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종교와삶] 서로에게 따뜻한 손길을 주세요

입력 2020. 01. 21   16:50
업데이트 2020. 01. 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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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육군15사단 신앙선도장교·대위·신부
정세진 육군15사단 신앙선도장교·대위·신부

한때 대인관계로 힘든 적이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같이 생활하던 모든 구성원이 힘들어했지요.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늘 불만투성이였고, 남 지적만 했으며, 다른 사람 이야기는 듣지 않았지요.

그런데 정말 화가 나는 이유는 대놓고 시비를 걸지 않는 것입니다. 들릴 듯 말 듯 뒤에서 혼자 던져버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참으로 불쾌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만 그런 것이 아니더군요. 모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점점 지쳐갔습니다.

참 답답했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불편을 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사람과 어렵게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하나둘씩 불편했던 점을 얘기했지요. 처음에 본인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무슨 잘못이 있냐며 되레 화를 냈지요. 하나둘 그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저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독해 보이고 쏘아댈 줄만 알았던 그 사람이 사실은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마음을 열면서 그 사람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도 변화가 필요함을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 사람은 스스로 소외감으로 혼자가 됐고, 반복된 소외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독한 말들을 내뱉은 것이지요. 결국,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이었고, 관계였습니다. 그분은 함께 살아가는 첫발을 그렇게 내디뎠습니다. 다시금 관계가 회복되고 웃음이 꽃필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요.

죽음과 가장 닮은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소외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이고, 어둡고, 쓸쓸하고, 숨만 쉬고 있을 뿐이지요. 죽음과 소외감은 참 많이 닮았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끌어줌입니다.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지요.

우리의 그런 행동은 참으로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죽은 라자로에게 손을 내밀 듯, 우리도 죽은 관계에 있는 전우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지요. 또 우리의 삶에서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의 따뜻함을 뿌리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쪽만의 노력으론 안 됩니다.

모든 인간에겐 죽음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부활이 필요하지요. 부활로 나아가는 길을 주님께서 이끌어 주십니다. 바로 내 이웃과 나의 모습을 통해서입니다. 그러니 그 모든 것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이따금 우리는 이렇게 기도하지요. “하느님, 가난한 사람, 소외당하는 사람, 고통받는 사람이 왜 존재합니까?” 하느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래서 너를 보냈다.” 하느님은 우리를 보내셨습니다.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서로 함께 살아가는 ‘우리’를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느님께서 보낸 존재들입니다. 함께 살아가도록 창조된 이들이지요. 그러니 우리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손길을 내밀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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