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주 병영칼럼] 코로나19로 생긴 말들

입력 2020. 03. 20   16:07
업데이트 2020. 03. 22   11:24
0 댓글

한 은 주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선임연구원
한 은 주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선임연구원


코로나19로 두 달째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공공언어를 하는 나는 공공언어 속에서 코로나19 언어의 시끌시끌함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 질병이 유입된 초기에는 ‘우한 폐렴’ ‘중국 폐렴’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신종’이라는 표현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변종’이라고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질병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코로나’라고만 불렀다. 우리에게는 ‘신종’ ‘변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코로나’가 대유행하고 있음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보이는 말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난 2월 11일에 이 질병의 이름을 ‘코비드(COVID)-19’로 정했다. 우리 정부는 국민에게 익숙한 ‘코로나19’로 쓰고 부르는 것도 ‘코로나일구’로 정했다.

코로나19라는 표현이 익숙해질 무렵 코로나19와 관련한 신조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회언어학에서는 언어를 선택하는 주체는 말하는 사람이고, 그 말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가 언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한 마음이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와 같이 ‘코로나19’와 ‘우울함(Blue)’의 합성어로 전염병 전파에 따른 사회활동 위축 등으로 인한 우울감을 이르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심리 상태가 언어 선택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울한 신조어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확찐자’ ‘집관(집에서 관람)’ 등 재미있는 신조어들도 탄생했다. 확진자가 계속 늘고 사망자가 나오는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은 가벼운 게 아닌가 하는, 신조어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맞다. 가볍거나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아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서로에게 한순간이라도 말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새로운 말들이 생겼을 때 그 말들이 함유하고 있는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쓰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이 있다. 배려를 위한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전염병 환자로 전제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상대를 불쾌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배려 거리’와 같은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말로써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노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을 말한다. 한 연구자는 한국인은 전형적인 호모 루덴스며, 놀이는 일 속의 놀이, 여가 속의 놀이, 신앙 속의 놀이로 일과 대비되거나 구분되는 개념으로서의 놀이가 아니라고 한다. 모두 힘든 상황을 불안하고 두렵게 말한다면 그 부담감이 과중해질 수 있다. 이런 과중함을 피하고 언어의 유희(놀이)로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코로나19로 탄생한 신조어들은 호모 루덴스적인 우리의 놀이 문화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