠든 2309명의 용사가 주빈이었기 때문이다. 이날의 연주회는 그곳에 잠든 용사들을 위한 것이었기에 일반인은 전혀 초청하지 않았다.
이날 연주된 곡은 당시 유엔군 용사들을 위해 불렀던 우리 군가 ‘연합군 환영가’를 비롯해 영국, 터키,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미국 등 7개국 군가 8곡이었다.
당시 영국군이 불렀던 군가 ‘Ghost Army of Korea’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만주 땅 아래 있는 작은 점, 하느님도 잊은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다하려 한다.”
또 캐나다 군가 ‘A Young Canuck Soldier’에는 “휴가를 받아 도쿄로 가려 했지만, 군복에 묻은 진흙과 피 때문에 가지 못한다. 이곳에서 임무를 완수한다”는 구절도 있다. 치열했던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합창단원 모두는 이런 곡을 연습하며 한국이라는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군의 희생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유엔군 용사들은 무엇을 위해 이 땅에서 피를 흘리며 싸웠을까? 그것은 ‘자유’다. 오늘날 프랑스 국민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프랑스대혁명’의 대명제도 ‘자유’다.
예수님이 자신의 몸을 내어준 것도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다.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한 번도 가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나라와 국민의 ‘자유’를 위해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그들은 잠들었다. 알지도 못한 이 땅에 잠든 지 70년! 그동안 다시 부르지도 듣지도 못했던 그들의 노래를 우리가 대신 불러준 것이다.
하늘도 감동했을까? 아침부터 계속 내리던 비가 그 순간만큼은 기적같이 멈췄다. 자신들의 노래를 듣고자 하는 용사들의 바람이 하늘에 전해졌으리라. 미숙한 언어였지만 세찬 비를 뚫고 계룡에서 부산까지 달려가 힘써 노래한 우리의 진정도 전해졌으리라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나라 용사들의 노래가 유엔기념공원에 울려 퍼져 그들의 희생으로 선물한 ‘자유’가 이 땅에 잘 자라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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