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의 인정에서 시작되는 선진 병영문화

입력 2020. 02. 21   16:26
업데이트 2020. 02. 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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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인 교 중사 
해병대6여단 포병대대
정 인 교 중사 해병대6여단 포병대대

서해 최북단 백령도,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고지 관측소(OP)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전역을 50여 일 남겨두고 있는 지금, 지난 군 생활을 되돌아보며 느낀 것이 있다.

나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약 6년간 견인 곡사포, 자주 곡사포, 다연장로켓 반장 임무를 수행하며 다양한 포병 장비를 다뤄봤다. 각 장비는 외형이나 조작법, 특성, 포탄의 종류 등 모든 것이 다르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매뉴얼에 맞게 운용하면 장비들은 오류 없이 작동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견인포 임무를 수행한 경험과 생각으로 자주포를 운용하려 한다면 자주포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전장에 배치된 수많은 장비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세심하게 다루면서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우리가, 주변 전우들을 대할 때는 어떠한가? 자신과 친하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낮은 계급이라는 이유로,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와 다른 전우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차별하거나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자.

군 구성원들은 성격, 학력, 나이, 생활습성 등이 모두 다르다. 20여 년간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기에 편견을 갖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내가 어떤 경험을 해왔다고 해서, 그 편협한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관계를 맺거나 함께 손발을 맞춰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군 운용 장비들은 전투 임무 완수에 최적화된 고유의 특징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각 장비의 능력이 최대로 발휘되는 환경도, 운용 방법도 다 다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을 잘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사회성이 좋은 사람 등 누구나 각자 자신이 잘하거나 자신 있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각자 가치관도, 원하는 것도 제각각이다. 그렇기에 구성원 서로가 인정하고, 존중하며 장점을 키워줄 때 우리는 하나로 단결할 수 있다.

최근 군은 일과 후 외출과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되는 등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다. 해병대 또한 병영문화혁신을 위해 ‘참해병 혁신 운동’과 ‘해병다움 운동’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나 때는 말이야!” “내가 겪어봤는데”라며 변화를 거부하고 자기중심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은 극히 작은 부분이다. 때론 자신의 경험이 편견이 되고,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임무 수행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자신만의 시선을 고집하지 말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일 때, 자연스레 우리는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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