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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 견장일기]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지휘관

기사입력 2020. 07. 30   15:20 입력 2020. 07. 30   15: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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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 석 
육군8군수지원단·대위
“이건 어떻게 할 건데? 이 부분은 생각해 봤어?”

소대장을 마치고 탄약대대 정보작전장교로 보직된 후, 대대장실에 결재를 받으러 가면 어김없이 듣던 말이다. 당시에는 야근까지 해가며 작성한 문서인데 대답을 못해 야단을 맞으니 화도 났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생각하지 않는 참모’였다. 누군가가 작성해둔 양식, 상급부대 안(案)에 현황만 채워 넣고 결재를 받으러 가기 일쑤였고,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문득 ‘어떻게 하면 대대장님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결재를 받기 전 내가 작성한 문서를 보며 대대장님이 하실 질문을 미리 생각하면서 답을 찾았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인지 대대장님은 내가 작성한 문서에 날카로운 질문 대신 온화한 미소로 결재를 해주셨다. 이렇게 키운 ‘생각하는 힘’은 다음 보직인 정비대대 운영과장 임무를 수행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

얼마 전, 정비대대 운영과장직을 마치고 본부중대장으로 취임하며 다시 녹색 견장을 달았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했던 소대장 시절의 나는, 우리 소대에 부여된 임무를 ‘왜’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단지, 해야 하니까 소대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시키는 지휘자’였다. 그때 그대로라면, ‘해야 하니까 하는’ 중대장이 될 게 뻔하다.

나는 지휘관의 결정에 따라 부하들의 소중한 시간이 사용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나의 판단으로 내려진 결정과 명령에 수많은 중대원들의 시간이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하니 새삼 어깨에 단 녹색 견장이 무겁다. 결국 더 좋은 생각이 더 좋은 지휘관, 부하의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는 상관을 만드니, 녹색 견장의 무게를 견디는 방법은 이 방법뿐인 것 같다.

취임식 날 대대장님께서 견장을 달아주며 ‘장교는 자신의 개념을 갖고 실천해서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이라고 지도해 주셨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생각을 하는 ‘개념’ 있는 지휘관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 본부중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항상 옳은 선택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왜’, ‘어떻게’ 임무 수행을 해야 하는지 항시 생각하고 고민하면 우리 중대가 갈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생각하지 않는 참모’에서 ‘생각하는 중대장’에 이르기까지, 나의 성장을 되돌아보고 눈앞의 중대원들을 다시 보니 새삼 각오가 새롭다. 더 좋은 생각, 더 많은 생각으로 나의 개념을 갖고 실천해서 중대원들의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는, 더 나은 지휘관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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