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을 꿈꾸며… 과학기술의 힘 ‘육군 속으로’

입력 2019. 03. 13   16:15
업데이트 2019. 03. 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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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탈피오트로 급부상 ‘군사과학기술병’


1·2차 11명 선발… 몇 달 만에 괄목할 성과
개인형 비행장치 ‘제트팩’ 등 반응 뜨거워
군 복무기간 연구 연속성 잇고 전문성 강화 


육군의 비전을 설계하고, 군사혁신 방향을 제시하며, 육군참모총장의 군사과학기술 리더십을 보좌하는 미래혁신연구센터 연구원들의 모습. 센터에는 육군이 지난해 신설한 석·박사급 ‘군사과학기술병’ 11명이 근무하면서 드론봇, 워리어 플랫폼, 초연결·모바일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활동을 통해 첨단과학기술군으로 진화하는 육군의 혁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경원 기자
육군의 비전을 설계하고, 군사혁신 방향을 제시하며, 육군참모총장의 군사과학기술 리더십을 보좌하는 미래혁신연구센터 연구원들의 모습. 센터에는 육군이 지난해 신설한 석·박사급 ‘군사과학기술병’ 11명이 근무하면서 드론봇, 워리어 플랫폼, 초연결·모바일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활동을 통해 첨단과학기술군으로 진화하는 육군의 혁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경원 기자

육군이 신설한 ‘군사과학기술병’ 제도가 시행 몇 달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새로운 ‘한국형 탈피오트(talpiot)’로 떠오르고 있다.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 기술융합실 소속 ‘병 연구원’인 군사과학기술병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활발한 연구활동이 우리 군의 혁신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육군은 이스라엘군이 운영하는 과학기술 엘리트 육성 프로그램 ‘탈피오트’를 벤치마킹한 군사과학기술병 특기를 지난해 9월 최초로 신설했고, 같은 해 12월 미래혁신연구센터 기술융합실 창설과 함께 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군사과학기술병들은 ‘육군비전2030’의 4대 핵심영역 중 하나인 ‘첨단과학기술군 건설’을 위해 최신 과학기술의 육군 적용 방안 연구 및 보고서 작성, 기술 조언 임무와 함께 연구개발(R&D) 커뮤니티, 학계, 민간 기관을 육군과 연결하는 ‘기술통로’ 역할을 한다.


드론봇 등 14개 핵심기술 담당


특히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육군이 첨단과학기술의 군사적 접목을 위해 추진하는 ‘히말라야 프로젝트’의 14개 핵심 과학기술인 ▲핵·WMD 대응 ▲드론봇 ▲워리어 플랫폼 ▲초연결·모바일 ▲MOVES(Modeling, Virtual Environments & Simulation) ▲첨단센서 ▲사이버 ▲에너지 ▲고기동 ▲생체의학·뇌과학 ▲인공지능·양자 ▲지능형 적층가공 ▲신소재·스텔스 ▲유·무인 차량 중에서 한 분야를 각각 전담한다.

육군은 지난해 국방부 승인에 따라 과학기술 분야 석·박사급 현역 병사를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군사과학기술병 선발을 진행했다. 엄격한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1차 선발에서는 후보자 520여 명 가운데 5명을, 2차 선발에서는 400여 명 중 6명을 우선 선발했다. 과학기술 전문성 측면에서 육군 현역 병사 가운데 최고 중 최고인 11명이 한곳에 모인 셈이다. 육군은 남은 3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군사과학기술병 선발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며, 앞으로는 모집 단계에서부터 석·박사급 인재를 별도 선발하는 모집병 방식도 검토 중이다.


새 방향성 제시 ‘도약적 변혁’ 자극제로 


군사과학기술병은 기성 간부들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참신한 발상과 연구를 통해 육군 혁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도약적 변혁’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

육군 최초로 선발된 1기 군사과학기술병으로서 ‘드론봇 연구병’인 양현각(상병) 병 연구원은 센터가 발행하는 2월 군사혁신 논단을 통해 ‘육군, 이제는 날아야 한다: 제트팩 기술과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제트팩은 액체 또는 기체를 발사해 그 반작용력으로 추진력을 얻는 개인형 비행장치다. 양 연구원은 연구를 통해 제트팩을 활용한 기습작전, 기동정찰, 응급후송 등 전술적 활용 방안을 구상하고 최신 기술 동향과 한계점, 주변국 동향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운용 간 큰 소음이 발생하는 제트팩의 기술적 단점은 개선돼야 하지만, ‘비행하며 싸우는 육군 전투원’이라는 세상에 없는 모습을 새롭게 그려냈다는 측면에서 호평받았다. 차세대 전투체계를 연구하는 육군 고위급 간부들 사이에서도 양 연구원이 제안한 제트팩을 미래 육군의 비전 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밖에도 ▲강민구(상병) 연구원의 ‘전장에서 실시간 생산하는 5.56mm 보통탄’ ▲안준호(일병) 연구원의 ‘워리어 플랫폼의 심장, 전원장치’ ▲박승균(상병) 연구원의 ‘메타물질로 만든 투명망토 기술 적용 가능성 연구’ ▲김영한(일병) 연구원의 ‘생존성 지원 기술로서 3D 바이오 프린팅의 동향과 잠재력 조사’ 등 왕성한 연구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참신한 연구 결과물들은 박사급 현역 간부 연구원들의 지도를 통해 한층 정제되고 체계성을 갖게 됨으로써 실제 군에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구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군사과학기술병들은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불리며 간부와 동등한 연구활동의 자유를 누린다. 이를 통해 군 복무 기간에도 연구의 연속성을 이어감으로써 경력단절 우려를 해소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모든 병 연구원에게는 원활한 연구활동을 위해 개인별 인터넷 PC와 인트라넷 메일 계정이 부여된다. 또한 일과 중에도 논문 검색, 자료 수집 등을 위해 스마트폰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육군 현역 병사 가운데 석·박사급 인재는 500여 명 수준이다. 이 중 다수가 야전에서 소총수 등 일반적인 특기로 복무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석사 출신인 양 연구원은 야전에서 화포정비 임무를 수행하다 군사과학기술병으로 선발된 사례다. 군사과학기술병 제도의 강점은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군 복무 기간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국방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전역 이후에는 국익을 창출하는 인재로 거듭나는 선순환적 구조를 이룬다는 데 있다.


‘국방과학기술 발전에 공헌’ 자부심도 커


육군 군사과학기술병은 병사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14개 과학기술 분야에 걸친 폭넓은 연구 스펙트럼을 가진다. 물론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인재 선발에만 몇 단계를 거치고, 대상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운용을 통해 최고의 엘리트를 육성하는 이스라엘군의 탈피오트 제도와 비교하면 군사과학기술병은 아주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육군은 향후 복무제도 변화에 따라 이공계 박사 학위를 보유한 인재들이 우리 군의 첨단 분야에서 자유롭게 연구활동을 펼치며 최고의 엘리트로 성장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양 연구원은 “군 생활의 만족도가 높고, 박사급 장교들과 함께 국방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나를 포함한 군사과학기술병들이 전역 후 방위산업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진출한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대학교 최영진 교수는 “군에 입대하는 유능한 자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군 복무의 가치를 높이고 국가적 안보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 엄격하고 공정한 선발,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 형평성 있는 복무 관리 등이 제도 정착과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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