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중심 소규모 전투… 변수는 ‘중립 몬스터’

입력 2020. 06. 04   15:39
업데이트 2020. 06. 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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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워크래프트 3 - 게임 플레이와 관전의 핵심


적 잡아낼 때마다 영웅 경험치 획득
강력한 공격력·방어력 갖춰
개별 유닛 생사 여부에 전투 요동

 
중립 몬스터 ‘크립’ 사냥 성공하면  
경험치·추가골드·아이템 획득

 
동선·의도·상황 끊임없이 계산
두 플레이어 전략 다양성에 재미


‘워크래프트3’에서는 적뿐 아니라 중립 몬스터도 사냥할 수 있다. 전력이 약한 초반에 어떤 사냥 동선을 택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크게 갈리기도 한다.  필자 제공
‘워크래프트3’에서는 적뿐 아니라 중립 몬스터도 사냥할 수 있다. 전력이 약한 초반에 어떤 사냥 동선을 택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크게 갈리기도 한다. 필자 제공

    
‘워크래프트3’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대략적인 구성은 ‘스타크래프트’ 등과 유사하다. 전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톱뷰 시점으로 살피고, 자원을 모아 건물을 짓고 전투유닛을 뽑아 적의 본진을 파괴하면 승리한다. 그러나 ‘워크래프트 3’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들을 추가하며 기존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만들어낸다.

  
유닛을 살리는 플레이가 운영의 기본

워크래프트3 게임 플레이의 핵심에 자리한 개념은 ‘영웅’이라는 존재다. 생산 시점부터 죽는 순간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는 일반 유닛과 달리 영웅 캐릭터는 매우 값비싸고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지며 동시에 전투 경험이 쌓일수록 레벨이 올라가는 특성을 가진다.

적을 잡아낼 때마다 일정한 경험치를 획득하는 영웅 캐릭터는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공격력과 방어력 같은 기본 수치가 올라갈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기존의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일반 유닛들과 달리 영웅 캐릭터의 기술은 제대로 들어갈 경우 전황을 한 번에 뒤집어낼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워크래프트3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유닛이 된다.

적을 잡으면 경험치를 받는다는 점은 이 게임의 전황을 기존의 전략시뮬레이션게임과 크게 다르게 만들어낸다. 기존의 전략시뮬레이션에서 자주 사용되던, 값싼 유닛을 대규모로 양산해 적을 물량으로 몰아붙이는 전술은 대단히 위험해진다. 유닛의 숫자가 많을수록 적의 공격에 의해 죽어 나갈 확률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냥 유닛이 죽는 게 아니라 적에게 경험치를 넘겨주면서 죽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공격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적의 영웅은 크게 경험치를 쌓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점 때문에 워크래프트3에서는 내 유닛을 최대한 살리는 플레이가 중심에 자리한다. 아군 유닛 전체의 상황을 체크하며 체력이 거의 떨어진 유닛을 순간순간 후방으로 돌려야 한다. 동시에 적의 영웅이 핵심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견제를 걸고, 내 영웅은 최대한 살아남는 스킬을 효과적으로 쏟아내는 플레이를 만들어야 한다.

영웅이라는 강력한 캐릭터가 중심이 된 병력 구성은 그렇기에 대규모 교전보다는 소규모 병력으로 구성된 기동력 높은 형태로 이루어진다. 소모전이 적에게 주는 어드밴티지가 높기 때문에 불리한 전장에서 최대한 빠르게 이탈하고 유리한 국면에서 적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기동력은 워크래프트3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가 된다. 1~2기의 영웅을 중심에 두고 이들을 보조하며 싸우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병력이 맵 곳곳을 돌아다니며 적의 위치와 의도를 파악하는 전략적 머리싸움이 워크래프트3의 공방전을 구성하는 중심에 자리한다.

  
물고 물리는 전략의 회전

영웅 중심의 소규모 전투라는 점은 워크래프트3의 전장을 대규모 전쟁의 국면보다는 마치 판타지 소설에서 볼 법한 파티급의 대결 국면으로 만들어낸다. 유닛 하나하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전투는 그 개별 유닛들의 생사 여부에 따라 크게 요동친다.

이는 비단 전술적인 영역뿐 아니라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워크래프트3에서 전투는 오직 적 플레이어와만 벌이는 것은 아니다. 맵 곳곳에 흩어져 있는 ‘크립’이라고 불리는 중립 몬스터를 공격하는 일도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 된다. 영웅 한 기와 전투유닛 몇 기밖에 없는 초반에는 적 본진을 공격하기 어렵지만, 맵 구석구석 중립 몬스터들의 공격이 가능하고, 이들을 사냥하는 데 성공하면 경험치와 추가 골드, 그리고 영웅이 사용 가능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립 몬스터의 존재로 워크래프트3는 마치 롤플레잉 게임 같은 국면을 얻지만, 여전히 적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대전 게임이다. 방심한 채로 그냥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리다가는 내 위치를 짐작하고 몬스터와 전투 중인 틈을 노려 찔러 오는 적과 몬스터 사이에서 그대로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 대놓고 내가 사냥하기보다 적의 사냥 타이밍을 찌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적의 견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은 더욱 전략적인 선택지로 들어차게 된다. 적의 동선과 의도, 상황을 끊임없이 계산하며 움직이는 두 플레이어의 움직임은 최소한의 동선과 자원 활용으로 이어지며 게임의 양상을 끝도 없는 다양성의 영역으로 밀어넣는다.


영웅 유닛은 경험치를 통해 성장하며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지만, 한 번 죽으면 오랜 부활시간을 소모하는 통에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 꾸준하게 영웅을 살려가며 경험치를 쌓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필자 제공
영웅 유닛은 경험치를 통해 성장하며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지만, 한 번 죽으면 오랜 부활시간을 소모하는 통에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 꾸준하게 영웅을 살려가며 경험치를 쌓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필자 제공



롤플레잉과 전략의 가운데…색다른 전략

그렇기에 워크래프트3의 e스포츠 관전은 그냥 보기에는 꽤나 난도가 높은 편이다. 다른 게임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이 게임은 선수의 병력 이동이 갖는 의미에 대한 해설이 덧붙을 때 좀더 흥미로워진다. 초심자가 그냥 화려한 전투만을 구경하다 보면 분명 이긴 것 같은데도 패배하는 결과를 보며 의아해할 수 있는 구석들이 적지 않다.

다행히 많은 경우, 경험 많은 해설자들이 주요 경기에 붙어 충실한 설명을 곁들여주고 있고, e스포츠 선수들의 개인 스트리밍 방송에서도 가급적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초심자의 관전이 완전히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 판 정도 흐름을 따라가며 관전하다 보면 저절로 두 플레이어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며 그 결과를 궁금해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은 상대 플레이어의 상황을 모르는 반면 관전자는 두 상황을 모두 알기 때문에 벌어지는 흥미로운 상황들, 이를테면 A플레이어의 영웅 경험치가 쌓여 궁극기가 열린 상황을 B플레이어가 모르고 뒤에서 추격하여 덮치는 상황을 본다거나, 몬스터 사냥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아이템을 얻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상황에서의 조우 같은 장면들은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과 흥분을 선사한다.

판타지 롤플레잉과 전략시뮬레이션의 중간지점 어딘가라는 색다른 포지션을 통해 만들어내는 워크래프트3 게임과 e스포츠는 그래서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운영과 기동을 통한 전략적 재미를 훌륭하게 뽑아낸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된 영웅 서사의 재료들을 가지고 훌륭한 드라마를 뽑아내는 최고의 선수들이 워크래프트3 e스포츠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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