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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독자마당] 저는 해병병장 임동원의 딸입니다

기사입력 2020. 07. 06   16:39 입력 2020. 07. 06   16: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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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선 영 
도솔산지구전투 전사자 고(故) 임동원 해병병장 자녀


저의 아버지는 해병대 4기로 6·25전쟁에 참전해 강원도 양구 도솔산지구전투에서 전사하신 임동원 병장입니다. 때로는 원망스럽고 때로는 사무치게 그리웠던 아버지의 이름을 자랑스러운 영웅의 이름으로 되새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1951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주위에서 부모 없는 아이라고 놀릴 때면, 온종일 울면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아버지는 적과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울지 말아라”라며 다독여 주셨지만 저는 그저 “왜 나 혼자 남겨두고 돌아가셨을까?”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저도 가정을 꾸리고 바쁘게 살다 보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잊혀져 갔습니다. 그러던 2002년 어느 날 TV에서 ‘전사자 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우연히 본 후,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신청했습니다.

며칠 후 국방부로부터 “아버지는 무연고 전사자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어 계신다”는 전화를 받고 남편·아들들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뵈었습니다. 묘비에 적힌 아버지의 이름을 보자마자 감정이 벅차올랐고, 연신 절을 올리며 늦게 찾아뵈어 죄송하다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태어난 지 52년 만에야 아버지를 뵐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해병대사령부와 해병대 3·4기 전우회를 통해 아버지께서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작전 등에 참전하셨고 1951년 6월 6일 도솔산전투에서 전사하기 전까지 누구보다 용감하게 싸우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원망스럽고 사무치게 그립기만 했던 사람에서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우리 가족의 영웅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난 6월 아버지의 제사를 모신 며칠 후, 해병대 9여단에서 전사자 호명식을 진행한다며 참석 여부를 묻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생각에 당연히 참석한다고 했고, 행사 전날까지 가슴이 들뜨고 벅찼습니다.

그렇게 6월 25일이 되었습니다. 하늘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지 하염없이 비가 내렸고, 저 또한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울었고, 자랑스러움으로 울었고, 고마움으로 울었습니다.

아버지와 전사자분들을 잊지 않고 2114명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끝까지 불러준 해병대 장병들이 고마웠고, 함께 싸우다 전사한 전우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노병들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볼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분들을 끝까지 잊지 않고 나라의 영웅으로 모시며, 그분들의 유해와 영웅담을 모든 유가족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나의 아버지 임동원 병장! 저는 당신의 딸 임선영입니다.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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