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영 병영칼럼] 비우고 버리는 지혜

입력 2019. 08. 09   16:20
업데이트 2019. 08. 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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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 해병대사령부 훈련관찰관·(예)해병준장
류지영 해병대사령부 훈련관찰관·(예)해병준장

류지영 (예)해병대준장

해병대사령부 훈련관찰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천재적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세계적인 걸작 다비드(다윗)상을 완성했을 때의 일화다. 결이 좋지 않아 조각하기 어려운 거대한 대리석을 깎아 높이 5.17m의 살아있는 듯 힘이 넘치는 다비드 조각상을 완성하자, 이를 본 많은 사람이 놀라움의 탄성을 자아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에게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리석 안에 있는 다비드를 생각했다. 그리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냈을 뿐이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몽골제국의 위대한 정복자 칭기즈칸의 뒤에는 야율초재(耶律楚材)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그는 위대한 학자이자 전략가로 칭기즈칸을 도와 세계를 정복하는 데 기여한 최고의 참모였다. 제국에 필요한 각종 제도를 만들고 점령지를 안정되게 관리하며 원나라를 건설한 일등 공신이었다. 특히, 항복한 적군과 정복지의 백성들을 포용해 관용으로 다스리도록 했다. 그는 살육과 정복의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지성이며, 칭기즈칸의 전략과 지혜의 상징이었다. 그가 한 말 중에 ‘여일리 불약제일해, 생일사 불약멸일사(與一利 不若除一害, 生一事 不若滅一事)’라는 말이 있다. 즉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는 살아가며 무엇인가를 만들고 얻어내려고 몰두한다. 크든 작든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에 성공의 가치와 희열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혹, 불필요한 일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 노심초사하는 고민도 결국 쓸데없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안 해도 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불필요한 생각과 고민에 내 의지와 열정이 소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쟁의 원칙 중에 ‘집중’과 ‘절약’이 있다. 승리를 위해선 결정적인 장소와 시간에 가용 능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순위가 낮은 곳에서 힘과 노력을 절약해야 한다. 수시로 불필요한 낭비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굳이 미켈란젤로나 야율초재의 교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불필요함을 줄이고 꼭 필요한 일에 열정과 모든 노력을 집중해 목표에 다가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행복해지려면 무엇인가 이루려 하기보다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 내가 불행해지는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훌륭해지려면 장점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점을 버리고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하기보다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명연설은 간단하고 짧다. 명문장은 간결하다. 좋은 제품은 복잡한 기능이나 겉치레 없이 꼭 필요한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얻으려고 노력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을 버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괜한 고민이나 쓸데없는 걱정을 버리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성공하는 인생, 행복한 삶에 좀 더 쉽게 이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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