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논단 1802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김홍철
정치학 박사
goodpilot21@yahoo.com
전·평시 작전통제권 전환의 적절한 시점과 결정요소 연구는 최근 안보상황 변화에 따른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이 이양된 이후부터 시작되어, 한미 간 전략적 이익의 변화, 국내 정책변경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논의되어 온 오래된 주제다. 이 글은 전·평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분수령을 이룬 다섯 번의 역사적 계기를 살펴보고 정책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찾아본 것이다. 한미동맹은 67년이라는 역사를 통해 수많은 제도적 장치들을 제공해 왔다. 이들을 통한 전작권 전환 추진이 한미 양국이 선호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임을 믿는다.
한미 국방부장관은 작년에 열린 5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2019. 11. 16)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보고, 2020년에는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평가하기로 결정했다. 1994년, 평시(이하 정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추진되어 온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이 마침내 결실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초에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했다는 점, 당초 제시한 3가지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고, 북한의 핵능력과 주변국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지금 진행하는 전작권 전환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평시 작전통제권 전환의 필요성과 시점에 대한 논쟁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정전시 작전통 제권 전환이 이루어졌던 1994년, 또는 최근에 와서야 집중적으로 논의된 이슈가 아니라 6·25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이 이양된 이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이후 한미 간 전략적 이익, 국내 정책 등 다양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았지만, 환수에 지향점을 두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 중 어느 한쪽이 제안한다고 기존 합의가 변경되거나 급조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란 점도 분명하다.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당사자들 간의 전략적 이익이나 입장을 제도적 장치인 회의체와 협의체를 통해 조율하고 합의해야 변경이 가능한 국가정책이기 때문이다. 시기를 중심에 놓던 것에서 벗어나 조건을 기초로 한 전작권 전환으로 방침을 변경한 것이 조율과 합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 남북 간 대화 추이와 비핵화 논의 진전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다. 전환 이후 한미의 지휘구조도 주도-지원의 병렬 관계였다가 미래사령부(Future Command)를 거쳐, 2018년에는 미래연합사(Future CFC) 형태로 바뀌었다.
작전통제권 전환 방향에 영향을 미쳤던 요소들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앞으로의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이 글을 쓴 배경이다. 먼저, 6·25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의 작전통제권 전환의 방향이 바뀌었던 시기를 살펴본다.
작전통제권 전환 과정의 다섯시기
작전통제권 전환 과정의 다섯 시기 첫 번째 시기는 지휘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한 6·25전쟁부터 닉슨 독트린과 카터의 주한 미군 철수 추진의 대안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된 1978년까지다. 두 번째 시기는 정전시 작전 통제권이 한국 정부로 전환된 1994년까지다.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의 스윙전략에 의해 주한미군 철수가 진행되고, 냉전 종식에 의해 넌-워너 수정안을 통한 해외 주둔 미군병력 감축과 구조개편이 제안되었던 시기다. 세 번째는 럼스펠드 독트린에 의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가 이루어지고 주한 미군도 계속 감축되면서,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 이행을 위한 전략적 전환계획(STP)을 수립하고 최초로 기본운용능력 검증(2009년)을 수행한 시기다. 네 번째는 2012년으로 결정되었던 전작권 전환이 2015년으로 연기되고, 중국의 급부상과 북한의 핵 위협 현실화에 따라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정책이 변경된 시기다. 다섯 번째는 지금이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 증가와 북한 핵·미사일의 미국 본토 위협 상황이 이어지고, 지휘구조를 미래사령부에서 현재의 연합사령부 체제를 유지하는 형태로 변경하면서, 합참의장이 미래사령관을 겸직하지 않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환의 요인과 함의
지난 시기를 일괄해 볼 때 정책적으로 중요한 함의는 다음 세 가지일 것이다. 첫째, 작전통제권 전환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 변화에 대한 우리 대응 노력과 함께, 두 나라의 이견이 한미동맹을 통해 성숙된 제도적 장치들로 조정되어온 과정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군을 고려한 상황은 첫 번째부터 세 번째 시기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베트남전 이후 닉슨 독트린과 스윙전략의 시행으로 미국의 전략적 중심이 유럽과 중동으로 전환된 것, 냉전 이후 동아시아 전략 구상(EASI)을 새롭게 구상한 것,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동시 수행하면서 안보제공의 한계를 실감하여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를 추진했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섯 번의 시기에 걸쳐 동맹 방기로 여겨질 수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안보정책결정(주한미군 철군, 감군 등)에 대해 우리가 아무 준비 없이 요구를 수용하며 자율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결을 시도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6·25전쟁 이후 미군의 감축은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전략에 따른 것이었고, 우리도 쉽게 예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 독자적으로 군사비를 증가시켜 왔다. 미군의 전략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이 이루어질 때마다(<그림 1> (a)), 국방비가 확연하게 증가해왔음을 실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b)의 파란색 원). 이뿐만이 아니다. 첫 번째 시기에서는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1976년부터 팀스피리트 등을 비롯한 한미 간 정기 연합훈련을 시행했고, 군사력 현대화 계획을 수립·시행해서 한국군의 전력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병행했다. 이후는 한미 연례 협의체(SCM, 1968년; 한미군사위원회의(MCM), 1978년)와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 2003년), 안보정책구상회의(SPI, 2005년) 등 다양한 협의체를 신설하여 반복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대비 방향을 주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다.
<그림 3> 민주화 지수와 세계 자유 지수
Economist Intelligence Unit(EIU)에서 매년 발표하는 민주화 지수를 보면, 한국과 미국이 2010 년을 기점으로 거의 유사해졌고, 2017년 이후에는 한국이 더 앞선 것으로 나타나 있다(<그림 3> (a)). <그림 3> (b)에서 보듯이 언론자유 정도를 보여주는 프리덤 하우스 지수(Freedom House Index)도 2012년 이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앞으로 국민과 언론의 관심과 감시가 철저해지고, 한미 간에 균형적이지 않은 정책을 결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심각한 청중 비용을 초래할 개연성이 더 커질 것이다. 전작권 전환의 추진 관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갑작스러운 중단이나 어느 한쪽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귀결되는 것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작권 전환은 한미가 동등한 입장에서 동맹의 이익 극대화 또는 최적화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진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본다.
맺음말
작전통제권 전환은 한반도의 안보를 한국군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구현이자,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국력과 위상에 부응하는 것이다. 향후 한미동맹을 상호보완적이며 미래 지향적으로 진화 발전시키는데 분수령 역할을 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현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작권 조기 전환’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2014년에 한미가 합의한 내용에 조건 및 검증평가 절차를 거친다는 거시적인 틀에는 바뀐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 연합사 구조를 유지하되 한국군 4성장군이 지휘하는 미래 연합사(Future CFC) 체제로 전환하고, 합참의장이 미래 연합사령관을 겸직하지 않도록 한 것, 연합사의 캠프 험프리스 이전 등의 중요한 변화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휘구조의 특성과 영향요소 등에 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 벨, 샤프 등 전 한미연합사령관들과 클링너(Bruce Klingner), 스나이더(Scott Snyder), 오핸른(Michael O‘Hanlon) 등 유명 인사들이 논의에 적극적인 것도 눈에 띈다. 미국에게 는 한국군 부대에 대한 모든 통제를 한국 정부에 이양하고, 미래연합사 체제를 통해 한국군 4성장 군에게 미군이 어디까지 지휘를 받아야 하는지를 제도적으로 약속하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미국이 추진하는 세계전략과의 연계성뿐 아니라 자국 내의 여론을 고려해야 하는 민감한 내용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미동맹 재단과 일부 학자들을 제외하고는 이에 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기를 희망한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긴 휴면기를 벗어나 작년에 전작권 전환을 위한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평가를 다시 실시했다. 이제는 역사상 최초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접근방식이 있겠지만, 한미 양국이 위협을 같이 인식하고 신뢰와 동맹의 정신이 투영될 수 있는 제도를 기반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미동맹은 67년이라는 역사를 통해 수많은 제도적 장치들을 제공해 왔다. 이들을 통한 전작권 전환 추진이 한미 양국이 선호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임을 믿는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 등 기관을 대표하는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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