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오 기고] 세런디피티의 길을 떠나자

입력 2020. 06. 23   16:27
업데이트 2020. 06. 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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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오 합참사이버지휘통신부·육군중령
김찬오 합참사이버지휘통신부·육군중령

‘세런디피티(serendipity)’. 이 말은 뜻밖의 행운이나 의도하지 않은 발견을 의미하며 운수 좋게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능력을 말할 때 사용한다. 이를 두고 피터 드러커는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생각지도 못했던 목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과학계에서 세런디피티의 효과가 두드러지는데, 미생물을 배양하던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했고,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해 첫 노벨물리학상의 영광을 얻게 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경영 면에서 보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재미 삼아 차고에서 중고 책을 판 경험이 아마존의 시작이었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든 것에도 세런디피티가 녹아있음을 고백했다.

이러한 뜻밖의 선물인 세런디피티를 통해 인류는 발전했고, 개인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그렇다면 개인과 군 조직에 세런디피티의 행운이 깃들게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세런디피티가 지속된 반복행위, 다양한 실험조건, 세밀한 관찰능력이 결합됐을 때 발휘될 수 있다는 조건에서 본다면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자원들로 이루어진 우리 병영은 세런디피티가 발휘될 수 있는 최적의 장(場)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실패 속에 숨어있는 창조를 찾아낼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게으름일 뿐이다. 또 TV나 스마트폰의 액정에 갇혀 수동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런디피티의 기회를 기대할 수 없다.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어리석음을 버리고, ‘덕후’의 마음가짐으로 끝없이 시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와 다양한 만남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공상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계속 표현하고, 반복해서 그려보고, 끊임없이 만들어 보는 것이 세런디피티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이다.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론을 빌리면, 실패라는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게 되는데 선이 만들어졌음을 자각하는 시점이 세런디피티가 될 수도 있다. 비록 점을 하나씩 그릴 땐 아득하고 길을 잃은 듯하지만, 이런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이러한 선이 모여 모양이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똑같은 실패와 반복 속에서 의미와 다름을 구별하면서 헛다리를 짚더라도 먼 길을 돌아갈 수 있다는 과감함을 보여야 한다.

셋째, 조직적인 면에서 내적으로 건강한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를 갖춰야 한다. 경직되고 소통이 부족한 조직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한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건강한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혁신이 필요한 조직은, 창조가 시행착오라는 단계를 거쳐야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새로운 시도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을 찾는 것을 세런디피티에 비유한다면, 먼저 이를 위해 네 잎 클로버의 생태 환경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것이 있음 직한 풀밭으로 뛰어가 끊임없이 네 잎 클로버를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유레카’라는 이름으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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