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종교와삶]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입력 2020. 02. 25   16:39
업데이트 2020. 02. 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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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공군8전투비행단 군종장교·대위·법사
이민우 공군8전투비행단 군종장교·대위·법사

요즘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바이러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전파력에 있다.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서는 ‘바이러스’와 같이 곳곳에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고 있다. 화악산 같은 격오지 부대 위문을 가다 보면 열악한 상황에서도 병사들이 군 생활을 열심히 하며 지내는 것을 보고 위안받고, 병사들도 나로 인해 위안받는다. 물리적으로 전파되지 않았지만, 정신으로 서로의 감정이 전해진 것이다.

병사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소소하면서도 큰 행복이다. 그들의 어려움과 괴로움과 즐거움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한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면 그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듯이 내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며 혼탁한 마음을 정화해야겠다는 다짐만으로도 삶의 원동력이 된다.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고 명상을 통해 조용히 마음을 보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긍정적인 마음과 남을 돕겠다는 마음은 행복 바이러스가 되어 각자의 마음에 닿아 깊은 여운을 주고 영향을 미친다. 타 부대를 방문해 병사들을 만나는 것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군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온라인시대에는 멀리 있는 곳에서도 같이 소통할 수 있다. 멀리 있지만 좀 더 가까워지는 세상에서 따뜻한 말과 위로는 마음 구석구석 메마른 감정을 샘물과 같이 온화하게 적셔준다.

부처님께서는 돈 없이 베풀 수 있는 게 일곱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첫째는 항상 부드러운 눈빛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 둘째는 온화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셋째는 진실하고 칭찬하는 말을 하는 것. 넷째는 항상 먼저 일어나 맞이하고 인사를 올리는 것. 다섯째는 온화하고 착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 여섯째는 자리를 양보하는 것. 일곱째는 먼 손님이 오셨을 때 방석을 내주고 잠자리를 내주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잡보장경』에 나오는, 재물이 필요 없이 보시하는 7가지 방법인 ‘무재칠시’에 관한 것이다. 돈으로 하지 않아도 우리는 마음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충분히 행복하고 가슴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 내가 행하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내게 전해지기도 한다. 사회가 메마르고 각박해지는 요즘 세상에서 서로가 의지하고 위로해주면 따뜻함의 확산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도 있지만, 우리 삶에는 행복 바이러스도 있다. 남을 돕고 베풀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은 행복 바이러스처럼 이 세상 곳곳에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희망과 행복은 늘 가까이 있으며 오늘도 세상은 행복과 따스함이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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