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의 의미

입력 2019. 08. 13   15:42
업데이트 2019. 08. 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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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현 우 중령 
육군본부 공보정훈실 문화정책계획장교
주 현 우 중령 육군본부 공보정훈실 문화정책계획장교


최근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로 한·일 간 무역갈등이 생기면서 국내에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우연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8월 14일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됐다.

지난 2017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정부는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2018년도부터 매년 8월 14일을 국가기념일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특히 이날은 지난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로 김 할머니의 증언 이후 전국의 생존자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인권 문제로서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8월 14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지만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보상은 요원한 실정이다. 14살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 할머니는 지난해 아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죽기 전 일본의 사과 한마디 듣고 싶다”던 그분의 소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모르는 일본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240명 가운데 220명이 세상을 떠나시고 생존 할머니는 20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생존자 전부가 85세 이상의 고령이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은 90세가 넘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올해는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인 만큼 애국선열들의 피와 땀 그리고 정신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기념할 필요성이 있으며, 최근 일본의 경제 도발로 인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단합과 대응이 긴요하다. 우리에게는 7년간 임진왜란을 치르면서도 끝까지 조선을 지켜낸 호국정신, 6·25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창출한 저력 그리고 외환위기를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이겨낸 성공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8월 14일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니 다음날인 8월 15일 광복절의 의미도 더 새롭게 느껴진다. 매년 8월 14일과 15일이 포함된 주간을 정신전력교육과 각종 행사 등을 연계해 장병과 우리 국민이 나라 잃은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광복(光復)의 의미를 올바로 인식하는 귀중한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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