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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독자마당] 잇기 위해 잊지 않겠습니다

기사입력 2020. 07. 20   15:44 입력 2020. 07. 20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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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한민고등학교 교감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민고등학교는 잦은 이동과 전학으로 어려운 교육환경에 처해 있는 군인 자녀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자 지난 2014년에 개교한 학교다. ‘나라를 사랑하고 함께 나누며 미래를 준비하는 한민인’이라는 교훈에서도 알 수 있듯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주는 것은 본교의 가장 소중한 교육목표다.

이를 위해 매년 6·25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를 해왔는데, 참전용사들이 연로하시다 보니 해가 갈수록 행사 참석자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자칫 잊힐 수도 있는 6·25 참전용사들의 삶을 기록하여 우리 후손들이 당신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6·25 참전용사 자서전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선 지역에 계신 6·25 참전용사들을 찾아뵙고 이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를 말씀드린 후 당신들의 삶을 학생들이 소개하고 기록하는 데 동의를 구했다. 학생들은 6·25 전쟁을 역사책으로만 배워 왔기에 참전용사들의 삶을 이해하려 해도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6·25 전쟁과 관련된 사료·영화·소설 등을 함께 읽고, 보고, 토론하며 인터뷰를 준비했다.

학생들의 긴장과 설렘과는 달리 인터뷰에 응한 참전용사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담담했다. 그러나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는 목소리에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관통해 온 고뇌와 슬픔, 좌절과 절망이 묻어 있었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짓고, 전우들을 떠나보낸 순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참전용사들의 삶이 여느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감동적이었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솔직히 한 사람의 삶을 글로 옮기면 얼마나 많은 분량이 나올지 걱정이 됐지만, 막상 녹취를 해 보니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참전용사들의 기억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분발해야만 했다. 학생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하루하루가 다른 참전용사들의 건강이었다. 실제로 자서전을 준비하는 동안 돌아가신 참전용사도 몇 분 계셔서 결국 고인의 가족들에게 자서전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와 번영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조국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던 애국심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들은 우리가 당신들의 삶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물론, 보훈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묻고 있다. 필자 역시 교육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보훈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낀다. 본교의 ‘6·25 참전용사 자서전 제작 프로젝트’는 보훈 교육의 일환이며, 나라사랑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올해 6·25 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본교에서는 그간 발간했던 6·25 참전용사 자서전들을 통합본으로 재발간해 지난달 6·25 즈음에 생존해 계신 분들께 전달해 드렸다. 이제 학생들은 역사책 안에 갇혀 있던 6·25 전쟁을 살아있는 역사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뜨거운 애국심을 잇기 위해 당신들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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