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림 종교와삶] 하나 됨을 위해서

입력 2020. 06. 23   16:27
업데이트 2020. 06. 23   16:29
0 댓글
이예림 해병대9여단 인사참모실·대위·목사
이예림 해병대9여단 인사참모실·대위·목사

이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혼돈과 아픔이 있었지만, 위기를 통해 교훈도 얻었다. 개인적으로 배움이 되었던 것은 전쟁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이든 사회든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것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는 위기를 통해 배운 우리의 내면 상태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공짜로 받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일상의 소중함과 늘 함께하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알게 됐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미처 시선을 돌리지 않았던 사람이란 존재의 가치와 ‘우리’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데, 바로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비로소 보게 되는 것이다.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것 안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안정감’이다. 살면서 군대를 한 번 이상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매우 낯설고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과 사람을 만나는 곳이기에 누구나 어렵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만나는 병사들에게, 특히나 먼저 군 생활을 경험한 상급자들에게 필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처음이니 당연히 모르는 게 많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 후임을 같은 팀으로 함께 가려면 자기가 속한 이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느껴야 하고, 당연히 상급자인 네가 후임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하는 지금,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배움 안에는 사람이란 존재와 그로 인해 감사를 알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 어디에나 사람이 함께 있는 곳은 늘 갈등이 존재한다. 서로의 생각, 표현하는 방법, 사람의 개성이 참 다양하고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이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곳일수록 갈등을 잘 풀어가야 한다. 해결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사과를 잘 하면 된다. ‘사과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용서를 구하는 것’은 어떤 때는 나의 자존심을 내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과는 자신의 과오에 대한 죄책감의 표현도, 자기합리화도 아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깊이 살펴보며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수를 덮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면 그 팀은 균열이 생기고, 내부의 문제로 쉽게 무너지게 된다. 만약 우리의 실수와 약점을 고치기 위해 나의 자존심을 기꺼이 던질 수 있다면 그리고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면,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는 안전하며, 연결되어 있고, 우리에게 미래가 있음을 희망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