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병원 현대화 사업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입력 2019. 08. 12   13:36
업데이트 2019. 08. 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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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논단 제1767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심송보 ssim@kida.re.kr     

이현재 milletmillet@kida.re.kr
정아름 army911@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군은 의료서비스 개선의 일환으로 노후화된 군 병원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글에서는 군 병원의 특징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 사업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제안했다. 군 병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병상 수 축소를 통한 공간 재구성, 평시 중심의 병상 환경 조성, 환자의 시기적 편중을 고려한 병상 및 대기공간 조성, 군사구역과 진료구역 분리가 필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높아진 기대만큼 군 병원 시설도 환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군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 전경.
국군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 전경.


군 의료는 복지를 넘어 전투력 발휘를 위해 필요한 전투지원체계이다. 미군의 의료센터에는 ‘미국의 국방력은 이곳에서 나온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기도 한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우리 군 의료 서비스를 지적할 때마다 언급되고 있다. 과연 우리 군의 의료서비스도 강한 국방력을 뒷받침하고 있는가? 아마 대다수가 회의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 의료에 해당하는 보건복지 예산은 전체 국방비의 1% 미만이다. 7% 수준인 미국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우수한 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군 의료의 컨트롤타워인 의무사령부(이하 의무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의료서비스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수한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것 외에 노후화된 군 병원의 시설을 개선하는 현대화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이글에서는 군 병원 현대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을 짚어보았다.
먼저, 지금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자.


■ 군 병원과 현대화 계획

최근 해체된 원주병원을 제외한 전체 군 병원은 16개이다. 이 중 13개 병원이 의무사 예하로 편성되어 있고 나머지 3개는 각 군 소속이다. 개원연도는 1990년대 이전이 3개, 1990년대 6개, 2000년대 이후 4개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평균 경과연수는 약 17년으로,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 병원의 13년보다 4년 정도 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리모델링을 했을 경우는 그해부터 계산한 것으로, 2010년 이후 리모델링된 병원을 제외하면 경과연수는 평균 약 21년이다. 시설 노후도가 다른 국공립 병원보다 높은 편이다.

군은 2010년에 수도병원의 리모델링을 시작한 이래, 의무사 예하 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2020년 중반까지 현대화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병원 시설의 개선은 물론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과 국방개혁의 부대개편에서 요구하는 기능을 이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기능 개편에 따라 양주병원과 대전병원이 수술집중 병원으로 지정되어 주변 권역의 수술을 전담하게 된다. 양주병원은 고양과 일동병원 지원 지역의 수술을, 대전병원은 후방지역의 수술을 전담함으로써 수술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최근 개원한 1개 병원을 제외하고 계획단계병원 3개, 진행단계 병원 4개이며 2개 병원은 현대화가 완료된 상태이다. 3개 병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표1 참고>) 



■ 군 병원 시설의 특징과 문제점

군 병원시설의 첫 번째 특징은 군사시설과 의료시설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군 병원은 군의 의료시설임과 동시에 작전 수행을 위한 군사시설이기도 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 공간이지만, 해당 병원에 소속된 관리자 입장에서는 군 복무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군 병원은 민간병원에는 없는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다. 다른 부대와 마찬가지로 모든 병원에 교회, 성당, 불당 같은 종교시설이 마련되어있는 것이 하나의 예이다. 또한, 연병장이라는 공터가 필요하다.

민간병원의 행정시설이라 할 수 있는 관리부는 군사 비밀 취급과 작전 수행 기능을 고려할 때 군사시설로 볼 수 있다. 이는 보통 군 병원의 2층에 위치해 있어 1, 2층에 위치한 외래부와 섞여 있다. 군 병원 시설은 이러한 이질적 성격의 시설들이 병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상호 보완관계가 되게끔 해야 하며, 최소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군 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개방 병상이다. 적은 간호 인력이 보다 많은 환자를 돌보기 위한 것으로서 환자에 대한 관리자의 접근성을 중시한 것이다. 군 병원에서 집도하는 수술들이 개복 수술 등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이 아니어서 전문 간호 요구가 적다는 사실도 이러한 구조를 발생시킨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환자가 개방된 공간에 놓이게 되어 심리적 안정을 취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개방 병상 문제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개정된 의료법에 최소 이격거리를 1.5m 이상으로 요구하면서 군 병원이 개선해야 할 첫 번째 문제가 되었다.

민간병원에 비해 병상 면적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짚어볼 문제다. 군 병원은 정양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많은 병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정양기능은 수술이나 진료 후 정상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간호를 받으며 요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종합병원의 평균 입원일수는 3일 내외이며, 수술로 장기관찰을 요하는 경우도 1주일을 넘기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반면 군 병원의 평균 재원일은 20일로, 이보다 월등히 길다. 병상수를 많이 확보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군 병원의 공용면적 비중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림 1>은 국공립의료원들과 군 병원인 양주병원의 병상당 연면적을 보여준 것이다. 붉은색 점으로 표시된 것이 양주병원이다. 추세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병상당 연면적은 최근 신축한 것일수록 넓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체 연면적이 넓은 병원일수록 병상당 연면적도 크다. 최근 지어지거나 전체면적이 큰 병원일수록 병상 1개당 넓은 지원시설(대기공간, 진료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에서 붉은 색 점은 아래 쪽에 놓여 있다. 양주병원의 병상당 연면적이 다른 국공립 병원에 비해 낮은 것을 말해준다.



이용 시기가 편중되어 있는 것도 군 병원의 특징이다. 병원의료체계에서 2차 의료기관에 해당되는 군 병원은 규정에 따라 부대의 의무대 환자를 이송받아 진료한다. 그러므로 민간 병원과 달리 계절이나 부대 훈련 등의 요인으로 인해서 환자수가 뚜렷하게 차이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환절기 발열환자 발생은 물론 군의관의 발령시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5년간 군 병원전체의 월간 외래환자 수를 살펴보면 1월, 3월, 7월, 12월에 많고 2월,9월, 10월, 11월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는 월별 외래환자수의 변화를 1월 대비 비율로 보여준 것이다. 환자수가 가장 많은 12월과 가장 적은 10∼6월의 차이는 15% 포인트 수준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입원 환자수를 대상으로도 관찰된다. 1월의 입원환자가 가장 많고 가을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차이는 20% 포인트나 된다. 환자의 시기적 편중은 하루 중의 시간에서도 관찰된다. 군 병원의 환자들은 단체로 이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해당 군 병원의 관할 지역을 순회하는 운송 수단을 통해 환자들이 일시에 도착하면 접수를 통해 진료시간이 확정되고,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진료가 일찍 끝나더라도 병원에서 일정시간을 머물러야 한다. 이 역시 진료시간 예약으로 환자의 출입이 상대적으로 평탄하게 분포되어 있는 민간병원과는 다른 군 병원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군 병원 시설 현대화 사업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앞서 기술한 내용을 보면 그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군 시설이란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질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병상수는 축소해야

군 병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양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환자수가 비슷한 민간병원과 비교해서 더 많은 병상을 요구한다. 향후에도 이러한 정양기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병력이 감축되기 때문에 적정 병상수도 감소할 것이다. 병상수 감축 소요를 반영하여 운영 병상수를 과감하게 줄이고 공용 공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병원을 운영하는 지휘관은 병상수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병상수는 군 병원의 단순한 규모뿐 아니라 병원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이 유휴공간을 늘리거나 공용 서비스 공간을 개선하는데 제약사항으로 작용하면서 병원의 전체적인 환경 개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운용되는 병상에 비해 과도하게 편제된 병상수를 축소하고,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은 지휘관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 평시 중심으로

군 병원은 군사시설인 만큼 전시를 고려한 설계와 배치가 요구된다. 하지만 전시를 고려하여 평시 병원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 수는 없다. 이렇게 된다면 민간 병원과 유사한 수준을 목표로 시설개선을 하는 현대화 사업과 근본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군의 개방병상은 전시에 많은 환자를 적은 인력으로 돌보기 위한 구조로 이해할 수 있지만, 군 병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최근 개정된 의료법에서 요구하는 감염예방을 위하여, 기존의 개방형 병상을 모두 분리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시에 대한 대비는 로비나 연병장 등의 여유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끔 설계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 시기 편중을 고려한 설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병원의 입원환자는 연중 고루 분포되어 있어 평균 예상 입원환자를 기준으로 적정 병상수를 산출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군 병원의 입원환자는 앞서 살펴본 바와같이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연중 입원환자를 기준으로 적정 병상수를 산출할 경우 특정 계절에 집중되는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군 병원별로 입원환자가 최대로 집중되는 달의 환자를 기준으로 적정 병상수를 산출해야 할 것이다. 계절적 편중 외에도 하루 중 일시에 집중되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로비 공간이나, 이들을 분산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환자들이 일시에 병원으로 이동하여 일시에 부대로 복귀하는 특성으로 군 병원은 ‘체류형 병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단순 대기공간이 아닌 편의시설을 여유 있게 마련하면 환자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 군사구역과 진료시설의 분리

군 병원의 군사 행정구역은 관리 편의와 신속한 상황 보고를 위해 접근성이 좋은 외래부와 인접해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환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효율적인 동선 구성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상황 보고 수단이 다양화 되어 군사구역의 접근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또한 장기적으로 민간에게 병원을 개방할 경우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해야 하는 측면에서 관리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군사 행정구역은 진료구역과 층별 또는 구역상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부대시설인 연병장도 진료를 위한 시설과 다른 용도의 시설이 혼재되어 사용될 수 있는데, 이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연병장은 전시에 임시 진료장비를 배치하여 일시에 몰리는 환자를 수용해야 하는 작전시설이므로, 주차장등과 혼용되지 않도록 별도로 계획하자는 것이다.


■ 장기적 관점으로 보자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대화 사업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가용한 재원과 개선소요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사업 수행을 이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단기 개선책은 모든 사업에 필요한 사항이지만, 시설사업은 착수할 경우 고정비 비율이 커서 규모의 경제가 뚜렷이 나타나므로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현대화를 했다 하더라도 그 시설은 착수 시점부터 노후화가 시작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시설개선 사업이 이뤄지도록 하려면 필요할 때 예산투입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와 소요를 종합하는 병원의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 맺음말

그동안 숱하게 군의료 서비스 수준 개선 요구가 있어 왔다. 낙후된 병원 시설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사안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의 주 요인은 부족한 군 의료 예산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시설개선 사업에 조건 없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효율적인 예산 투입이 용납된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그동안 군 병원은 환자보다는 관리 편의의, 평시가 아닌 전시 중심으로 운용되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높아진 기대만큼, 군 병원 시설도 환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전시를 위한 고려가 평시를 희생하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게 해야 한다. 군 병원 현대화 사업이 잘 진행되어 군 의료의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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