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명찰 떼고… 해병대 이름으로 하나가 되다

입력 2019. 07. 08   16:47
업데이트 2019. 07. 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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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 상륙기습훈련 현장을 가다


“훈련 힘들면 힘들수록 나 자신은 강해지고 전우애는 더 깊어진다”


헤드캐링·뻘 극복훈련 등 실시
상호존중·배려의 중요성 배워
건강상태 점검·안전관리 만전


지난 4일 경기도 김포 대나루훈련장에서 진행된 상륙기습훈련에서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 장병들이 140㎏에 달하는 고무보트(IBS)를 머리에 이고 산악지형으로 이동하는 헤드 캐링(head carrying) 훈련을 하며 화합과 단결심을 배양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김포 대나루훈련장에서 진행된 상륙기습훈련에서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 장병들이 140㎏에 달하는 고무보트(IBS)를 머리에 이고 산악지형으로 이동하는 헤드 캐링(head carrying) 훈련을 하며 화합과 단결심을 배양하고 있다.

 
“팔각모 얼룩 무늬! 바다의 사나이~ 검푸른 파도 타고! 우리는 간다~.”

지난 4일 오전 11시 경기도 김포 대나루훈련장에 해병대의 대표 군가 ‘팔각모 사나이’가 울려 퍼졌다. 양손을 허리에 얹고 힘차게 좌우로 반동하는 해병대 장병 300여 명의 우렁찬 목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도 장병들의 훈련 의지를 꺾을 수 없는 듯했다. 쏟아지는 뙤약볕에 전투복이 땀으로 흠뻑 젖어갔지만,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오와 열을 맞춘 채 목청껏 군가를 부르는 장병들의 모습에서 엄정한 훈련 군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병들의 매서운 눈빛에선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해병대 특유의 열정과 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 장병들은 지난 1일부터 시작돼 2주간 진행되는 상륙기습훈련에 전념하고 있었다. 글=안승회/사진=이경원 기자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 장병들이 뻘 극복 훈련에 앞서 군가를 부르고 있다.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 장병들이 뻘 극복 훈련에 앞서 군가를 부르고 있다.

140㎏ 고무보트 머리에 이고

 
“보트 무릎 들어! 보트 어깨 위로! 보트 머리 위로!”

훈련장을 쩌렁쩌렁 울리던 군가가 끝나자 고무보트(IBS)를 머리에 이고 이동하는 헤드 캐링(Head Carrying) 훈련이 이어졌다. 교관 지시에 따라 10~12명으로 한 조를 이룬 장병들은 “하나, 둘, 셋!” 구호를 붙이며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이들은 140㎏에 이르는 고무보트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그냥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가파른 경사의 산악 지형을 오르기 시작했다.

“헤드 캐링 훈련은 단순히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훈련은 조원들 간의 화합과 단결심 함양에 중점을 두고 진행됩니다. 조원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140㎏의 보트를 머리 위로 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장병들은 이 훈련을 통해 상호 존중과 배려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승훈(중령) 중앙청대대장의 설명이다.

이 대대장의 말처럼 장병들은 머리를 짓눌러오는 무거운 고무보트가 주는 고통을 몰아내려는 듯 악에 찬 함성을 내지르면서도 동료들과 끊임없이 눈빛을 교환하고 호흡을 맞추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더위와 중력으로 인한 고통에 표정은 일그러지고 얼굴은 땀범벅이 됐지만 포기하는 장병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고통이 심해질수록 더욱 힘을 내는 모습이었다. 이내 고무보트와 함께 정상에 오른 장병들의 얼굴엔 해병대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심우락 상병은 “힘들어하는 동료의 얼굴을 보면서 내가 더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동료와 함께했기 때문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며 “훈련이 힘들면 힘들수록 나 자신이 더욱 강해지고, 동료와의 전우애도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군도 예외 없다

해병대 상륙기습훈련을 받는 장병들에겐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계급장과 명찰. 훈련장에는 교관과 교육생의 구분만 있을 뿐 모든 장병은 정찰모에 붙은 번호로 불린다. 장교, 부사관, 병사가 아무런 구분 없이 평등하게 같은 훈련을 받는다는 의미다. 여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헤드 캐링 훈련에서 조원들을 이끌고 정상에 오른 여군 김지혜(중사) 직사화기소대장은 “해병대라는 이름으로 하나 된 우리에게 계급, 이름, 성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반드시 이긴다’는 해병 정신 하나만으로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군 박유정(대위) 본부중대장도 “중대원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며 교감하고 있다”며 “훈련 중 실시간으로 중대원들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훈련장 안전관리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와 강화도를 가르는 염하수로에서 뻘 극복 훈련을 받고 있는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 장병들.
김포와 강화도를 가르는 염하수로에서 뻘 극복 훈련을 받고 있는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 장병들.


전장환경 극복 능력 키워

훈련장 옆 김포와 강화도를 가르는 염하수로에서는 ‘뻘 극복 훈련’이 한창이었다. 훈련은 갯벌에 뒤집어 놓아둔 고무보트 밑을 장병들이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대장은 “이 훈련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작전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마련됐다”며 “이번 훈련에서 장병들은 전장환경 극복 능력을 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희준(대위) 7중대장이 가장 먼저 진흙에 몸을 던지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진흙 범벅이 된 조 대위는 낮은 포복으로 암흑 같은 보트 밑을 전진했다. 이를 악물고 질퍽한 갯벌을 이겨내는 조 대위의 모습을 지켜보던 중대원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중대장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훈련장은 조 대위의 시범에 사기가 치솟은 장병들의 훈련 열기로 뜨겁게 달궈졌다. 조 대위는 중대장 임무 교대식을 하루 앞둔 이날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가해 대대 장병들에게 귀감이 됐다. 그는 “지휘관이 부하를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것은 군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중대원들이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더 강한 해병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해병대원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갯벌을 극복하고 있다.
한 해병대원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갯벌을 극복하고 있다.


성과 높이고 안전사고는 원천 차단

대대는 훈련에 앞서 성과를 높이고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간부 대상 교관화 교육을 했다. 14명의 정예 교관이 훈련을 진행하고 안전통제를 하는 등 사고 없는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대대 측 설명이다. 훈련 강도는 높지만 대대는 50분 훈련 후 10분 휴식을 반드시 지키고 있다. 장병들은 혹독한 훈련 이후 자유롭게 물을 마시고 개인 야전침대에 누워서 쉬는 등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을 보장받는다.

이 밖에도 대대는 매일 훈련 전 대대장 주관의 안전교육과 훈련 전·중·후 안전대책 세부 계획을 시행하는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군의관을 비롯한 의무요원과 앰뷸런스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현장에 상시 대기 중이다. 또한 대대는 실시간으로 기온 체크를 하고 있으며 ‘혹서기 온도지수별 행동기준’에 따라 32도가 초과되면 모든 훈련을 중단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마음으로 뭉칠 때 강력한 전투력 발휘”

[인터뷰]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중앙청대대장 이승훈 중령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군 기강이 바로 선 밝은 병영문화를 완성하겠습니다.”

해병대2사단 이승훈(중령·사진) 중앙청대대장은 “이번 상륙기습훈련은 해병대 고유의 임무인 상륙작전 수행 능력을 끌어올리고 장병 간의 화합을 공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대장은 특히 “깊은 전우애를 바탕으로 장병들이 한마음으로 뭉칠 때 부대가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번 훈련이 끝나면 우리 대대와 장병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대장은 “부대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부대원 개개인이 서로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이를 통한 화합이 선행돼야 한다”며 “상륙기습훈련은 동료 간의 협동심과 단결심을 함양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훈련 특성상 계급이나 소속이 아닌 신장을 고려해 조를 편성했기 때문에 같은 대대일지라도 조원들이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훈련이 거듭될수록 조원들이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며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경계작전 임무를 완수하고 전방에서 철수한 우리 대대가 가장 먼저 상륙기습훈련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대장은 이어 “안전을 확보한 가운데 더욱 단결된 대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승회 기자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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