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려움 이겨내고 물속으로 ‘미래 나이팅게일’ 한발짝 더 가까이

입력 2018. 05. 13   16:05
업데이트 2018. 05. 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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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간호사관학교 해양간호훈련 현장 르포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가 해군 해양의학지원소에서 열린 해양간호훈련에서 다이빙벨을 빠져나오고 있다. 진해 = 한재호 기자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가 해군 해양의학지원소에서 열린 해양간호훈련에서 다이빙벨을 빠져나오고 있다. 진해 = 한재호 기자

 

커다란 수경으로도 도전 정신이 가득한 반짝이는 눈빛을 가릴 수 없었다. 익숙하든 그렇지 않든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에는 생도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패기가 넘쳐 흘렀다. 고된 훈련을 견디며 서로에게 힘을 주는 모습에서는 ‘미래 나이팅게일’의 자질이 엿보였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가 해군 해양의학지원소에서 열린 해양간호훈련에 앞서 잠수능력 배양을 위해 수경에 물을 채우고 있다. 진해 = 한재호 기자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가 해군 해양의학지원소에서 열린 해양간호훈련에 앞서 잠수능력 배양을 위해 수경에 물을 채우고 있다. 진해 = 한재호 기자

 

육해공군 환경에 맞는 간호임무 수행

 

지난 3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 내 해양의학지원소는 국군간호사관학교 3학년 생도들의 훈련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77명의 생도들은 이곳에서 잠수의학과 고압산소치료에 대해 배워나갔다.

“평소 접할 수 없는 훈련이라 더욱 흥미가 생깁니다. 수영은 학교에서 배운 것 외에는 해본 적이 없는데 하루 종일 물속에서 훈련을 받다니…. 너무나 즐거운 훈련입니다.” 물속 5m 아래 다이빙벨에서 막 빠져나온 조예설 생도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가 해군 해양의학지원소에서 열린 해양간호훈련에서 잠수훈련을 하고 있다. 진해 = 한재호 기자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가 해군 해양의학지원소에서 열린 해양간호훈련에서 잠수훈련을 하고 있다. 진해 = 한재호 기자

 


조 생도의 말처럼 해양의학지원소에서 받는 훈련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평소 국간사 훈련은 육상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도들은 4년간의 교육을 마친 뒤 육군은 물론 해·공군 각 부대로도 진출하게 된다. 따라서 각군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숙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학교는 이런 상황을 감안, 군 특수환경에서 발생하는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응급처치와 간호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매년 항공·해양간호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생도들은 이날 훈련에 앞서 4월 30일과 5월 1일에는 공군 환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공군항공우주의료원에서 항공의무후송훈련을 받았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가 잠수훈련을 하고 있다.  진해=한재호 기자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가 잠수훈련을 하고 있다. 진해=한재호 기자

 

다양한 실전훈련...생도들의 학구열에 엄지손가락


이날은 오전에 잠수 중 응급치료를 위한 재압챔버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수중잠수훈련을 했다. 생도들은 재압챔버에서 직접 몸으로 느끼며 실전적인 훈련을 받았다. 또 해양의학지원소 안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실제로 잠수를 해보며 유사시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소양을 쌓아갔다.

“매번 간호사관생도들을 교육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열의가 대단합니다. 물이 익숙하지 않은 생도들도 있지만 누구 하나 주저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고요.” 생도들에게 잠수 요령을 가르치던 교관 황강률 중사는 생도들의 학구열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황 중사의 말처럼 생도들은 매 순간을 진지한 태도로 대하고 있었다.

사실 일주일이라는 훈련 기간에 항공과 해양 간호를 완벽히 숙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 해·공군 내 간호장교의 임무를 체험해보는 것은 생도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훈련은 중요했다. 실제로 해양간호훈련을 받은 뒤 해군으로 진로를 결정한 간호장교를 만나볼 수 있었다. 훈련장 곳곳을 돌며 후배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노미영(소령) 해양의학지원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저 역시 생도 시절 이 훈련을 받으면서 해군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후배들을 지켜보고 있죠. 이 가운데 저와 함께 해군 간호를 이끌어나갈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기대가 큽니다.” 노 소장의 말이다.

 

훈련 중인 생도가 잠수함 탈출복을 이용해 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진해=한재호 기자
훈련 중인 생도가 잠수함 탈출복을 이용해 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진해=한재호 기자

 

낯선 환경 극복하고 '진짜 간호장교'로 거듭나


실제로 생도들은 이번 훈련이 그동안 잘 몰랐던 해·공군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 공군에 관심이 있었다는 이지훈 생도는 “이번 훈련을 통해 공군 장병들이 겪을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해 알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해군의 훈련을 해본 것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생도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순영(대령) 교수부장은 “간호장교의 임무는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평소 학교에서 할 수 없었던 훈련을 통해 생도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훌륭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경화(대령) 생도대장은 “앞으로 더 실질적인 체험을 통해 생도들의 진로 선택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단순한 체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생도들은 낯선 환경을 이겨내며 환자를 위해 몸을 던지는 ‘진짜 간호장교’로 거듭나고 있었다. 고된 훈련 중 잠깐의 휴식시간을 활용, 물속에서 동기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입수를 앞두고 굳은 표정으로 장비를 점검하던 신나미 생도는 이렇게 말했다. “용기를 내 자원하긴 했는데 막상 들어가려니 긴장이 됩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성공적인 잠수를 마치고 공기를 마시는 신 생도의 표정은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챔버 훈련을 받을 때만 해도 귀가 아파서 잠수가 두려웠습니다. 내 길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잠수도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자원한 것인데 이렇게 무사히 올라오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두려움,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이 기분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훈련을 마친 생도가 조교의 도움을 받아 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진해=한재호 기자
훈련을 마친 생도가 조교의 도움을 받아 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진해=한재호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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