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리 독자마당] 자랑스러운 나의 갑판장 남편

입력 2019. 05. 27   15:17
업데이트 2019. 05. 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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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리 해군1함대사령부 김대산 상사 아내
박규리 해군1함대사령부 김대산 상사 아내

저는 해군1함대사령부 안동함 갑판장인 김대산 상사의 아내이며, 슬하에 자녀 셋을 둔 박규리입니다.

남편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로,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퇴근 후 잠든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 속은 따뜻하고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이지요.

부부란 무엇일까요? 해군 부사관인 그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도 해군이 다 되어가나 봅니다.

군인 가족이라면 모두 비슷하겠지만, 특히 해군 가족들은 장기간 바다로 출동을 나가면 연락조차 쉽지 않아 애를 씁니다.

부부로 살면서 참,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고,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투정에도, 아이들의 보챔에도 남편은 바다처럼 넓고 푸른 마음으로 이해해 줍니다.

남편은 때로는 페인트를 몸에 묻혀 오기도 하고, 가끔은 파김치가 다 된 얼굴로 돌아옵니다. 그래도 집에 오면 힘든 내색 없이 아이들도 씻겨주고 책도 읽어주면서 다자녀 육아를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덕분에 다섯 식구가 오순도순 잘 지내는 거겠지요.

남편은 올해 더욱 바빠 보였습니다. 출동 임무도 늘었고, 최근에는 배를 수리한다며 저녁 늦게 들어오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 남편과 시간을 좀 더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육상근무는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해군 갑판(직별)은 부사관 중에도 최일선이고, 특히 함정에서 갑판은 힘들지만, 자부심을 느낀다”며 차마 미워할 수 없는 천연스러운 미소로 답하더군요.

마침 그 잘난(?) 갑판장의 배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가정의 달이라 안동함의 가족 초청행사가 열린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보니 조금은 남편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처음 가보았지만, 함장님을 포함해 대원 모두가 표정이 밝고 왠지 모르게 정이 느껴졌습니다.

함정에서 특별히 준비한 동영상을 시청했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분이 “지금 보시는 장면은 우리 안동함이 작전을 수행하는 바다 환경입니다. 물론 기상이 좋을 때도 있지만, 우리 대원들은 모두 이러한 환경에서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가족분들은 앞으로도 남편이자 아들들을 믿어주시고 해군을 사랑해 주십시오.”

험한 파도를 헤쳐 나오는 군함의 모습. 그 속에서 직별 후배들과 수병들을 이끌고 임무를 수행하는 남편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 그동안 남편의 어려움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하기도 하고, 남편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노력하고, 집에 와서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남편. 그날따라 남편이 새삼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가정의 달, 많은 군인가족과 아내는 아쉬움도 많겠지만, 다 같이 힘내자고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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