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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독자마당] 곤란의 힘

기사입력 2020. 07. 01   16:21 입력 2020. 07. 01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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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2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올해 1월 1일 예비군지휘관으로 임용된 새내기 동대장이다. 임용 이후 업무를 잘 모르는 까닭에 하루하루가 곤란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와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예비군 업무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곤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법정 마음의 온도』(김옥림 저)에 나오는 ‘곤란의 힘’을 떠올리곤 했다. ‘곤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하는 입장, 상황, 조건 등이 좋지 않아 어렵거나 까다로운 상태’다. 어려움을 뜻하는 단어인데 이 속에 힘이 있다니, 그게 무슨 의미일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곤란한 일을 겪게 된다. 특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업무를 매일 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예비군지휘관이 되기 전, 나는 시험에만 합격하면 꽃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가득 안고 있었다. 그러나 임용 후 동대 생활의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교육기관에서 배웠던 수많은 내용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고, 머릿속은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다. 조언해 주는 인접 동대장님의 말은 왜 그렇게 빠르고, 몇 번의 설명을 들어도 돌아서면 이해가 되지 않는지…. 한마디로 생소한 업무에서 오는 두려움과 부담감이 나를 엄습해 왔다.

심지어 가끔 걸려오는 예비군 민원 관련 전화벨 소리에도 덜컥 겁이 났다. 민원인에게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도 막막하기만 했다. 이렇듯 나의 동대장 생활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업무를 기록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근 예비역과 인접 동대장에게 물어가며 업무 내용과 처리절차, 상급부대 지침 등 실수했던 것까지 포함해 매번 자세히 기록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작은 메모로 시작한 그 기록은 제법 많은 양의 업무 가이드북이 됐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이 생긴 것이다. 나는 지금도 업무를 배워 나가는 과정이지만, 부여된 임무를 하나씩 해결해가며 작은 뿌듯함을 느낀다.

사람에 따라 곤란에 대처하는 자세는 다르다. 개개인의 성격이 다르고, 위기 대처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위에 말한 책에서 법정 스님은 곤란이 없으면 자만이 넘치고, 남의 사정을 모르며, 사치해진다고 했다. 곤란을 겪고 자신의 부족함이나 못난 점을 사무치게 느껴야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본다고 한다.

지역방위사단에서 예비군지휘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곤란을 겪으며 보낸 지난 수개월은 긍정의 힘이 돼 나의 부족함을 깨우치고 임무 완수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 업무를 스스로 주도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곤란을 딛고 일어선 한 명의 새내기 예비군동대장은 오늘도 이런 믿음과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힘찬 하루를 시작한다!

이 민 우 
육군56사단 독수리연대 창3동대장 
군무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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