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은 위험성 평가를
핵심 도구로 삼고
평가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수용 가능한 위험 수준을
스스로 판단하고
부대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위험관리 기준 ISO 31000은 “위험의 수용은 위험관리 프로세스의 일부로, 특정 위험에 추가적 통제 없이 현재의 위험 수준을 받아들이기로 하는 의도적 결정”이라고 정의한다. 미 육군 위험관리 교범 ATP 5-19 또한 “위험을 수용한다는 것은 해당 위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인명 손실, 장비 손괴, 임무 실패 등)을 인지한 상태에서 임무 완수나 다른 이점을 위해 위험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위험을 제로화하는 것’이 곧 안전이라는 인식 아래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 위험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해 왔다. 실제로 일부 위험은 사전에 제거돼 사고를 방지했지만, 하나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면서 새로운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또는 위험을 지나치게 회피하려다가 더 큰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있다.
군의 안전은 모든 위험을 제거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지휘관과 조직의 안전 역량에 따라 일정 수준의 위험을 수용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게 실질적인 군 안전이다. 즉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위험 수용은 불가피하며, 작전환경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판단이다.
위험성 평가는 사람·장비·환경·절차 등 다양한 요소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빈도와 강도 측면에서 이를 분석해 위험 수준을 정량화한다. 이후 사전에 설정된 위험 수용 기준에 따라 받아들일지를 판단하게 된다. 지휘관은 조치를 한 이후 남아 있는 잔여 위험을 판단해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하며, 그 범위 내에서 임무 수행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위험성 평가는 평시 부대관리와 교육훈련을 하면서 숙달해야 한다. 전시의 전술적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지휘관은 METT-TC(임무, 적, 지형 및 기상, 가용 병력, 시간, 민간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 수용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위험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합리적인 정보 기반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가령 전방지역에 적설이 발생했다면 단순히 모든 활동을 중지할 게 아니라 적설 양과 범위, 사용 가능한 제설장비, 적설 때의 기동 능력 등을 분석한 뒤 활동 가능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 자체가 위험 수용의 핵심이다.
군은 더 높은 임무 성과와 전투력을 확보하고자 일정 수준의 위험을 불가피하게 수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부대는 해당 부대 역량을 기준으로 수용 가능한 위험 수준을 설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 체계적인 위험관리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평시의 안전조치는 전시의 전투 준비’라는 명제를 실현하려면 위험이 식별됐을 때 무조건 활동을 중지하기보다 합리적 위험 수용을 바탕으로 활동을 지속하는 판단력이 요구된다. 이는 곧 전투력 유지와 직결된다. 지휘관은 위험성 평가를 핵심 도구로 삼고, 평가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수용 가능한 위험 수준을 스스로 판단하고 부대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결국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판단과 조치를 실행하는 능력은 평시의 사고를 줄이는 동시에 전시 상황에서도 임무 완수와 전투력 유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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