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격상된 영토경계가 필요하다― 북한 목선 사건·러시아 영공침범 등과 관련하여

입력 2019. 08. 09   13:19
업데이트 2019. 08. 1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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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제167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중·러 합동훈련 기존 지역안보체제 틈새 노려
NLL은 ‘좋은 이웃’ 만드는 튼튼한 기준선 돼야


지난 6월 15일 일어났던 북한에 의한 이른바 ‘삼척항 목선 사건’이후 두 번이나 더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더니 7월에 들어서는 급기야 중국 폭격기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과 함께 1953년 정전협정 이래 처음으로 러시아 군용기에 의한 영공침범 사건이 벌어졌다.


약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 중의 하나인 영토에 대한 위해(危害)라는 점에서 우리의 특별한 주목과 대책을 요구한다.


즉, 북한 소형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접근하고 우리 군은 거의 3일이나 인지하지 못함으로써 영해와 같은 NLL 경계에 대한 느슨함을 그대로 드러냈으며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중국과의 합동군사훈련 중 독도 상공 9km까지 약 7분간 휘젓고 다녔음이 밝혀짐에 따라 우리 영공의 고권(高權)이 속절없이 유린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군용기에 의한 우리 영공 침범사건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일어난 외국군용기에 의한 무단 영공침범이며 중국과의 합동군사훈련 중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외교 및 안보태세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매우 많다.


우선,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중·러 합동군사훈련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중·러 양국이 정치·군사적 목적을 같이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안보지형 형성에 두 나라가 중요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을 재점검할 때 위협요인 또는 변수로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둘째, 이번 중·러 합동군사훈련은 아·태 지역에서 행사될 수 있는 두 나라 간 군사 기술적 협력의 새로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그동안 성취된 중·러의 군사협력이 현재 NATO가 보여주는 호환성의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상당한 정도의 ‘합동운용능력’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셋째, 우리의 독도 영공 침범까지 유발한 이번 중·러 군사훈련은 신냉전시대에 있어 두 나라 사이의 증대되는 군사적 연대를 과시한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증대된 군사적 연대가 ‘동맹’(alliance)수준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나 20세기 초 영국과 프랑스가 아프리카·아시아 식민정책 시행 시 보여준 이른바 ‘우애협상’(Entente Cordiale)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중·러 합동군사훈련의 시사점들을 감안해 볼 때, 이번 러시아 군용기에 의한 독도 영공 침범사건은 최근 한·일 갈등으로 느슨해진 한·미·일 안보협력의 틈새를 노리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도전과 견제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러의 도발을 다시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한·일간 갈등의 조속한 봉합을 통해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이 튼튼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의 소형 목선사건은 우리의 NLL 방어태세와 해상경계에 대한 새로운 점검과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작년 남북간 정상간의 ‘판문점 선언’과 국방장관 간의 ‘9.19 합의’ 채택으로 동·서해 일대에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이 선포된 이후 우리의 경계태세가 느슨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즉, 북한 목선사건은 우리의 경계태세를 떠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다. 이에 북한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 군만 경계태세를 완화하지 않았는가 하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목선사건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변화되지 않은 북한의 군사태세’를 그대로 대변하는 증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현실적인 해상경계선으로서 NLL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간 적대행위가 중지되고 이 바탕 위에서 앞으로 평화수역 또는 공동어로 수역이 설정되더라도 NLL은 당연히 남북간의 현실적인 해상관할권 범위를 정하는 확실한 ‘기준선’이 되어야 하며 이는 신성하게 지켜져야 한다.


해상에서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의 어떤 국가들도 예외 없이 명확한 해상경계선을 갖고 있으며 이는 서로의 다양한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양의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라는 격언을 새겨 보면서 한 단계 더 격상된 NLL경계를 펼쳐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2019.8.6 ‘시험에 든 한국의 안보태세’ 제목으로 서희외교포럼에 발표된 것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

 
■ 필자 약력    
이서항 소장(shlee51@kims.or.kr)은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이 소장은 또한 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한국해로연구회 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등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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