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의 창] 같이의 가치

입력 2019. 06. 14   14:07
업데이트 2019. 06. 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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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병장

육군53사단 코끼리연대 1대대


2018년 2월, 훈련병 생활을 마치고 자대 전입 후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군 기강 확립 100일 작전 달성’이라는 문구였다. ‘저게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겼을 때 선임들에게 군 기강 확립 100일 작전의 의미와 이미 우리 대대가 1차를 달성한 후 2차 달성을 향해 달리는 중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부대가 아무런 사고 없이 그냥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부대에서 함께 생활하는 수많은 부대원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 아님은 물론, 그들이 살아온 배경과 가치관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아무런 사고 없이 부대가 운영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또한 처음에 동원과 행정병이라는 보직을 받고 많이 방황했었다. 컴퓨터라고는 게임밖에 할 줄 모르던 나는 처음 해보는 행정 업무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는 곧 잦은 실수로 나타나 결국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주임원사님은 의기소침해진 나를 불러 “태우야, 나는 너의 밝고 활기찬 모습에 많이 힘을 얻어. 앞으로도 서로 믿으면서 잘 해보자! 힘내라!”라고 격려해 주셨다. 주임원사님의 그 짧은 격려가 내게는 아직도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나는 결국 그때의 격려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아 분대장도 하며 지금까지 군 생활을 잘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군 생활이란 혼자서, 주어진 업무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동안 나 혼자가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준 부대원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비로소 군 기강 작전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전우들과 진정으로 발걸음을 맞춰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작은 마음들이 모여서 연대 군 기강 확립 100일 작전까지 달성하게 됐다. 나는 기쁜 마음이 들면서도 지금 이 순간 다시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옆의 전우가 힘들어하진 않는지, 혹은 지쳐 있진 않은지 살펴보고 다시 함께 서로의 마음을 토닥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200일, 300일도 문제없이 모두 행복하고 성장하는 부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군 생활을 하며 ‘같이’의 가치를 알게 됐고, 앞으로 전역하게 되더라도 내 군 생활은 빛나는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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