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버전보기

국방일보

2020.10.01(목)

속보 보러가기
오피니언  < 견장 일기

[윤종욱 견장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입력 2020. 06. 11   17:07 입력 2020. 06. 11   17:10 수정

페이스북 바로가기 트위터 바로가기 카카오톡 바로가기

윤종욱 육군56사단 비룡연대·중령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복 받은 대대장입니다.” 매일 아침 주문을 외우듯 감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과 중에도 매 순간 감사한 점을 찾고, 이를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생활하다 보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사하기 힘든 일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생긴다. 어려운 상황에서 불평을 먼저 늘어놓게 되는 이유는, 화나는 상황에서 화를 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인인 우리는 짜증이 치미는 상황에서조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다.

매 순간 감사한 점들을 찾으려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의 감정 기복이 확연히 줄어들고 마음을 지키는 게 쉬워진다. 즉, 마음의 회복탄력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단순한 ‘상황’으로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점을 찾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 마음은 ‘회복’을 시작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고 이전의 건강한 심리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 해결방법에 집중하는 것이다.

반대로, 화나는 상황에서 불평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한 상태에서 ‘문제 해결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므로, 하나의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은,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도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이 바로 매 순간 ‘감사한 점’을 찾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병력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더욱 신경이 쓰이고, 필연적인 부대운영 조정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까지 절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해 보자 다짐했다. “오늘도 우리 대대원 모두 이상 없이 건강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렇게 부대운영이 조정되니 이런 좋은 점이 있구나.”…. 예전 같으면 오전 내내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을 텐데,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점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니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힘든 상황 앞에 마음이 무너지기는커녕 어느새 회복해 문제와 맞서 이겨낼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감사하는 태도로 생긴 긍정 에너지는 내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주임원사·중대장·행보관들은 내가 그들에게 표현한 감사와 신뢰에 늘 기대 이상으로 부응해줬고, 그들이 용사들에게 하는 말과 행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용사들의 일상까지 전파되니, 이제 우리 대대는 어떤 임무 앞에서도 ‘그 정도는 문제없지!’라는 적극적인 태도로 도전하게 됐다.

감사할 만한 일이 생겨서 감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때 우리는 행복해질 것이다. 내게 감사가 가진 강력한 힘을 알게 해준 사랑스러운 용사들과 든든한 간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나는 정말 행복한 대대장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0

의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