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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대표가 되기 위한 길

기사입력 2019. 06. 18   15:24 입력 2019. 06. 18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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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 중사 육군인사사령부 한국군지원단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나는 임관 후 처음으로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했다. 그동안 굳건한 한미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수없이 외쳐왔기에 무척이나 기대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같이 훈련하는 미군의 질문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던 와중에 나는 마음속 한구석에서 솟구치는 영어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다. 그러자 별다른 목표 없이 지내던 나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래. 영어를 배워서 제대로 된 한미연합을 경험해 보자.’

부족한 영어 점수를 올리기 위해 군에서 지원하는 전화영어 수강을 시작했고, 어휘력과 독해 실력을 늘리기 위해 매일같이 자투리 시간에 영어 공부에 몰입했다. 마침내 군사영어반에 지원해 온전히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고, 그 이후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영어를 더 완벽히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1년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어학연수는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게 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공감과 이해 능력을 키우며 내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무엇보다 흥미를 느끼고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1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분명히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였다. 한국군의 대표로서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겠다고.

그렇게 나는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 마침내 여군 부사관으로는 최초로 121전투병원을 지원하는 지원반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옛날 연합훈련에서 통역 업무를 수행하던 카투사들은 이제 내가 관리하는 병력이 됐다.

전입 후 카투사들과 함께하며 느낀 것은 이들이 단순히 어학능력만 우수한 자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투사들은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미군과 같은 체력단련을 하고 본인이 맡은 위치에서 ‘신독(愼獨)’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흔히 카투사들의 생활은 편하고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미군과 동일하게 받으며 전사(warrior)로 성장하고 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아직 회화가 익숙하지 않은 용사들은 언어장벽을 줄이고 부대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밤마다 남몰래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내가 속한 121전투병원에서 일상을 함께하는 카투사들이야말로 미군들이 한국과 한국군을 생각하는 이미지가 된다. 우리는 한국군을 대표하는 군사외교관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나는 오늘도 카투사들과 함께 한미 무적의 전사공동체 발전을 위해 한 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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