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이 최초로 저위력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을 실전 배치했다는 내용이 각종 언론에 보도돼 주목을 받았다. 이 기사를 보면서 문득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 나오는 말이 생각났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미합중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미국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함장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잠수함은 뛰어난 은밀성과 생존성을 바탕으로 국가수호의 첨병 역할을 하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 무기체계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의 해군 강국은 강한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도 1970년대부터 잠수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잠수함 도입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해군 창설기에 손원일 제독께서 아무것도 없이 우리 해군의 모체인 해방병단을 창설하신 것처럼 당시에 우리는 잠수함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기술도 없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으로 잠수함 도입 계획이 수차례 번복되는 어려운 상황까지 발생했다. 우리 해군에는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목표에 대한 엄청난 열정으로 결국 국내에서 직접 소형 잠수함을 건조하게 됐고, 1990년 6월 1일 해군의 첫 잠수함부대인 제57잠수함전대가 창설됐다.
30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부대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지난 30년 동안 지구 129바퀴를 도는 거리인 280만 마일의 안전항해를 달성했다. 또 다양한 연합훈련에서 거둔 혁혁한 성과와 함께 국제잠수함 교육과정을 개설해 전 세계 10여 개국 외국 잠수함 승조원을 가르치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재래식 잠수함의 모범운영 국가로 거듭났다.
그뿐만 아니라 설계에서부터 건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기술로 만든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운용하게 됐으며, 이렇게 뛰어난 잠수함 건조·운용 능력으로 외국에 잠수함을 수출해 국익증진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잠수함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최고의 기술력이 필요한 무기체계인 잠수함 운용을 30년 만에 이렇게까지 발전시킨 나라는 단연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30년 전 처음 잠수함부대를 만들고 이후 독일에서 잠수함 교육을 받던 우리의 잠수함 선배님들이 지금 잠수함사령부를 보면 크게 감동하고 또한 감출 수 없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실 거로 생각한다.
잠수함사령부의 정문을 들어오면 ‘꿈, 도전, 창조’가 적힌 큰 조형물이 보인다. ‘꿈, 도전, 창조’는 우리 잠수함부대의 표어다. 대한민국 잠수함부대의 30년 역사는 저 세 단어만으로 고스란히 표현될 수 있다. 30년 전 잠수함 보유의 ‘꿈’을 꾸었고, 발전하기 위해 쉬지 않고 ‘도전’해 지금까지 달려왔으며,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잠수함부대를 ‘창조’해낸 잠수함사령부와 부대원들. 더할 나위 없는 30년이었다고 감히 자부하고 싶다. 이제 우리는 또다시 위대한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