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산화한 ‘그들의 호국정신’ 작품으로 승화

입력 2019. 06. 25   15:51
업데이트 2019. 06.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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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천안함 46+1 용사 추모하는 부부 예술인 한국화가 김희열·도예가 김진숙 씨 부부


경북 칠곡에서 작품 활동
2015년 현대한국화회 작가상 받은
김희열 작가 ‘기억’ 그려 장병들 추모

 
아내 김진숙 작가도 천안함 모형
‘꽃잎 속의 젊은 청춘’ 도자기 제작
“안타까운 영혼들 자유로워졌으면”  

한국화가 김희열(오른쪽) 씨와 도예가 김진숙 씨 부부가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는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양동욱 기자
한국화가 김희열(오른쪽) 씨와 도예가 김진숙 씨 부부가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는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양동욱 기자


‘잊지 않는 것이 최고의 훈장입니다.’

기자는 얼마 전 길을 가다 서울도서관 꿈새김판에 걸린 이 문구를 인상 깊게 봤다. 6월은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을 얼마나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까? 한 부부 예술인이 천안함 46용사와 구조 활동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넋을 기리며 그들의 호국정신과 숭고한 나라사랑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이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에서 ‘동락(同樂) 외양간 갤러리’와 공방을 운영하는 한국화가 김희열(53) 씨와 도예가 김진숙(51) 씨 부부다. 지난 21일 칠곡군 동명면에 있는 부부의 아지트에서 이들을 만났다.

칠곡에서 글=조아미/사진=양동욱 기자 joajoa@dema.mil.kr

그날을 잊지 말고, 그들의 값진 희생 기억하자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천안함이 피격된 2010년 3월, 꽃다운 청춘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한동안 붓을 들지 못했어요. 그날의 아픔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순간 즉흥적으로 화선지를 펴고 수묵의 붓질로 표현했습니다.”

2015년 현대한국화회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김희열 작가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국화 ‘기억’을 그려 천안함 희생 장병을 추모했다.

갤러리가 있는 칠곡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지구전투의 승리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한 ‘호국의 도시’이기도 하다. 백선기 칠곡군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천안함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아내 김진숙 씨와 천안함 46+1 용사를 추모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일상에서 보훈을 실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천안함 챌린지’는 천안함 추모 배지를 상의에 착용하거나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글을 남긴 후 다음 참여자를 지명하면 된다.

작품 속에서 피격으로 반 토막 난 천안함은 쇠사슬에 묶여 인양되고 있다. 이는 참혹한 그날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로 그려졌다. 김 작가는 못다 핀 천안함 장병들의 안타까운 청춘을 푸른 바다로 표현했고, 그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국화를 그려냈다. 배경으로 은은하게 그려 넣은 태극기는 조국을 위한 그들의 값진 희생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We remember 46+1,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붓글씨로 정성껏 써내려갔다.

김 작가는 작품의 의미에 대해 “그날을 잊지 말고 그들의 값진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해야 한다”면서 “이번 작품이 대한민국을 위해 산화한 천안함 장병들을 비롯한 모든 호국영령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내 김진숙 작가도 천안함 모형의 도자기 ‘꽃잎 속의 젊은 청춘’을 제작했다. 그는 “남편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이 너무 안타까워 저라도 그들의 희생과 유가족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도자 부조 방법으로 천안함 46+1 용사를 추모했다. 도자 부조는 벽면이나 판에 입체로 흙을 붙이고 깎아 내는 도자 기법이다. 아내는 천안함 용사 46명과 고 한 준위를 한 잎 한 잎 꽃잎으로 붙여 큰 국화 송이로 표현했다. 흩날리는 꽃잎은 그들의 안타까운 영혼들이 자유로워지고, 우리는 용사들의 값진 희생을 기억한다는 의미다.

작품은 현재 초벌구이 전 건조 단계다. 부부는 두 작품을 해군이나 천안함재단에 기증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군 생활 늘 자부심 느끼며 살아

김 작가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육군22사단 북진연대에서 복무했다. 주특기는 기관총 사수였지만 미대 출신이라 작전행정병으로 차출됐다. 부대 내 포스터, 작전지도 등을 그리는 임무를 수행했다.

훈련 때마다 남다른 솜씨로 진가를 발휘해 지휘관 관심도 받고 포상휴가도 많이 갔다. 당시는 88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로, 장병들은 올림픽 대민지원에 많이 참여하기도 했다.

“강원도 속초에서 간성 사이 7번 국도 삼포해수욕장 대형 간판에 88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그리기 위해 차출됐어요. 역사적인 행사에 참여해 작게나마 힘이 됐던 특별한 군 생활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자신이나 가족이 아닌 조국을 위해 군 생활을 한 것에 늘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김 작가의 아들이 오는 9월 23일 육군1사단에 입대한다.

그는 “남자라면 한 번쯤 인생에서 군이라는 특수한 단체생활을 경험해 봐야 한다”며 “군 생활로 더욱 건강하고 멋진 아들이 돼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아들에게 전하는 말을 남겼다. 잠시나마 여군을 동경하기도 한 아내는 “기회가 된다면 군에서 제대로 훈련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서 “엄마로서 아들을 군에 보낸다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대한의 아들로서 군 생활이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선후배에서 잉꼬부부로

부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선후배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일명 ‘CC(캠퍼스 커플)’다. 남편은 대학 졸업 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아내는 내조에 전념하다 지난 2013년부터 길상의 동물인 양과 말을 주제로 도예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 시절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남편이 최근 몇 년간 ‘도자 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작하면서 도예의 매력에 빠져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된 것. 도자 회화는 도예와 회화 기법을 접목한 그림이다. 흙으로 만든 초벌 도판에 산화 안료로 그림을 올리고, 유약을 입혀 구워내는 공정을 거친다.

2년에 한 번 개인전을 여는 남편은 “기존 작품과 비슷한 주제의 전시보다 새로운 구상을 고민해 내년에 개인전을 열 예정”이라면서 “작업실 이름인 ‘동락’처럼, 제 작품을 보며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고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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