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병 로 한 주를 열며] 군인은 누구인가?

입력 2019. 08. 23   15:30
업데이트 2019. 08. 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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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병 로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예)육군중장
최 병 로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예)육군중장

어떤 조직이 강하고 튼튼해지려면 구성원들이 내가 누구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 자기 정체성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국방은 국가의 생존·번영과 직결되므로 군인의 정체성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군인은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정체성 확립은 사명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국군의 사명은 헌법 5조에 명시돼 있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군인이 누구냐,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이보다 간결한 답은 없다. 여기서 ‘국가’란 국가의 3요소인 영토·국민·주권과 함께 자유민주주의 체제까지 포함한다.

군은 전쟁에 대비해 있는 조직이고, 전쟁이 일어나면 적을 물리치고 국가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사명 완수를 위해 군인은 적어도 다음 몇 가지 사항만큼은 마음속에 정립하고 행동화해야 한다.

첫째, 명확한 적 개념이 정립돼야 한다. 군인에게 나의 적은 누구이고,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어떻게 싸워야 이길 수 있는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국방백서에는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방의 큰 틀에서 잠재적인 적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므로 야전에서는 현실적인 적 개념으로 정리돼야 하며,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둘째, 강해야 한다. ‘우승열패(優勝劣敗)’라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적보다 우세하면 이기고 열세하면 진다는 말이다. 적보다 우세하기 위해서는 유·무형 전력이 모두 중요하지만, 전투력의 주체인 사람이 핵심이므로 모든 장병이 적보다 강한 체력·정신력·전투기술을 구비하고 지휘관 중심으로 단결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흔히 군인의 활동은 두 가지로 표현된다. ‘전투 중’ 또는 ‘전투준비 중’이다. 따라서 GOP·NLL 등 접적 지역 군인들은 지금 전투 중이며, 나머지 군인들도 전투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전투준비 중이라 할 수 있다. 이토록 군의 ‘항재전장(恒在戰場)’ 의식이 충만하여 대비할 때 적은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며 대한민국의 안전은 보장될 것이다.

셋째, 목숨 바쳐 국가에 충성할 수 있어야 한다. 전쟁보다 위험한 일은 없다.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는다. 전쟁은 인간에게 최악의 일이면서도 한 국가의 흥망이 달려 있으므로 숭고한 일이다. 그래서 헌법 5조에도 국군의 사명을 언급하며 ‘신성한 의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생명은 소중하고 죽음은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인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사생관을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터에서 총탄이 빗발쳐도 과감히 나가 싸워 승리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정신이고, 안중근 장군의 위국헌신 정신이다. 새로운 한 주를 여는 월요일 아침, 장병 모두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적과 싸워 이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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