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 승리의 필수 ‘항공력’에 대한 사상이론 집대성

입력 2019. 08. 23   17:27
업데이트 2019. 08. 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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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필립 멜링거 『하늘로 가는 통로: 항공력 이론의 진화』(Phillip S. Meilinger, The Paths of Heaven: The Evolution of Airpower Theory, Air University Press, 1997)


두헤·트렌차드·세바스키 등
주요 항공전략개념 정밀 분석
1·2차 세계대전 항공력 이론 개발
나토 항공교리발전 등 폭넓게 설명
항공전략사상 교과서 자리매김
    


  

F-15K 전투기의 이륙 모습. 항공력이 현대전에서 전쟁의 주도권 확보와 전쟁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필립 멜링거의 『하늘로 가는 통로: 항공력 이론의 진화』는 항공력 이론이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실증적으로 살펴본 항공전략사상 분야의 교과서와 같은 고전이다.  국방일보 DB
F-15K 전투기의 이륙 모습. 항공력이 현대전에서 전쟁의 주도권 확보와 전쟁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필립 멜링거의 『하늘로 가는 통로: 항공력 이론의 진화』는 항공력 이론이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실증적으로 살펴본 항공전략사상 분야의 교과서와 같은 고전이다. 국방일보 DB

항공력이 현대전에서 전쟁의 주도권 확보와 전쟁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늘 소개할 『하늘로 가는 통로: 항공력 이론의 진화(The Paths of Heaven: The Evolution of Airpower Theory)』는 항공력 이론이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실증적으로 살펴본 항공전략사상 분야의 교과서와 같은 고전이다. 두헤, 트렌차드, 미첼, 세바스키, 보이드, 와든 등 중요 항공전략사상가들의 항공전략 개념을 다루고 있는 본서의 편저자는 필립 멜링거다.



항공력의 선구자 ‘줄리오 두헤’

저자는 지상전과 해전에서 클라우제비츠, 조미니, 머핸과 같은 위대한 전략가가 등장하는 데 약 2000년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항공력 분야에서는 항공기 발명 이후 단 10년 만에 획기적인 이론을 제시한 인물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가 바로 줄리오 두헤다. 두헤는 이탈리아의 포병장교로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기에 참호전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학살을 목격했고, 항공력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참호전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차 대전 당시 준비된 진지에서 기관총으로 방어하는 것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헤는 지상의 상황과는 다르게 공중이라는 광대한 공간에서 항공기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고, 공중에서는 방어보다 공세가 더욱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즉, ‘제공권’을 획득하는 것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 두헤 이론의 핵심이다. 제공권은 현대의 의미로는 공중제패(Air Supremacy)를 뜻한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과 ‘사막의 폭풍작전’을 통해 두헤가 강조했던 ‘제공권 획득’이 재래식 전쟁 승리에 결정적 요소임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영국 공군의 아버지 ‘트렌차드’

영국 최초의 공군참모총장 트렌차드는 세계 최초로 영국 공군(Royal Air Force)이 독립적인 지위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항공기가 본질적으로 전략적 무기이며, 적의 의지를 분쇄하는 데 최적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적의 산업시설을 공격해 노동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그 결과로 인구 전체의 사기를 침식시키는 공세 중심의 항공력 이론을 강조했다.

두헤가 적의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강조한 반면, 트렌차드는 적의 산업 시설을 공격함으로써 적의 전쟁 수행 능력을 파괴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 최고의 항공력 예언가 ‘윌리엄 미첼’

미첼은 항공력 이론의 선구자인 두헤·트렌차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항공력 사상을 발전시켰다. 통신장교로 근무하던 미첼은 소령으로 진급한 이후 36세에 비행훈련을 받고 항공관찰관의 자격으로 유럽 전장에 파견돼 교착상태에 빠진 참호전 상황을 관찰하면서 향후의 전쟁에서 항공력의 유용성을 간파했다.

미첼은 공중공격이 전쟁 승리의 결정적 요소라고 확신했다. 또한 항공력의 적절한 운영을 위해 육·해군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독립된 공군을 주장했다. 무엇보다, 제공권을 획득하는 것이 항공력을 통한 승리 달성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미첼은 여전히 미국 최고의 항공력 예언가로 평가받고 있다.



항공력을 통한 승리 ‘세바스키’

세바스키는 1915년 7월 독일군 구축함을 공격하는 첫 번째 전투 임무에서 대공화기에 맞아 수면으로 추락,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 전체를 잃어버렸다. 이후 항공기 제작 분야에서 근무하게 됐고, 항공기 시험비행 시 계획됐던 조종사 대신 비행해 군법재판에서 기소될 뻔했다. 하지만 차르(Czar)는 러시아에 영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세바스키를 전투비행단에 배속시켰다. 1917년, 세바스키는 57회의 전투 임무를 수행해 13대의 독일기를 격추한 뛰어난 조종사였다. 그는 1917년 중반 러시아 제국이 무너진 이후 미국에 잔류하며 미첼 장군의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세바스키는 500만 명의 미국인이 읽은 『항공력을 통한 승리(Victory through Air Power)』를 저술했다. 책의 내용은 월트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됐다. 이 영화에서 일본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여러 개의 섬을 잡고 있는 문어로 표현됐다. 연합군 육·해군이 문어의 촉수들을 제거하고 섬들을 해방하려 했지만, 이는 헛된 노력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항공력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문어의 머리를 공격해 섬들을 잡고 있던 촉수들을 한 번에 제거했다. 요컨대, 미국이 항공력을 통해 전쟁 승리를 달성했음을 묘사한 것이다.



항공력에 의한 전략적 마비 ‘존 보이드와 존 와든’

델브룩이 제시한 전통적인 전투전략은 섬멸(annihilation)과 소모(attrition)다. 섬멸 전략의 목표는 적의 군사력 파괴다. 소모 전략은 적을 지치게 하는 것이다. 전략적 마비는 적을 파괴하거나 지치게 하는 것이 아닌, 전투와 기동을 융합해 적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퓰러와 리델하트는 1차 대전에서 발생했던 대학살을 체험한 이후 전략적 마비 개념을 지지했다. 그들은 항공무기의 도입을 목격한 후, 전략적 마비 달성에 항공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인식했다. 이러한 전략적 마비 개념이 존 보이드와 와든을 통해 ‘항공력에 의한 전략적 마비’ 개념으로 발전됐다.

보이드는 6·25전쟁에 F-86 조종사로 참전해 MIG-15를 상대로 10대1이라는 놀라운 격추율을 기록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개인 또는 조직의 의사결정 순환과정이 승리에 결정적임을 인식하고 ‘관찰-판단-결심-행동 순환과정(OODA Loop)’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상대방보다 결심-행동 순환주기를 빠르게 운영함으로써 적을 혼란과 무질서한 상황으로 만들어 대응 능력과 저항 의지를 동시에 마비시킨다는 개념이다.

와든은 적을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그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리더십으로 파악하는 ‘5개의 전략동심원(5 Strategic Rings)’ 이론을 주장했다. 요컨대 보이드와 와든이 강조한 ‘항공력에 의한 전략적 마비’ 이론의 공통점은 적 지휘부의 마비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정치적 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중우세 획득과 항공력의 공세적 운용

1903년 12월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을 시작한 이후, 항공력 이론은 수많은 항공전략 사상가들을 통해 발전해왔다. 항공전략가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은 전쟁 승리의 전제조건으로 제공권(현대적 의미에서는 공중우세)의 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항공력은 공세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합동성 측면에서는 육·해·공군 각 군이 서로의 전략 및 운용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책은 현대전에서 전략적인 항공력 이론과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1·2차 대전 사이 프랑스·이탈리아·소련·독일의 항공력 이론 개발 과정, 공지작전 관련 미 육·공군의 교리 비교, 나토의 항공교리 발전, 전략적인 항공력과 핵전략, 저강도 분쟁과 항공력 이론 등에 대해 폭넓게 설명하고 있다. 항공전략사상에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조 관 행
공군사관학교 도서관장
조 관 행 공군사관학교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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