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버전보기

국방일보

2020.10.01(목)

속보 보러가기
오피니언  < 견장 일기

[이인균 견장일기] ‘사람 냄새’ 나는 부대

기사입력 2020. 05. 21   16:08 입력 2020. 05. 21   16:12 수정

페이스북 바로가기 트위터 바로가기 카카오톡 바로가기
이 인 균 육군203특공여단 1대대·대위


“국가가 내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준 임무는 없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중대장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의 대사처럼, 군인인 ‘나’라는 존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특히 계룡대 방호와 작전사 기동 예비의 임무를 책임지는 백호 중대장으로서 항시 출동할 수 있는 전투준비태세를 확립하는 것, 이것만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책무이자 사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 상황과 ‘코로나 블루’ 등으로 인해 쌓여가는 중대원들의 스트레스와 피로도는 어깨의 견장을 점점 더 무겁게 했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도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백호 중대’를 슬로건으로, 중대원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한 밑거름이 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나였기에 생각이 많아져 갔다.

‘이 시기에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던 중 분기별로 장병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보급되는 진중문고를 택했다. 그리고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들고 무작정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을 마주하는 동안 작가(김선경)가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어려움과 슬픔 속에서도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인정받기 위해 기를 쓰는 나에게 너무 애쓰지 말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나를 조금씩, 천천히 채워 가라’고 응원해 주는 듯했다.

책을 읽으면서 힘들고 지쳐 있던 나의 삶 일부분이 떠올랐다. 너무나 고독했던 노량진에서의 재수 생활, 무박 7일 동안 온몸을 비틀거리며 걸었던 특전사에서의 천리행군, 나 홀로 생소한 나라 네팔로 떠나 외국군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훈련받았던 기억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진중문고를 통해 얻은 나의 경험들을 중대원들과 공유했고, 이후 중대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가지고 생활관으로 들어가는 용사들을 보며 보람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꼈다. 견장의 무게를 실감하며 정신없이 군 생활 하고 있는 요즘, 시를 읽었던 시간은 엮은이의 말처럼 불완전한 나와 불확실한 시간에 대한 믿음을 가르쳐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중대를 지휘하며 책의 교훈을 현실에서 실천하고자 한다. 대대장 오훈석 중령님의 복무 중점인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감사’하며, 임무 완수에 ‘헌신’하며, 맡겨진 사명 완수에 ‘책임’을 다하고, 남을 배려하고 자존감이 가득 차고 전 장병이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는 ‘사람 냄새’ 나는 부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백호 중대장으로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딘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0

의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