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담을 수 없는 리얼리티

입력 2019. 06. 26   16:03
업데이트 2019. 06. 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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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한준식 지음/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해남의 평화로운 마을에서 가족과 농사를 짓고 김 양식을 하고 고기를 잡으며 소박한 행복을 누리던 어느 날, 스무 살 청년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도착한다. 때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그는 6·25전쟁 당시 치러진 많은 전투 중에서 매우 치열하고 참혹했던 것으로 알려진 ‘백운산 토벌 작전’과 ‘지리산 토벌 작전’ ‘난초고지 탈환 작전’ ‘독립고지 작전’ 등 수많은 전투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의 나이 일흔이 된 2000년도에 후손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려 두 번 다시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어 전쟁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다.

이 책은 가장 빛나는 청춘의 날들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내야 했던 한 평범한 군인의 전투 일지다.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박제된 6·25전쟁 이야기는 이 책 어디에도 없다. 눈물 바람을 일으키는 위대한 영웅담도 당연히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 책은 자신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역사적 비극 앞에서 힘없는 개인이 어떻게 묵묵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갔는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디까지 드러날 수 있는지, 그저 살아 숨쉬며 평화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내용 곳곳에는 전쟁소설이나 전쟁영화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리얼리티가 살아 숨쉰다. 책장을 덮고 나면 먹먹하고 묵직한 감동이 한동안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최승희 기자


최승희 기자 < lovelyhere@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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