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적 과학화 훈련장, 의미와 발전 방향

입력 2020. 06. 02   08:59
업데이트 2020. 06. 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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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논단 1803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진아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ayjin@kida.re.kr

김경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goni@kida.re.kr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국방일보 DB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국방일보 DB


 우리 군은 2012년도부터 실전적 과학화 훈련장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실기동과 사격, 시뮬레이터, 워게임을 통합해서 훈련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사업의 배경과 필요성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전장환경에 대비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피해와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세심하게 살피고 완성도를 높인다면, 스마트국방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군의 교육훈련 환경은 녹록지 않다. 날씨나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어려움 말고도 지역 주민에 불편을 끼치지 않는 훈련장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다. 실제로 사격 훈련 과정에서 민간에게 피해를 주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하려는 노력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기동하고 사격하는 것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실제와 가상훈련이 조합되어야,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 군이 실전적 과학화 훈련장을 추진하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훈련’은 부대훈련을 의미한다. 학교와 같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교육이고, 실제 전투에 직결되는 교리(Doctrine)와 작전계획(Operational Plan)을 숙달하게 하는 것이 훈련이다. 교리를 통해 표준화된 부대 운용개념과 방법을 숙지하고 적의 침략이나 도발을 예상하고 구상한 작전계획대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훈련은 전투준비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나 도구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예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전통적인 방식은 전투가 예상되는 실제 공간에서 실제 장비를 가지고 실제 병력이 교리와 계획에 따라 작전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훈련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 시간, 비용 등의 자원이 많이 소요되지만, 쌍방 교전 등의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훈련 중 유탄이나 도비탄 (총탄이 바위나 단단한 물체에 맞고 튀어 날아간 것), 소음, 화재, 분진 등으로 인해 인명이나 장비의 피해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훈련 시뮬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그래서 시작됐다. 체계를 구체화시킨 것은 미국이었다. 기본적인 요소는 ‘LVC’로 일컬어지는 실기동(Live) 시뮬레이션, 가상(Virtual) 시뮬레이션, 워게임 (Constructive) 세 가지다. 실기동(Live)시뮬레이션은 가상적인 상황에서 사람 이 참여하는 것을 말하는데, 실사격 훈련이나 야외기동훈련이 그것이다. 가상(Virtual) 시뮬레이션은 사람이 참여하지만 실제로 사격이나 기동을 하지 않고 모의장비로 하는 것을 말한다. 비행·화 력·통신 등의 전문 분야에서 임무 숙달 연습을 위해 핵심역할에 사람을 참여시키는 시뮬레이터 훈련이 여기에 해당된다. 요즘에는 항공기나 유도무기를 획득할 때 시뮬레이터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워게임(Constructive) 시뮬레이션은 물리적인 훈련이 아니라 컴퓨터로 조작하는 것으로, 모의 시스템에서 사람이 입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알고리즘이 산출한다. 초기에는 미군에서 개발한 모델(CBS2))을 활용했는데, 이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발한 것이 창조21과 전투21이다.

처음에는 이 세 가지 요소들은 분리되어 있었고 연계가 어려웠다.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들을 통합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국에서는 게임(Gaming)분야를 추가한 LVCG훈련, 합동훈련에 초점을 맞춘 JLVC4)훈련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워게임 시뮬레이션과 실기동 시뮬레이션을 통합한 것은 1976년부터 시작된 팀스피리트 훈련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의 훈련 시뮬레이션 체계를 도입하여 수행한 것이다. 우리 군이 자체적으로 ‘LVC통합훈련’ 또는 ‘과학화 훈련’을 시작한 것은 KCTC가 도입된 2005년 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실기동 전투사격 훈련이 가능한 기존의 권역화된 훈련장에 과학화 훈련체계를 도입한 것으로, 마일즈(MILES5)) 장비와 훈련계측체계를 이용하여 보병부대 간의 쌍방 교전을 통해 전술훈련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KCTC는 산악전 위주의 보병 부대 훈련이 중심이고, 소요에 비해 수용 능력에 제한이 있었다. 또한,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모의 쌍방 교전이 실사격과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군단·사단급 ‘실전적 과학화 훈련장 구축 사업’이다. 기계화, 기갑 부대를 포함해 기존의 군단·사단급 15개 훈련장을 대상으로 2012년에 착수되었다. 권역화된 실전적 훈련장, 특히 군단단위 제병협동훈련장, 사단단위 전술종합훈련장을 과학화 훈련장으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니만큼 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잘 들여다봐야 한다. 몇 가지를 살펴본다.

LVC 통합을 보다강화해야 기존 과학화 훈련체계인 마일즈장비, 실전적 과학화훈련장, 가상현실·증강현실 기반의 모의훈련체계 등의 상호연동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호연동성 강화의 좋은 예로서, 미 육군 전력사령부(FORSCOM)의 기지 가운데 하나인 Fort Bliss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Fort Bliss훈련 장은 공간을 양분하여 한쪽 공간은 실제 훈련장 부지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가상 시뮬레이터 속에 구현했다. 이를 통해 한쪽에서는 실제 전차의 사격이 이루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상으로 재현된 공간에서 전차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훈련을 실시한다.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보다 다양한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실사격과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합했을 뿐만 아니라 워게임까지 할 수 있게 확장했다.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기존 훈련에 비해 상위의 제대급을 대상으로 전투지휘훈련과 전술훈련을 실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호환 프레임워크인 LVC-ITE(Integrated Training Environment)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개별 체계와 시스템의 연동을 통해 실기동(L)과 가상모의(V) 훈련 상황을 워게임(C)에 구현해야 한다. 기존의 훈련장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과학화 훈련 체계들을 통합하고, 새로 구축하는 훈련장에서는 하나의 체계 형태로 LVC 통합 훈련체계를 구축하면 될 것이다.

훈련장 운영유지를 전문적으로

훈련장 운영유지의 핵심은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소수의 간부와 병이 운영유지를 전담하고 있는 반면 미군은 전직 군인, 체계운영 업체의 민간인 등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8군의 로드리게스 훈련장은 주한미군 한국근무단 (KSC7))의 130명이 상주하여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고, 체계 유지보수를 위한 민간 업체 인원 50명이 따로 있다. 승진 훈련장에 약 20명이 시설과 체계의 운영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것과 비교된다. 단기적인 비용보다 장기적인 관리운영과 체계유지보수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신규 무기체계가 속속 도입되므로 훈련환경도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여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관리 로드맵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운영유지 예산과 인력이 필수다.

훈련부대의 능동적인 참여가 중요

실전적 과학화 훈련장은 자동화 설비를 활용하여 표적기 수량, 위치, 노출 시간, 순서 등에 따라 다양한 공격·방어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훈련부대가 작전 투명도와 표적 일람표 등의 작전상 화력계획 및 표적 시나리오를 사전에 작성해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8군의 로드리게스 훈련장을 다시 보자. 이곳에서는 훈련 부대가 작전개념, 위험관리문서, 표적 동작순서 시나리오 등을 직접 작성하여 훈련 45일 전에 온라인으로 제출하게 하고 있다. 훈련장의 최대 이용 가능 기간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고 훈련 계획에 따라 1~3개월 동안 훈련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승진 훈련장의 최대 훈련기간은 1주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과학화 훈련장들이 순차적으로 구축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제한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기간을 보장해야 사후검토 결과를 환류시킨 반복 훈련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장기 훈련모델을 만들어 실제 작전환경을 다양하게 반영한 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과학화훈련장 구축이 2032년까지 이어지므로 여건은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훈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훈련을 제외한 행정소요는 훈련장 관리를 전담하는 민간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고, 해당 부대는 사전에 제출한 계획을 바탕으로 결과를 검토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맺음말

부족한 훈련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대응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기존의 훈련장은 전투사격을 목적으로 조성되었으나 고정된 환경으로 인해 단조로운 훈련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전적 과학화 훈련장에 자동화된 표적기와 통제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표적기의 수량, 위치, 노출 시간, 순서 등을 조절하면 다양한 전투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 실시간 전투지휘 능력과 상황조치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더 효과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 현대의 전장영역은 지상·해상·공중·사이버·우주 등 다차원 영역으로 확장되고, 재래전·비정규전·비대칭전 등 다양한 양상이 혼재하는 하이브리드전이 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실전적 과학화 훈련장은 스마트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전통적인 훈련방식에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다는 의미, 지역주민의 피해와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을 포함해서다. 우리 군의 훈련환경을 세심하게 짚어보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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